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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박건영 제언' 뒤늦게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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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박건영 제언' 뒤늦게 수용

박교수, "상황 바뀌어. 아예 안보내거나 전투병 보내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안보장관관계회의에서 각 부처에 제시한 '파병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13일 발표됐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안 중에서 '독자적 지역을 담당할 경우 치안은 경찰과 군이 담당하면서 한국군은 이를 양성.지도한다'는 것은 정부 1차 현지조사단에 유일하게 민간전문가로 참가했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 10월초 별도의 조사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청와대가 뒤늦게 박교수 제안을 수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를 제안했던 박 교수는 1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치안의 개념이 아니라 전쟁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며 "아예 안보내거나 보낸다면 진짜 전투병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노대통령이 제시한 '파병 가이드라인'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에 비해 현재 이라크 전황이 크게 악화된 만큼 비록 재건부대 형식이라도 파병을 해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박건영 "헌병, 전투경찰, 행정병 등으로 구성해야"**

노 대통령이 정부에 검토를 지시한 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능 중심(공병, 의료)으로 재건 지원을 목적으로하는 비전투병 파병이다. 지금의 서희.제마 부대를 증원하는 방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독자적 지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라도 재건 지원을 중심으로 하되 치안은 이라크 현지경찰과 군이 담당하고 한국군은 이를 양성.지도하는 방안으로 검토하라"고 노 대통령은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두 가지 안 모두 "추가 파병 규모는 3천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추가 파병시 현지의 서희.제마부대원을 포함 약 3천4백여명의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되는 셈이다. 초기에 6백여명이던 서희-제마부대는 교체시 "재건병은 필요없다"는 미국측 냉소에 따라 4백여명으로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제시한 두가지 안 가운데 두 번째는 박건영 교수가 지난 10월7일 정부 1차 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별도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안과 거의 흡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교수는 당시 보고서에서 파병의 명분이 없으며 파병시 미국의 북폭 저지 명분 상실, 미군에게 한국군 종속 강화 등 여러 부작용을 지적하며 파병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미국의 압박 때문에 '부득이하게' 파병할 경우 "파병되는 군은 치안확보와 민사작전이 주임무인만큼 이에 적합한 병력구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라크 경찰력 회복 지원 임무와 시위진압 및 이탈리아군 부대방호를 추가적 임무로 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까나비니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받자 2천3백여명의 군을 이라크 남부 안전지대인 나시리아에 파병한 뒤, 주로 이라크 경찰 양성.지도 업무를 맡고 있었다.

박 교수는 이같은 이탈리아 모델을 예로 들며, 따라서 "파병군은 한국의 헌병대, 전투경찰, 행정병, 그리고 부대방호를 위한 무력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었다.

***현지 경찰 양성.지도해 온 이탈리아도 공격 받아**

그러나 박 교수가 이라크 현지에서 조사 작업을 벌이던 시점인 10월초에 비해 현재 상황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정부 2차 조사단 단장인 김만복 NSC 정보관리실장은 지난 11일 "공격 대상이 미군 및 관련 시설물에서 국제기구, 미국협조 이라크인, 경찰서, 호텔 등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정교한 사제폭탄 및 차량 자폭 테러가 급증하여 대량 피해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 지도층 인사들이 “재건 지원을 위한 비전투병 파병 경우라도 과격 집단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한달여전 박건영 교수가 그나마 안전한 대안이라고 제안하고 정부가 최근 이를 수용한 '이탈리아 파병모델'도 지난 12일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고 이탈리아 군인 등 32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부상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회의가 일고 있다.

또 현지 경찰이나 군의 양성.지도 역할에 대한 인식도 미군 점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친미적 성격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의구심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건영 교수, "아예 안보내거나 보낸다면 전투병 보내야"**

박건영 교수는 이와 관련,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으로서는 '치안 업무'에 주력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치안이라는 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전쟁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당시 제의했던 방법이 적당한가, 노 대통령이 제시한 파병안이 적당한가는 더 많은 조사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13일 발표한 파병 가이드 라인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는 "지금 상황이라면 아예 안 보내거나 보낸다면 진짜 전투 부대를 보내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재건지원 부대'도 결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2차 전쟁국면'으로 진입한 현상황에서 비록 재건부대 성격이라 할지라도 이라크 파병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심사숙고해야 할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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