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21일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강재섭 김덕룡 최병렬 의원 등도 조만간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어서 각 선거캠프는 그동안의 탐색전을 접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서청원, "총선 직후부터 개헌논의 본격화"**
서 전 대표는 21일 오후 5시 여의도 63빌딩에서 후원회를 열고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앞서 이재오 김형오 의원 등이 당권도전을 천명했으나, '빅4'로 꼽히는 당권 주자들 가운데에선 서 의원이 처음이다.
후원회에 앞서 배포한 '당 대표경선에 나서며'라는 원고에서 서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원내 제1당이 돼서 국무총리와 내각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위태로운 정권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원내 제1당이 내각을 맡아 국정의 절반이라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이날 "권력구조 문제도 2006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총선 직후에 논의를 시작해서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 짓는 게 국론분열과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 대표가 되면 권력구조 개편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각제나 4년 중임제 등 특정한 권력구조 형식을 꼬집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서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제기돼 온 당 일각의 내각제 주장과 맞물려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병렬 의원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내각제에 회의적이며, 그보다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김덕룡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거로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고, 강재섭 의원은 현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대통령제 고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헌에 대한 '빅4'의 인식이 이처럼 극명하게 대립되면서 이번 한나라당 대표경선의 정책적 화두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지향하는 이념이나 나머지 정책 분야에서는 경선 주자들 사이에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개헌론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쇄신연대' 등 개혁파 의원들이 요구하는 지구당위원장직 사퇴 문제나 대변인제 폐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대부분 일치해 주요 쟁점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빅4' 혼전 속에 서청원 최병렬 양강구도 점치기도**
하지만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과열, 혼탁 분위기가 목격되는 한나라당 대표경선은 정책적 차이보다는 후보 간 비방전과 물밑 '세 불리기'가 당락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대립전선은 경선 불출마 선언을 뒤엎은 서 전 대표에 대한 강재섭 김덕룡 최병렬 의원의 협공이다.
서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강재섭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파기한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한나라당은 '불임정당'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김덕룡 의원은 "정치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고 그래서 서 대표도 스스로 불출마 약속을 한 것인데 그 말을 뒤집고 나오면 당이 시끄러워 질 것"이라고 공격했다. 최병렬 의원측도 "질수도 없고 져서도 안되는 선거에 패배한 데 대한 책임도 안지고 약속도 안지키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당의 단합과 개혁, 미래와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측은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과 촛불시위, 김대업의 거짓 폭로 등이 터질 줄 누가알았느냐"며 "어찌보면 대선승리를 도둑질 맞은 것인데 열심히 일한 사람만 언제까지 뒤집어 써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내년 총선의 지도력에 대한 판단도 한나라당 경선의 중요한 변수다. 서청원 전 대표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검증된 지도력을, 최병렬 의원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빅4' 중 유일한 50대인 강재섭 의원은 세대교체 리더십을, 김덕룡 의원은 5, 6공 수구세력을 대체한 변화와 개혁의 리더십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빅4'의 명분 싸움 속에서도 판세는 지역구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PK(부산경남)의 최병렬, TK(대구경북)의 강재섭, 호남의 김덕룡, 충청의 서청원 구도는 앞으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주자들은 수도권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보고 이 지역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빅4'의 혼전구도가 전개되고 있어 판세를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나, 당 안팎에선 서 전 대표와 최 의원의 치열한 각축 속에 강, 김 의원이 그 뒤를 추격하는 양상으로 보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당 쇄신이나 개혁요구에 비춰보면 강재섭 김덕룡 의원이 힘을 받아야 하겠으나, 총선을 바로 앞둔 당 내부의 역학구도상 아무래도 서청원 최병렬의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6명의 당권주자들 사이의 막판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당권경쟁의 윤곽을 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조심스런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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