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킬 체인'이라는 강력한 공격 수단과 KAMD라는 방어 수단을 통해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성격과 일반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에 대한 몰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한-미-일이 북핵을 무력화시키려고 군비증강에 나설수록 북한도 핵과 미사일 전력 증강으로 맞설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킬 체인과 KAMD 구축 목표 시한인 2017년 정도 되면 북한은 매년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핵미사일과 더불어 전술 핵무기 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한의 킬 체인과 KAMD 구축에는 수십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에, 북한은 이미 핵과 미사일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남한보다 훨씬 저렴한 방식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늘려나갈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미-일이 협상은 방기한 채, 군비증강에만 몰두하면 북한도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보유고를 늘려나갈 것이다.
KAMD 외피를 쓴 MD 편입
또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KAMD는 사실상 미국 주도의 지역 MD 편입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전시작전권 환수를 또 다시 늦추는 조건으로 미국이 요구해온 MD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 이러한 징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나타났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MD 늪으로 영원히 빠져드나 / 윤창중 성추행에 가려진 MD 편입 의혹, 진실은?)
▲ 지난 2일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가 열렸다. ⓒAP=연합뉴스 |
우선 한미 두 나라는 '상호운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은 한미연례안보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 방어, 교란 및 파괴의 포괄적 동맹의 미사일 대응전략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양국 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증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박근혜-오바마의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10월 6일 자 <중앙일보> 온라인판의 보도이다.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군은 저층 방어로 설계된 KAMD를 대기권에까지 요격 고도를 높이는 상층 방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미사일 방어는 패트리엇-3 미사일을 위주로 한 고도 30㎞ 이하 저층 방어였으나 최근 국방부 기조가 바뀌었다"며 "국방부는 상층 방어가 필요하며 관련 무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군은 사거리가 대기권 안팎에까지 다다르는 고고도지역방어체제(THAAD)를, 해군은 최대 사거리 500km의 스탠다드 미사일(SM-3)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두 가지 MD 시스템의 초기 구축 비용만도 4조 원 안팎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움직임은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을 다녀간 직후에 나왔다.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MD"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전작권 반환 재연기 동의에 대한 선물로 고가의 미국제 MD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점도 시점이지만, 중상층 MD 체계인 THAAD와 SM-3 도입 검토는 "KAMD는 하층 방어체제로 미국 MD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던 정부와 군 당국의 기존 입장과도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명백히 미국 주도의 '지역 MD'로 편입되게 된다. 우선 THAAD와 SM-3는 사실상 한국, 특히 수도권 방어와는 무관하다. 한국을 사정거리에 둔 스커드 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단거리 미사일인 반면에, THAAD와 SM-3는 중고(中高) 고도로 비행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시스템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그리고 괌 방어용 성격이 짙다. 미국은 이들 지역도 한반도 유사시 단일전장권에 해당된다며, 한국이 이들 지역으로 날아가는 미사일 요격에 기여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THAAD와 SM-3 도입 계획은 이에 대한 명백한 화답에 해당되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일본 교토 남부에 X-밴드 레이더도 배치하기로 했는데, 이 레이더는 THAAD와 SM-3 시스템과의 상호운용도 가능하다.
MD는 북핵을 늘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의 미국 MD로의 편입에 고삐가 풀린 양상인데, 그 부작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종심이 짧고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MD가 효과적인 방어체계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재정난과 복지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MD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이 하층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중상층 방어체계로 가는 것은 명백한 미국 MD로의 편입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동아시아 MD 체제를 자신에 대한 봉쇄 정책으로,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의 군사력 균형을 와해시키는 미국 패권주의로 간주해왔다. 한국이 균형을 잃고 미·일 동맹의 MD에 빨려 들어갈 경우, 대중·대러 관계에도 일대 파란을 일어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가장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북핵 문제가 더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MD가 적대국의 핵과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이 MD를 추진하면서 내세운 대표적인 프로파간다이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로 전개되어왔다. MD의 명시적, 잠재적 대상국들인 북한, 중국, 러시아는 오히려 MD를 무력화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길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광고를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다.
MD는 물론이고 '킬 체인'에 필요한 무기체계의 상당 부분도 미국제 무기 수입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여 떠오르는 중국 고사가 있다. 창과 방패를 의미하는 '모순(矛盾)'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스텔스 전투기와 각종 미사일이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북핵을 파괴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MD로 막을 수 있다고 꼬드긴다.
미국이 이러한 장삿속 때문에 북한과의 핵 협상에 부정적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한국이 미국의 장삿속에 말려들면,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공격용·방어용 무기를 사들일수록 북한은 "핵 억제력"을 강화시켜나갈 것이고, 북핵 능력이 강화되면 또다시 한국은 이런저런 무기들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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