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시리아 공습이 북한 위협 대처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대북 공격 능력을 증강·구체화하고 있어 그 파장이 주목된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5월부터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은 물론이고 대화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해온 중국의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리아 군사공격 방안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1시간 안에 어디든 공격하라"
미국의 최근 움직임에서 주목되는 것은 '재래식 신속지구공격(Conventional Prompt Global Strike, 이하 CPG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CPGS는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1시간 이내에 지구촌 어디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21세기 핵심 군사전략이다.
이 프로그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국은 지구 어디든 핵 미사일뿐만 아니라 '비핵' 미사일도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제안에서 비롯되었다. 뒤이어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도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는 줄이는 대신에, "1시간 이내에 전 세계 어디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 산악 지형에 은신하고 있는 알 카에다 지도부나 북한의 임박한 미사일 공격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 대통령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CPSG는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미사일 방어체제(MD)와 함께 핵무기와 대체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감축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MD와 CPGS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다짐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CPGS와 MD는, 그 명시적인 대상국인 북한과 이란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어 21세기 국제정치의 새로운 문제아로 떠오른 상황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 강국인 미국이 MD라는 방패와 함께 CPGS라는 새로운 화살까지 갖게 되면, 미국의 군사 행동의 자유는 그만큼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만들려고 할 때마다 북한과 이란을 최대 명분으로 내세워 왔는데, CPGS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과 이란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증강되는 만큼, 이들 나라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MD와 함께 CPGS가 필요하다는 담론이 워싱턴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카네기재단의 제임스 액튼(James M. Acton) 연구원이 9월 3일 발표한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CPGS의 실효성과 예산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는 다양한 CPGS 옵션을 모색하고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미 의회도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검토 중인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이다. 육지나 바다에서 로켓으로 발사되는 초음속 글라이더(glider), 바다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공중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이 품고 있는 공통의 특징은 미국의 적대국이나 경쟁국이 보복할 수 있는 거리 '밖'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액튼 연구원은 CPGS가 "억제력을 증강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분쟁 발생 시 확전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CPGS의 공격 대상국이 미국의 발사체를 핵무기로 오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멀리서 날라오는 CPGS를 공격 대상국의 인접국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이 상대방의 재래식 군사력을 공격하더라도 상대국은 이를 자신의 핵무기고에 대한 공격으로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상대국이 미국의 선제적인 CPGS 공격에 의해 핵무기를 비롯한 중요한 무기 시스템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불안해하면, 이러한 무기들을 먼저 사용하거나 사용 위협을 가하려는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마디로 CPGS가 우발적 충돌 및 핵전쟁을 포함한 확전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맞춤형 확장억제" 구체화하는 한미동맹
이처럼 미국이 비핵 능력만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북한을 상대로 '핵우산' 정책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8일 자 <연합뉴스>는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완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미가 지난 10여 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했고, "내달 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서명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보도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 선언적인 차원에서 제공되었던 미국의 확장억제가 '문서화'되고 '작전계획화' 된다는 점에 있다. 정부 당국자가 <연합뉴스>를 통해 "이번에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사실상 작전계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통상적으로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의미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에는 핵우산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과 MD도 포함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위에서 설명한 CPGS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한반도에 우선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크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과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적대 관계에 있는 쌍방의 한쪽이 억제력을 강화하면 상대방도 맞대응을 하는 것은 군비경쟁의 속성이라는 점에서, 북한도 CPGS와 '맞춤형 억제전략'에 맞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억제전략을 작전 계획화할 경우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미국의 핵 투발수단들인 전폭기, 전투기, 핵잠수함의 출몰 빈도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역시 우려된다. 또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세 축 가운데 하나가 MD라는 점에서 한국의 MD 편입 가속화라는 엄청난 비용도 치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유사시에 핵전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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