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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행취재, 정부-언론-기업의 '달라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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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행취재, 정부-언론-기업의 '달라진 모습'

[취재후기] 인터넷 언론 출현 5년만의 첫 동행 취재

기자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러시아 순방을 동행 취재했다. 인터넷 언론이 출범한지 5년이 지났지만 인터넷 신문 기자가 대통령 해외 방문 취재에 동행한 것은 처음이다. 언론비평전문지인 <미디어오늘>에서는 최초로 인터넷 신문 기자가 함께 하는 것을 놓고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곤혹스런 분위기가 돌기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특별히 새로 드러낼 사실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 후기를 쓰는 이유는 정부와 언론, 기업과 언론의 달라진 모습 등, '현장'에 있지 않으면 보고 느낄 수 없는 뒷 이야기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특별기'가 비싼 이유는**

대통령 해외 순방 취재를 신청하면서 놀란 것은 엄청난 출장비였다. 4박5일 일정에 경비는 모두 4백14만6천원. 물론 전액 해당 언론사가 부담한다.

경비 부담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청와대 측에서 전액 부담하던 데에서 차츰 항공료, 숙박료, 전화 및 인터넷 사용료 등 통신료, 기타 식비 등 언론사가 부담하는 부분이 늘다가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취재비용 모두가 언론사 몫이 됐다. 정권과 언론간의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 출장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항공료(2백55만원)였다.

노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방문시 아시아나 항공의 전세기를 이용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퍼스트 클래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반기문 외교부 장관 등 공식수행원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이미경 의원 등 특별수행원은 비지니스 클래스, 청와대 홍보수석실.경호실 직원과 수행 기자단은 이코노미 클래스 등 모두 한 비행기를 탔다.

항공료가 일반 비행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는 폭발물을 비롯한 테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좌석시트를 모두 교체하는 등 내부를 거의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이 비행기는 다른 운행을 하지 못한다.

일행이 모두 같은 비행기를 탄 덕택에 출발 당일에 생일을 맞은 58번째 생일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 특별기 안에서 여기자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는 체력전"**

현장에서 직접 기사를 써야 하는 해외 취재에서 기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시차'일 것이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 방러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카자흐스탄은 한국보다 2시간, 러시아는 5시간 느리다. 카자흐스탄에선 큰 문제가 없었지만, 러시아에선 한국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러시아 시간에 맞춰 잠자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보통 새벽 5-6시에 시작해 노 대통령의 만찬 행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는 밤 10시경이 넘어서야 하루 일이 끝났다. 석간 신문 기자들의 경우 마감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11시)을 맞추기 위해 밤 새워 일하고 아침 식사 후 잠자는 기형적 업무 형태가 이어졌다.

때문에 한 일간지 기자는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에 대해 '체력전'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5월에 있었던 6박7일간 노 대통령 미국 방문 취재시 통틀어 1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고 한다.

***사라진 '접대문화'**

참여정부 들어 많이 바뀐 모습 중 하나가 해외 취재시 기업들의 접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수행 기업인들의 일 중 하나가 '기자 접대'였다. 기업들이 돌아가며 기자들의 식사와 술자리를 제공하는 게 관례다. 이번 방러엔 삼성 이건희, 현대차 정몽구 회장 등 기업인 50여명이 동행했다.

그러나 이번 방러의 경우 시.공간적 제약 뿐 아니라 달라진 언론과 정부, 기업과 정부 관계 때문에 과거와 같은 술자리는 공식 수준에선 한번도 없었다.

러시아에선 대통령, 수행 기업인들과 기자들이 서로 다른 호텔에 머물렀다. 또 수교 12년 만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카자흐스탄과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중 하나인 러시아를 4박5일안에 방문해야하는 만큼 대통령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짜여졌고, 휴일도 없었다. 만약 중간에 주말이 끼었다면 '골프 접대' 등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게다가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거 따라 나선 배경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고 노 대통령이 직접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다.

따라서 접대는 커녕 빡빡한 일정 덕택에 기자들은 아침을 제외한 점심.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워, 더더욱 대통령 해외 순방 취재는 '기초 체력전'이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개발독재공화국?**

노무현 대통령의 첫번째 방문지인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부에 위치한 인구 1천4백79만명에 달하는 국가다. 국민소득은 1천3백50달러(2003)이며 면적은 남한의 27에 달하는 나라로, 1991년 소비에트연방(구 소련)에서 독립하여 독립국가연합(CIS)의 하나가 됐다.

한국을 경제 발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카자흐스탄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비슷했다.

1991년 독립 당시 공산당 제1서기였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공산당을 재편성하여 간판만을 바꾼 채 직접선거의 대통령제를 도입,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98년 제정된 신헌법에서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고 1999년 1월 실시된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총 투표자의 79%의 지지로 재선, 13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방문한 19일은 카자흐스탄 총선이 있었고, 이 선거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오탄(Otan)당은 42.7%의 지지로 제1당 자리를 고수했다. 또 이번 선거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딸 다리바의 정치적 데뷰의 의미도 있었다. 총선을 앞두고 다리바는 지난해 10월 아사르(Asar)당을 만들어 이번 선거에 출마, 19.5%의 지지를 확보 제2당이 됐다. 이같은 선거 결과를 놓고 부정선거 시비가 일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경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알마타에서 러시아에 가까운 아스타나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97년부터 6년 째 신행정수도 건설 작업을 하고 있는 아스타나시는 거리 곳곳에서 대규모 공사를 벌이고 있고, 이는 경제 성장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 건설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요청했다.

올해 64세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또 한차례의 개헌을 통해 2006년 재집권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갑작스런 비공식 회동 제의는 친교의 의미**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양국 정상간 비공식 회동을 갑작스레 갖게 됐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도착한 날 저녁, 노 대통령 내외는 갑작스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바이테렉 전망대를 시찰하면서 비공식 회동을 가졌다. 다음날 잡혀있던 전망대 시찰 일정은 취소됐다.

또 20일 러시아에서도 도착한지 4시간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 회동을 가졌다. 원래 떠나기 전날인 22일 밤에 잡혀있던 일정을 러시아 측이 당일 앞당기자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 근교에 위치한 푸틴 대통령의 사저인 '다차'에서 배석자 없이 통역사 2명만 참석한 가운데 이날 2시간 15분가량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이처럼 정상간 비공식 회동이 갑작스럽게 잡힌 이유는 사회주의권 국가에선 양국간 친교를 위해 정상회담 전 비공식 회담을 갖는 게 일종의 관례이며 상대 측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약속이 급작스럽게 잡힘에 따라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 행사로 잡혀 있던 우리 경제인들과의 회동을 다과회로 변경하고 2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푸틴 대통령과은 최근 우즈베키스탄이나 아르메니아 등 과거 소비에트 연방 안에 있던 CIS 국가 정상, 슈뢰더 독일 총리, 블레어 영국 총리 등과도 '다차'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만찬 장소를 놓고 기자실에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일 처음 비공식 만찬 사실을 알리면서 청와대 측에선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개인 별장의 일종인 '다차'에서 회동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9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께 브리핑을 하면서는 '다차'가 아니라 푸틴 대통령 사저에서 회동을 갖는다고 밝혀 전 언론이 오보를 내는 상황이 발생하는 듯 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일본 고이즈미 총리를 텍사스주 크로포드에 있는 자신의 목장으로 초대, 회동을 가졌던 것는 다른 형태라는 것이다.

이후 외교부 등에서 확인을 거쳐 회동 장소를 '다차'라고 써도 무방하다고 최종 통보됐다. 러시아에서 '다차'는 채소밭이 딸린 교외 별장으로, 휴양의 목적으로만 쓰이는 우리식 별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일반인들도 대부분 소유하고 있는 다차는 엄밀히 말하면 여름과 가을을 보내는 전원주택이다. 텃밭에서 난 채소를 시장에 내다 파는 등 '다차'는 러시아인들에게 '생활'의 공간이다.

***삼엄한 경비 통과하고 들어간 크렘린엔 관광객 넘쳐**

21일엔 한-러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10년만에 '상호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자들 대부분이 한.러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키로 했다. 정상회담 결과만이 아니라 크렘린 대통령궁을 직접 가보고 싶었다. 러시아에 온 이래로 거의 호텔의 프레스룸에만 틀어박혀 있어 크렘린, 붉은 광장 등 모스크바의 '상징'을 직접 봐야겠다는 마음에 기자도 따라 나섰다.

크렘린 앞에 도착한 것은 이날 12시30분경. 정상회담은 오후 2시30분에 시작했다. 일단 1시까지 크렘린 입구에서 모이기로 하고 근처를 각자 구경하기로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붉은 광장'이 붉지 않다는 것. 러시아어로 '아름다운'인 '크라스나야'에 '붉은'이란 뜻도 있어 우리에게 '붉은 광장'으로 알려진 것이다. 크렘린 성벽을 따라 펼쳐진 붉은 광장엔 레닌묘가 있고, 광장 끝엔 16세기에 지어진 바실리블라제누이 성당, 반대편 끝엔 역사박물관 등 화려한 건물도 맞닿아 있었다.

오후 1시 다시 집결한 기자단은 정상회담 일정이 길어지고 있다며 좀더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았다. 입구 앞에서 40여분이 넘게 기다린 후에야 기관단총을 멘 경비병이 기자 한사람, 한사람 여권에 기재된 이름과 통보된 명단을 확인하며 출입을 시켰다. 심지어 일부 사진기자와 청와대 행정관은 "통보받지 못했다"며 출입을 통제했다.

모든 기자가 크렘린 정문을 통과한 시간은 2시10분경. 각종 협정 서명에 참석해야 할 한국 측 대기업 대표, 모 언론사 사장 등도 45분 동안 발목이 잡혀 있어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들어온 크렘린이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에 기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기자 1명, 한국 기자 1명 등 사전에 잡혀 있던 일문일답도 푸틴 대통령의 다음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사전 설명 없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러시아 영부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모두 영부인들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부인은 부부관계가 다소 소원해, 알마타에서 따로 살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 내외와 갖은 비공식 회동엔 딸 다리바가 함께 했다.

한.러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 푸틴 대통령의 부인은 치통으로 얼굴이 부어 행사에 나올 수 없다고 통보됐다.

이와 관련 우리측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영부인의 대외 활동을 통제, 영부인이 외부 행사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가정에서도 강력한 가부장이라는 게 이 관계자가 전한 내막이다.

반면 권양숙 여사는 러시아를 방문, 톨스토이 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모스크바 한국학교를 시찰하는 등 '문화 외교'에 중점을 뒀다고 청와대 측에서 밝혔다.

***"기업이 곧 나라", 노 대통령 모스크바 국내기업 광고에 흡족**

이번 방러에서 노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 중 하나가 우리 기업의 활약상인 것 같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의 노 대통령 방문 환영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도 공항에 도착해 모스크바 시내에 이르는 도로에 삼성, LG 등 대기업의 광고판을 보고 노 대통령은 상당히 흡족해 했다.

노 대통령은 도착 첫날 우리 경제인들과의 회동에서 "공항 도로에 (서있는) 기업광고판을 보니 우리의 얼굴이다 싶어 한없이 흐뭇했다"며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 나와 보니 더 실감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선호도가 높은 상품 8개 중 6개가 우리 기업이어서 자랑스럽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었다"며 "나라 못지 않게 기업가 여러분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해 왔다는 생각이다"며 기업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권양숙 여사도 모스크바 한국학교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스크바를 방문하니 LG 다리도 있고, 삼성 간판도 있고 머물고 있는 호텔에 LG TV가 있는데 제품이 아주 좋더라. 나와 보니 기업이 국위 선양하고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방러를 계기로 노 대통령과 기업인들간의 거리감이 확 줄어들 것이란 농담섞인 관측이 제기됐었다.

***4일, 인도.베트남 방문 앞두고 다시 분주**

23일, 4박5일간 일정을 마친 뒤 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수행원과 기자단은 타고 왔던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시차 때문에 하루가 24시간 보다 긴 '하루'를 이틀이나 보내, 돌아오는 날에 5시간을 까먹게 됐다. 이에 돌아오는 날 생일을 맞은 한 기자는 "대통령은 2시간이나 긴 생일을 맞았는데, 나는 5시간이나 짧은 생일이 됐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새벽부터 서둘러 비행기에 올랐건만 9시간을 날아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밤9시가 넘었다.

노 대통령은 귀국해 추석 연휴를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들과 함께 보낸 뒤, 10월 4일 다시 인도.베트남 순방 길에 오른다. 노 대통령은 4-6일 인도를 국빈 방문한 뒤, 8-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제5차 ASEM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24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는 인도.베트남 방문을 동행 취재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으라며 신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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