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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 노조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민교협의 정치시평]<24> 신자유주의 교육과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후진적인 것을 들라면 단연 교육이다. 인격을 도야하기보다 훼손하고, 지혜를 놓치고 지식을 억지로 외우게 하고,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퇴화시키고 남이 해놓은 것을 답습하고,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깨우침을 주기보다 무지한 우중으로 전락시키고, 그리하여 함께 더불어 잘 살기보다 경쟁하여 이기는 자로 육성한다. 수조 원을 들여서 외려 창의력과 인성을 마비시키고, 교실을 경쟁과 폭력과 자살충동의 장으로 바꾸는 곳이 한국 교육 현장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이를 더욱 심화하였다. 교육은 영혼마저 신자유주의화 하였다. 천민자본주의에 신자유주의가 결합하면서 물신주의적, 경쟁적, 이기적 인간을 양산하였다. 신자유주의 교육이 내세우는 개인의 자율성 함양, 능력 개발, 수월성이라는 것은 학생을 인격과 덕성과 교양을 갖춘 전인적인 인간으로 기르려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사이의 무한경쟁을 촉진시키고 이를 합리화하려는 이데올로기 장치일 뿐이다.

특목고, 자사고, 0교시 수업, 방과 후 수업은 모두 경제적 인간, 기업 맞춤형 인간을 양산하려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정권에서 행한 4.15 조치란 국가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그렇게 해서 생긴 교육의 빈 공간을 학원이라는 사적 자본과 대자본이 장악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교육 전체가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의 관리, 운영시스템에 장악되고 노동력의 재생산이 자본의 공리계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다. 이때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의 병원, 학교, 가족 등은 자본 공리계의 구성 요소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상위 1%만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이에 오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이 '루저'이다. 예전에는 가난한 학생이 상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교육이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명문대 가려면 돈 많은 할배, 정보력이 뛰어난 엄마, 무관심한 아빠의 삼위일체를 갖추어야 한다"라는 말이 항간에 회자되듯, 상위 1%란 목표는 그들 수준의 자본력과 정보력이 있어야만 도달할 수 있다. 교육은 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벌이는 생존경쟁의 도구이지만, 그 생존경쟁은 이미 승자와 패자가 정해진 게임이다. 근원적으로 모두가 패자이고, 패자로서 상처를 받고 소외와 박탈감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위 1%에 오를 수 있다고 사이비희망을 심어 주고, 그에 오르지 못하면 개인의 능력과 재주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라며 부조리한 체제 자체를 합리화한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은 경쟁제일주의와 능력주의를 내면화한다. 이를 통해 국가는 교육을 사기업에 떠넘기는 것을 정당화하고,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사회 전체로서는 계급적대의식을 무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룬다.

초중등교육 뿐만 아니라 대학마저 '진리욕의 실천 도량'이나 '진리탐구 및 전승기관'이 아니다. 기업연수원으로 전락하여 진리 대신 기업이 요구하는 가치와 기술을 전수한다. 학교 안에 마트가 버젓이 들어오고, 대학의 최대 목표는 진리의 창달이나 인재의 육성이 아니라 대학발전기금의 확보와 대학평가 점수의 상승이다. 학생들은 취업과 욕망과 관련된 강의에 몰리고 이론 강의는 속속 폐강된다. 교수는 돈이 되는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승진과 대학평가에 관련된, 학문적으로 사회적으로 거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논문을 양산한다.

이로 학벌이 계급과 권력을 결정하고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였다. 경쟁과 서열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은 입시폭력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한국 사회가 점점 공동체를 지향하기보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사회로 변화하였다. 엄청난 사교육비로 교육 격차와 서민의 경제난이 심화하였으며, 교육을 통한 계급의 세습화 또한 공고화하였다.

이런 교육에 맞서서 최전선에서 싸우며 참인간을 기르는 참교육을 실천한 이들이 전교조의 교사들이다.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고, 암기하기보다 생각하게 하고, 경쟁하기보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험한 길을 가기를 권하였다. 그들은 자신을 태워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었지만, 빛을 쪼이면 허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이들은 이를 '빨갱이 교육'으로 매도하더니, 이제 그 조직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엿새가 지나면,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조합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된다. 노동부가 들이대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이 사문화한 것이었다. 법적 근거도 없거니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해고자나 은퇴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법원도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고, 국가인권위에서 해고자에게도 조합원 자격 인정 권고하였으며, ILO는 긴급개입조치를 통해 전교조의 설립 등록 취소와 규약개정 위협을 즉각 중지하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노동조합 관련법령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에 맞도록 수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대다수 선진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대다수 노동조합 또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적 근거도 없고 위헌의 소지도 다분하고 상식에도 어긋나는데 정부는 왜 이리 무리수를 두는 것인가. 박근혜 정권은 종북 프레임을 제1의 통치술로 택한 듯하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정원 선거 개입에 분노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사회와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격분하여 이 체제를 변혁하려는 노동자 및 좌파세력이 연대하는 것이다. 유신잔당-관료-군부-자본-보수언론-대형교회-어용학자로 이루어진 보수카르텔은 자신의 위기를 국민의 애국주의에 호소하여 국가의 위기로 대체하고, 자신의 집권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모든 세력이나 주장을 나라에 혼란을 야기하는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 전선을 유지하면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신자유주의 모순으로 야기된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새로운 종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그들이 이석기 다음으로 가장 좋은 먹잇감으로 선택한 것이 전교조다. 결국 그들은 법외노조가 되어 투쟁하는 전교조와 전선을 형성하고 이 단체와 구성원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면서 보수카르텔에 대한 모든 비판과 저항, 진보적 의제와 담론을 종북의 프레임 속으로 녹여버리고 자신들을 국가의 수호자로 위장하는 데 진력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전교조 교사를 규약개정을 찬성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로 분리시키고, 9명의 해직교사를 비롯한 '불온한' 세력을 배제하여 전교조를 순치하거나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어제부터 시작하여 오늘과 내일에 걸쳐 투표를 하는 전교조 교사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전략에서 행해지는 것이기에, 현 정권은 규약 개정을 하더라도 다른 조건을 들이대며 압박할 것이며, 규약개정에 찬성하는 자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세력을 형성할 정도에 이를 경우 내부 대립과 갈등 속에서 전교조는 힘을 상실할 것이다. 다른 사례라면 모르되, 사학 비리를 내부 고발하거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주는 등 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실천을 하여 해임당한 자를 조합이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는 조합의 존재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학교의 문을 여는 것은 감옥의 문을 닫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를 패러디하여 말하면, 전교조를 무력화하는 것은 참교육의 길을 폐쇄하는 것이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교육의 모순을 증대하는 일이자 감옥을 늘리는 일이다. 현 정권이 파시즘체제라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거든, 전교조 무력화 공작을 즉각 중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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