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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코엘류, 희생양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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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코엘류, 희생양 만들지 말라"

[프레시안 스포츠] 경질보다 운영시스템 해결이 시급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한 코엘류 감독을 베트남, 오만전 패배의 희생양으로 몰고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일까?

축구계에서는 대표선수들을 충분히 훈련시킬 시간이 없었던 코엘류에게 팀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하며 대안이 확실하지 않은 코엘류 경질보다는 코엘류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힘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야 할 때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축구전문사이트 사커월드(www.soccer4u.co.kr)도 23일 코엘류의 경질과 재신임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4일 1시 30분 현재 코엘류 경질 반대의견을 보인 네티즌들이 총투표인원 4천1백78명 가운데 58.8%(2458명)에 달했다.

<사진> 코엘류

***코엘류 재신임론에 일조한 스포츠조선의 기사조작파문**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아시아컵 2차예선 네팔전이 끝나고 대표팀이 귀국하는 26일 이후 공식기술위원회를 열어 코엘류의 거취에 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엘류 경질을 반대할 뿐 아니라 이번 오만쇼크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쉽게 코엘류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베트남, 오만에게 연패할 때 거세게 불었던 코엘류 경질론이 급격히 그 세력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23일 스포츠조선에 개제됐던 '축구협, 성난 네티즌들 '집단행동' 예고에 긴장'이라는 제하의 기사의 내용 가운데 기자 자신이 축구전문사이트 사커라인에 올려 놓은 글을 그대로 인용보도했던 일이 드러나면서 코엘류 경질설은 역풍으로 변모했다.

'토마토와 계란을 잔뜩 들고 인천공항에 갑시다' 라며 패장인 코엘류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언급한 스포츠조선 스포츠부 기자는 스포츠조선 축구게시판을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려놓았다.

사과문의 골자는 오만전 패배 하루 전 안티축협 홈페이지에는 '지금 타 게시판 상황도 마찬가지겠지요?? 준비물은 토마토와 날계란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봤지만 이후 기자는 사이트가 불안해 열리지 않아 이를 사커라인에 옮겨 놨으며 결코 기사를 조작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쓴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자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은 자신이 다른 사이트에 적은 내용을 갖고 기사를 쓴 스포츠조선 기자를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는 한편 '코엘류 희생양만들기'를 경쟁하듯 보도했던 국내언론의 보도태도에 반기를 들며 코엘류 감독을 재신임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엘류호에겐 필요한건 선장과 선원들의 공동의 시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코엘류호는 출범당시부터 무거운 짐을 안고 출발해야 했다. 월드컵 4강신화의 히딩크 신드롬과 국가대표팀 공,수의 핵 황선홍, 홍명보 공백으로부터의 탈피, 신진 선수의 발굴여부가 무거운 짐 안에 포함된 굵직굵직한 내용물이었다.

한 마디로 코엘류호에겐 팀 재건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월드컵 4강의 단맛을 맛본 많은 사람들은 코엘류에게 팀 재건과정의 핵심요소인 '시간'을 주고 느긋하게 기다리기 보다는 '왜 월드컵때 보여줬던 수비진의 압박이나 활기찬 공격이 사라졌는가'에 대한 추궁에만 열을 올렸다.

여기에다가 축구협회는 월드컵이란 대사를 치르고 난 후여서 인지 히딩크 감독시절처럼 코엘류에게 온 힘을 모아주지 않았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16강안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일념하에 뭉쳤던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의 경우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팀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갔던 히딩크호와는 달리 코엘류호의 돛에는 역풍과 순풍이 번갈아 드나들었다.

코엘류호는 월드컵을 향해 출항하는 히딩크호와 같은 성취동기가 없었으며 선장과 선원들이 공동의 목표의식을 갖고 비바람과 수많은 암초를 이겨낼 수 있는 '공동의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월드컵까지 시간이 촉박해 히딩크 감독이 전권을 갖고 전 기술위원장이었던 이용수 현 KBS 해설위원의 도움을 받아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코엘류 감독은 너무 달랐다. 대표팀도 월드컵 4강이라는 틀안에 갇혀 있었을 뿐 치열한 일보전진을 위한 투지와 노력도 많이 실종됐다.

***코엘류 히딩크가 되느냐 비쇼베츠가 되느냐**

1988년 서울 올림픽 축구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감독을 맡았던 아나톨리 비쇼베츠는 1994년 12월 한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지만 5년전 한국대표팀을 맡았던 크라머 감독의 실패여파로 외국인 감독에 대한 불신감이 커 부임초기부터 반대세력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쇼베츠는 선수선발에 대한 언론과 축구계의 질타를 이겨내고 비쇼베츠 사단의 황태자로 불렸던 윤정환을 축으로 올림픽 예선에서 단 1패도 하지 않고 애틀랜타로 향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은 3-6-1 시스템의 소극적인 수비위주의 축구로 가나에게만 1승을 거뒀을 뿐 멕시코와 무승부, 이탈리아에게 패배하며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비쇼베츠는 퇴임하면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외국인 감독으로서 한국인 대표팀을 지휘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퇴진한 바 있다.

러시아 통역관을 통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비쇼베츠의 마지막 한 마디는 한국축구와 대표팀 선수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을 둔 대표팀 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코엘류 감독도 비쇼베츠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어를 잘 구사해 기술위원들과 직접의사소통이 가능했던 히딩크와는 달리 코엘류는 통역으로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기술위원들과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선뜻 할 수 없는 '언어의 벽'은 코엘류 감독의 대표팀 통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월드컵 4강으로 인한 축구팬들의 높은 기대심리도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팀 재건의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는 코엘류 감독이 경질될 지 아니면 재신임 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코엘류 감독이 비쇼베츠처럼 잠깐 한국대표팀을 맡았던 한 실패한 외국인 감독의 신세가 될 지 결국 팀 재건에 성공해 히딩크와 같은 영웅으로 등장할 지도 알 수 없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코엘류 감독 경질과 재신임 여부만을 따지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월드컵때와 같이 목표의식을 갖고 대표팀운영, 선수발탁 시스템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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