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인터뷰가 8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다. 지난 2001년 9월, 영화배우 명계남, 권해효씨 영화감독 정치영 김홍준씨 등 영화인 60여명과 함께 ‘조선일보 반대 영화인 선언’을 통해 '조선일보에 대한 기고 및 인터뷰 거부' 입장을 밝힌 이래 한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그였기에 주목된다.
***이창동 장관, 조선일보 인터뷰**
이 장관과의 인터뷰는 서면 질문과 서면 답변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조선일보는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이 장관은 최근 또다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조선일보의 취재요청을 완강히 사양해 왔다. 장관실을 찾아가고, 두 차례 경기도 일산에 있는 자택을 찾아가 자정이 넘도록 기다려도 만나주지 않았다”며 서면 인터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이창동 장관을 "취임초 '특정언론의 개별취재에 응할 수 없다'며 언론을 상대하는 입장을 밝혔던 이장관"이라고 묘사함으로써 이번 인터뷰 성사에 묘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장관의 ‘서면 인터뷰’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응한 장관이 이 장관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장관은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 장관인 동시에,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입장과 가장 ‘코드’가 맞는 것으로 알려져 왔기에 그러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일간지 및 방송사 편집국장들과 소규모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언론, 특히 적대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일부 언론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한 부분이다.
***이 장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입장 변함없어”**
조선일보는 “이 장관이 지난달 22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스크린쿼터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함구로 일관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며 인터뷰에 의미를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 “스크린쿼터를 하루도 줄일 수 없다”는 기존 문화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스크린쿼터 축소 또는 폐지시 장관직을 걸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내가 영화계 출신이라 영화계 이익만 대변해서 버티고 있다고 보는 단순한 시각이나 스크린쿼터 축소 때문에 장관직을 그만둘 거냐 하는 식의 피상적 관심으로 이 문제를 보는 인식에는 답답함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문광부 “기존 입장 밝힌 것에 불과. 크게 의미 안 둬”**
조선일보 보도경위에 대해 문광부 김찬 공보관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스크린쿼터에 대해 문광부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왔던 것이고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이라면서 “조선일보에서 계속 인터뷰 요청을 하고 ‘왜 우리만 인터뷰나 답변을 안 하냐’고 항의하면서 서면인터뷰를 요청해 응했다”고 밝혔다.
김 공보관은 “장관께서는 어떤 인터뷰든 성실하게 임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고, 취임 후 중앙, 경향, 국민, 한국, 매일경제, 내외경제, 한겨레 등과 문화정책 전반에 관한 인터뷰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조선, 동아일보의 경우 어느 정도 보도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같은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번 인터뷰는 정확하게 사실 관계 몇 가지만 언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관께서도 인터뷰에 응한 것”이라며 “우리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조선일보의 인터뷰 요청이 있다면 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으면 개별 언론사와 건건이 하는 것보단 브리핑 제도를 활용한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답했다.
***참여정부 출범후 조선과 인터뷰한 장관은 4명**
이날 인터뷰는 서면으로 어렵사리 이뤄진 것이지만, 그동안 이 장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 일절 응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어떤 방식으로든 조선일보의 인터뷰에 응한 장관은 이 장관을 포함 4명이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지난 4월 조선닷컴과 인터뷰를 했다. 김 전장관은 당시 노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나는 나”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6월11일자에 실린 권기홍 노동부 장관 인터뷰는 정식 인터뷰라기 보다는 기자가 권 장관과 차를 마시면서 나눈 환담을 보도한 것이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지난 7월 취임 직후 조선일보와 전화.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 네번째로 이 장관이 조선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것이다.
***가장 코드 잘 맞는 노대통령과 이장관**
노 대통령은 최근까지 “언론은 언론의 길을 가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길을 가면 된다”며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2월말 첫 내각을 임명하며 장관들에게 "인사차 장ㆍ차관들이 언론사를 방문하는 관례를 고쳐야 한다"며 언론사 방문을 금했다.
또 지난 8월만 해도 장관들과 가진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일부 보수언론이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여러분도 지도자인데 이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으면 그만둬라. 좋은 게 좋다고 하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런 가운데 이창동 장관은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 장관으로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입장과 가장 ‘코드’가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001년 9월 영화인 60여명과 함께 ‘조선일보 반대 영화인 선언’을 발표,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 전개 ▲조선일보에 대한 기고 및 인터뷰 거부 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정부부처로는 처음으로 기자실 개방을 시행하고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출입 제한 하는 등 새로운 브리핑 제도를 시행했다.
***盧, “평소 존경하는 홍석현 회장이...”**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하건대 이 장관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일간지 및 방송사 편집국장들과 소규모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언론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케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KBS, MBC, SBS, YTN, CBS 보도국장 및 연합뉴스 편집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관저에서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그 동안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로 국민께 다소 불안을 드린 점이 있다. 여러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와 언론이 서로 협력해서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었다.
또 다음날인 5일 조선, 중앙, 동아, 한국, 세계일보 편집국장과의 만찬에서도 “서로가 존중하고 이해를 높이자, 무엇보다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 희망을 주는 정부와 언론이 되는데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고 말했다.
더욱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찬은 관저에서 8시 10분경 식사를 마치고 관저 뒤뜰인 청완정에서 동동주를 마시며 격의없는 시간을 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날 만찬은 전날에 비해 1시간 가량 더 긴 3시간30분이나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제1회 아시아 신문업계 대표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아시아 13개국 언론인 25명을 면담한 자리에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에 대해 “평소 존경하는 홍 회장이 이 회의의 의장이라는 점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과거 언론이 정치권력의 탄압을 받던 시절 나도 언론편에서 싸웠으나 지금 언론이 훨씬 자유로워진 다음에는 언론과 권력이 유착 또는 특별한 관계를 가짐으로써 권력과 언론 모두 지나치게 비대한 권력행사를 않도록 노력해왔다”며 “그 변화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으나 이에 관해 적절한 균형점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앞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