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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연기, 국내 정치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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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연기, 국내 정치용에 불과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5호 <2>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재연기 추진

박근혜 정부는 전시작전권(이하 전작권)의 재연기를 미국 측에 요청함으로써 전작권 전환문제를 다시 논란의 중심 무대로 끌고 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 반환문제가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분쟁과 국론분열을 초래했던 사안이었지만, 진통 끝에 한미 간 합의사항으로 2012년 4월 17일 반환이 결정되었었다. 하지만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미국 측에 요구해서 반환 시점이 2015년 12월 1일로 한차례 연기되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초 김관진 국방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의 아시아안보협의체(ARF) 회담에서 재연기를 요청한 사실을 미국 측이 공개했다.

당초 합의대로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으며, 연초 국정과제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양국 대통령이 재확인한 사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의 화법에 미묘한 차이가 있긴 했었다. 박 대통령은 전환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한미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및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합의대로 2015년 말에 전환하겠다고 일정을 못 박았다. 화법의 차이가 정상회담에서의 이견을 반영한 것인지는 대화록이 공개(?)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나, 박근혜정부가 이 시점에서 전작권 재연기로 노선을 바꾼 것 아닌가 하는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전직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007년 2월 전작권 환수 합의에 항의하는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튼 현재 한국정부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전작권환수 재연기를 요청하고 있고, 미국의 공식반응은 예정대로 전환하겠다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마틴 뎀프시 함참의장과 새로 부임하는 주한미군 사령관 커티스 스카파로티도 예정된 전환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런 미국의 공식반응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여전히 재연기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서울에서 열린 제4차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며, 10월에 있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최종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미 간 이견조정문제와 더불어 국내적으로도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연기론의 근거와 안보 포퓰리즘

정부가 밝히고 있는 재연기 주장의 근거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성공, 그리고 연초에 이어진 도발이다. 고조된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할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한위협에 대해서는 한미연합사가 더없이 효율적인 구조이고, 미국이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한반도 방위공약에 대해 더 높은 헌신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전협정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까지 치달은 연초의 긴장상황이 국가안보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공약과 초기국정과제로 확정한 주요 정책을 단 몇 개월 만에 변경시킨 이유로는 부족하다. 특히 국론 분열이후 확정된 사안을 합리적인 대국민설명 없이 비밀리에 추진되었다는 자체가 문제이며, 다른 저의를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국내정치관련 부분이다. 이번 전작권환수 재연기 시도를 개별 사안으로 분리해서 볼 수 없는데, NLL을 둘러싼 안보담론의 득세와 개성공단을 포함한 대북강경기조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게다가 선거 때는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던 보수 세력들이 얼마 전부터 이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장단을 맞추듯이 핵심 정책결정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 내 군 장성 출신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외교-안보-정보라인까지 장악한 채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이용하는 일종의 안보 포퓰리즘을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외부적으로 동북아의 전략적 환경이 강경한 대외정책의 토양을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안보 담론이 평화 담론을 완전히 제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원인제공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국내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의 NLL 회의록 전격공개와 전작권 재연기를 통해 맞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남재준 원장은 임명 전부터 일관되게 전작권환수에 반대의사를 표명해왔고, 노무현 정부 당시 이 문제를 주관했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국방장관도 동일한 견해를 표명해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7월 25일 한국국방연구원 포럼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 군 원로들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가 발언이 문제가 되자 정정하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2006년 당시 보수세력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환수 추진을 국익보다 국가의 주권이나 자존심문제와 결부시킨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폈었지만, 전작권환수 재연기를 포함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야말로 정권적 차원의 안보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재연기론의 문제점

안보 포퓰리즘적 성격을 지닌 전작권 재연기 추진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전작권을 이양한지도 60년이 훌쩍 넘고 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며, 국방비 10위와 병력 6위의 선도적 중견 국가임에도 독립국가로서의 가장 핵심적인 군사주권을 가지지 못한 세계 유일의 기형적 체제가 존재가 바로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환수반대론자들이 자주 비교하는 나토(NATO)는 우리와 같이 연합방위구조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나토에서는 특정 회원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 나토의 개입 여부와 내용을 나토이사회에서 합의로 최종 결정하도록 되어있고, 각 회원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2군사령부, 특전사, 수방사를 제외한 주력부대 전체에 대해 미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지만 나토의 미군사령관은 회원국 병력의 10% 남짓에 대해서만 전작권을 행사한다.

군사주권을 돌려받는 일을 민족적 자존심, 감성, 이념투쟁의 차원으로 간주하며, 안보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논리가 오히려 구시대 및 냉전적 발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으로 도발할 능력과 의도는 가지고 있으나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과 의도는 거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이나 한미당국자들도 동의하는 바이다. 또한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차피 우리 군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전작권을 이양하면 안보가 위태로워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세계적 군사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북한 군사비의 15배와 북한 GDP의 2배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지원을 배제하더라도 우세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더욱이 전작권환수가 마치 주한미군철수나 한미동맹 약화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다. 전작권을 가지고 오더라도 한미 간 협의 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면 될 일이다. 한국의 전작권 수행능력을 미국이 인증하고 있고, 또 미국의 대(對)한국 안보공약은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재연기시도의 주요근거로 삼는 것도 어차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미국의 확장억지에 의한 핵우산은 전작권 논란과 상관이 없다.

1차 연기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었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은 거꾸로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이런 도발에서 군 지휘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자체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운용해보지 않고 미국의 입만 바라봐온 탓이 크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북한이 도발을 일삼는 이면에는 한국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제지할 것임을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자주적인 국방력이 중심이 되고, 미국은 지원하는 체제가 당위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가장 바람직하다.

미국의 속내

전작권환수 재연기 요청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 일단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지만, 한국정부의 계속되는 요청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고 있고,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국 측의 연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한국정부가 여기에 기대를 하고 있으나 미국의 전략을 분석해보면 이는 단견이다. 미국은 한국에 전작권을 넘기고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RDF) 위주로 재편해 한반도 이외의 분쟁 지역에도 파견할 수 있도록 활용하겠다는 생각, 즉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는 미국이 2004년 부시행정부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주도한 해외주둔군재배치계획(GPR)의 일환이다. 노무현정부가 2012년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그보다 3년이 이른 2009년 반환을 주장했을 정도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전략도 전작권 반환 문제와 닿아 있다.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적극적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미국의 글로벌전략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을 한국의 일방적 요구로 막을 수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이 부분에서 연기 또는 폐지론자들은 한국이 전작권을 미국에 계속 맡기는 것이 그래서 한국의 경비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 구도에서 우리가 떼를 쓴다고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1차 연기 때처럼 동맹국의 거듭되는 요청을 감안해서 연기를 해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전략변화 없이 몇 년 미루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우리가 일방적으로 요청할 경우 한국의 저자세를 십분 활용해서 앞으로 여러 가지 한미 간 관련 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이 미국의 방위력 제공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다수 여론이 한국이 충분한 자체방위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에 무임승차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자국민 설득을 빌미로 한국 측의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예정되어있는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은 물론이고 한미원자력협상, 차세대전투기(FX)사업을 포함한 무기구입, 그리고 MD 참여 문제 등에서 한국의 대미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한국의 MD 참여 여부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양국이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방어 체제에 투자하고 있으며, 양국 군대의 공동 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국방부는 여전히 한국의 미국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한·미·일 MD 합동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나, 3세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포함해 MD 무기체계의 도입계획이 있는 등을 미루어 신뢰하기 어렵다. 방위비분담은 천 억대의 차원이지만, MD나 전투기 구입 등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차원이다. 겨우 몇 년의 환수 연기를 위해 이런 큰 손실을 감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망과 대책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재 한미 간 전작권환수문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연기를 요청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일단 예정된 대로 반환하겠다는 입장이다. 2010년의 1차 연기 때와 유사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이유로 환수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은 예정대로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을 부시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3년간의 연기가 이뤄졌다. 진보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끝나고 전면적인 친미정책을 내세우고 접근해오는 이명박 정부의 부탁을 미국은 끝까지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미 FTA 재협상과 대량의 무기구매, 그리고 친미일변도의 대외정책 등은 연기수락에 대한 보상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재연기 시도 역시 마지막 순간에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럴 경우 반대급부가 사전 담보되거나, 적어도 그것이 부채가 되어 한국의 향후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크게 얻을 것이 없는 전작권환수 재연기를 중단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 자산을 위한 안보 포퓰리즘의 일환이라면 더더욱 중단해야 한다. 전작권을 환수 이후 생길 수 있는 공백은 양국의 협의 하에 차근차근 메워나가면 된다. 60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지휘 책임을 가져온다는 것이 불안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하루빨리 가져와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지적되어야 하는 사실은 한미연합사 체제의 실체다. 연합사라고는 하지만 동등한 전력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정보전이나 여타 첨단 분야는 미국이 전담하고, 한국은 재래전과 보병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양국 군대가 한몸이라지만 절반씩 대칭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머리와 심장을, 한국은 몸과 팔다리를 구성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다. 북한은 물론이고 격동하는 미래의 동북아 국제정치를 감안했을 때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와서 서둘러 핵심 및 첨단 분야를 보완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예정된 환수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이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9·10월호(제25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박근혜정부 6개월 평가 : 기대와 우려'입니다.

* 원제 : 전작권환수 재연기 시도와 안보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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