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요일인 4일 아침 청와대 참모진과 일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 이날 라운딩에는 인태 정무수석, 이해성 홍보수석, 반기문 외교안보보좌관, 김희상 국방보좌관, 김진표 경제부총리, 김화중 복지부 장관 등 12명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경호상의 문제 등을 들어 시간과 장소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일반 손님들의 불편 가능성에 대해 한 관계자는 "아침 일찍 하고 나올 계획이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청남대 경내 미니 골프장에서 정대철 민주당 대표, 김종필 자민련 총재, 이원종 충북지사와 9홀을 소화한 데 이어, 18일 같은 곳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 및 송인성 양방 주치의 등과 함께 5홀 가량을 돌았다. 그러나 18홀 규모의 정식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것은 취임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핸디캡 28수준이고, 권양숙 여사는 싱글 수준의 실력자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것은 애당초 논란거리가 못된다. 대통령의 건강관리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했다는 말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돈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쓰고 골프도 쳐야 소비 진작 등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직접 라운딩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말헸다. 또 당선 직후 수술받은 허리 디스크가 거의 완치됐다는 것을 홍보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이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실언이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은 사스때문에 해외골프여행을 나가지 않는 골프매니아들 때문에 주말은커녕 평일에도 2~3주전에 예약해야 간신히 부킹이 가능할 정도로 '절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스 발병후 하루에 1천명이던 해외골프 여행객 숫자는 1백명으로 격감했다는 게 영종도 국제공황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처럼 골프장이 전례없는 '사스 특수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마당에 "골프도 쳐야 소비 진작 등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한 청와대 관계자 발언은 대통령을 욕보이는 발언이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세간에서는 이같은 청와대 보좌진들의 그릇된 인식이 최근 기업의 골프, 룸살롱 등 향락성 접대비를 손비처리해주지 않으려던 국세청 개혁을 재경부에서 "경기 위축이 우려된다"고 백지화하고 청와대가 이를 추인한 과정에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골프장 업자는 "골프장 접대비를 손비처리 안해줘도 절대 부족인 국내 골프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국세청이 골프장 이용료의 손비처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카드 대신에 현찰로 골프를 치는 이들이 늘어 간만에 현찰 좀 만져보나 싶었더니..."라며 손비처리 백지화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 보좌진의 경제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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