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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주법처럼 성매매특별법도 실패할 것?"

<기자의 눈>'성매매특별법 집단시위' 보도를 보고

지난 9월23일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논란이 뜨겁다. 특히 성매매 업주들과 여성들의 집단 반발 시위가 이어지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당수 언론은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에 초점을 맞춰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문제로 제기하면서 성매매 특별법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 재활 대책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어, 언론보도가 '성매매 근절 불가능'을 근저에 깔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주고 있다.

***"금주법처럼 성매매 특별법도 실패할 것"?**

일부 칼럼에서는 20년대 미국 경제 공황 때 실시한 금주법의 실패를 예로 들면서 음주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성매매 특별법의 실패를 예견하기도 하고, 성매매 방지법이 숙박업 등 관련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 내수 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신문은 "성매매특별법은 오히려 평범한 시민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며 "성매매 업주 외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과 성을 구매한 남성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B언론은 "현실적으로 성매매에는 역사와 인간의 본성, 사회구조 등 온갖 것들이 함께 녹아 들어 있고 단순히 법과 국가권력의 관장영역 아래 그 전체구조를 편입시키기 어려운 철학적, 국가정책적 난점들이 적지 않다"며 성매매를 인간 본성이라고 주장했다.

C언론은 집창촌 르포기사 형식을 빌어 포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입을 통해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부정적 뉴양스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같은 언론보도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매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나 성매매 여성들의 처한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성매매라는 자극적 주제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표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마저 준다.

***시위 여성들의 '자발성'이 논란의 핵심인가**

특히 이번 사태에서는 "생존권 보장"이 최대현안이 되고 있으며, 언론들도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여겨졌던 성매매 여성들의 입에서 집단시위 형식을 빌어 이 법의 시행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막막함은 충분히 이해간다. 별다른 전문성도 없는 마당에 요즘 같은 극심한 불황기에 갑자기 생계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의 단초는 기존의 형식적 '탈(脫)성매매' 정책이 제공한 측면도 강하다. 이들 여성은 기존 일시 보호시설에서 실시하는 직업 훈련 등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크게 불신하고 있다. 미용, 재봉 등 제공되는 교육도 획일적이고 구태의연해, 이들 여성들에 대한 재활.치유를 목적으로 한다기보단 사회적 격리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과 포주들이 외치는 '자발성'을 잣대로, 생존권 차원에서 이번 논란에 접근하는듯한 일부언론의 방식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한 것은, 외부와 고립된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조사에서는 90% 이상의 여성들이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2001년 동두천 지역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인 '새움터'에서 3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설문조사에서 96.7%가 성매매 합법화를 반대했다. 또 2002년 국내에서 1백명의 성매매 피해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96%가 성매매를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따라서 거리에 나선 성매매 여성들의 '자발성'을 곧이 곧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게 성매매 여성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시위 현장에는 성매매 여성들만이 아니라 '이모' '삼촌'이라 불리는 업소 관리자와 업주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으며, 지역별로 같은 색깔의 모자를 맞춰 쓰고 나오는 등 순전히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시위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도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이상 강압적인 강금 행위는 없다"?**

시위 현장에 나온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가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주장을 온전히 대변한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시위 현장에 나온 여성들은 "요즘 세상에 누가 감금하면서 매매춘을 강요하냐"고 주장하지만,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7일까지 전남경찰청이 전남 섬 지역 성매매 업소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한 결과, 17명의 여성들이 배가 아니면 육지로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감금상태로 업주의 감시 속에 윤락 행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 암태도 유흥주점에서 일해 온 조모(20·여)씨의 경우 지난 1월 선불금 1천1백만원에 고용돼 업주 권모(41)씨로 부터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밝혔다.'성매매의 연결 고리'의 가장 막다른 길목이라고 할 수 있는 섬 지역 등 취약 지역에선 여전히 감금 등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가 지난 6월3일 개소후 성매매 피해 신고 1백18건을 접수한 결과 성매매 강요가 66건, 성매매 강요와 감금, 협박 등 중복 피해를 당한 경우가 88건에 달하는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침해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경찰청 조사대상 성매매 여성의 절반에 가까운 43%가 14~19세에 성매매를 시작했다고 말해, 성매매 알선업자의 처벌 등을 통해 유입 경로를 차단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의 여성들이 10대에 성매매를 시작했다는 점은 흔히 제기하는 '성매매가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논리의 허점도 드러내주고 있다.

선불금, 방값, 화장품값, 옷값 등 성매매를 한번 시작할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으로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 두기 힘든 현실에서 10대 미성년자일 때 내린 '자발적 선택'을 인정해줘야 하는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성매매 여성, 여성단체 추산 최소 1백50만명**

우리 사회처럼 성매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나어린 빈곤층 여성들이 성매매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여성학자 케서린 베리는 "성이 그 자체로 상품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자발적인 성매매란 자유주의자들의 허구적인 관념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숫자를 정부에서 3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단체들의 경우 최소 1백50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어마어마한 숫자는 왜 현 시점에 국가가 성매매 규제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지 보여준다.

물론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 문제는 절박한 문제다. 그렇다고 성매매 특별법의 시행 유예나 집창촌을 단속에서 제외시키거나 더 나아가 공창제를 실시하는 게 이 문제의 해결이라는 주장은 무리다. 더군다나 그간 불법적인 성매매 알선, 성매매 여성들의 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해온 포주들이 '생존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창제 실시 주장의 경우, 호주나 네덜란드 등 공창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볼 때 성매매 사업이 기업화되고 업주는 폭리를 남길 뿐이다. 특히 성매매가 합법화돼 '선택'에 의한 성매매행위가 되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화되고, 성매매시 구타나 강간 등의 폭력이 성매매의 한 상품 품목으로 등장하기까지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더욱이 공창제란 국가가 성매매를 공인하며, 더 나아가 국가가 포주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 된다.

***냉소보다는 적극적 보완책 마련 노력 시급**

물론 성매매 여성들의 주장처럼 이들의 생계에 대한 대책 마련은 반드시 선결돼야할 과제다. 현 성매매 방지법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들은 6개월 이내(6월 이내에서 연장가능)의 범위에서 숙식과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성부는 38억원을 성매매 여성들의 탈(脫)성매매 지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정도 예산 갖고 문제를 풀기란 태부족으로 보이며, 성매매 여성들이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는 재활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 업그레이드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성상 성매매 근절은 불가능하다"든가 "성매매를 도리어 점조직 형태로 확산시키는 게 아니냐", 또는 "경기도 어려운데 꼭 지금 해야 하느냐"는 차원의 접근은 금물이다. 성매매 여성숫자가 1백50만명에 달할 정도로 성매매가 만연한 작금의 상황을 언제까지 모른 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근절을 위한 생계 보전책 등이 부족할 경우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사회적 중지를 모아가야지, 냉소적으로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결코 아니다.

해외의 몇몇 사례는 성매매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특히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 및 교육이 실질적으로 성 매매를 근절하는 문제의 핵심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77년부터 1983년까지 6년간 스웨덴의 말모(Malmo)지역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다수의 여성이 '탈(脫)성매매'에 성공했다. '말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실시된 이 프로그램은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주거에 대한 지원과 직업알선상담, 의료 서비스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마약중독으로 재활이 불가능한 60여명을 제외한 여성들이 탈 성매매에 성공, 다른 대안이 주어지면 여성들이 성매매를 그만 둔다는 점을 보여줬다.

스웨덴은 또 5년 전 "남녀 평등의 진척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려면 성을 사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의 개정으로 성매매 여성의 숫자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재범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존 스쿨(John School)에서 교육을 받은 성구매자들 중 재범발생율이 2%에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성구매자들이 낸 벌금(교육비)로 성매매 여성의 재활프로그램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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