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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안 치면 되지"?

<데스크 칼럼> '유흥성 접대비' 폐지를 둘러싼 저항을 보고

지난해에만 1조8천여억원에 달한 룸살롱과 골프 등 '향락성 접대비'를 손비 처리대상에서 제외하겠으며, 앞으로 국세청 직원들은 골프 부킹 민원을 하지 말라는 이용섭 국세청장의 방침에 대한 일부 정부부처와 언론 등 기득권층의 반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계속 되는 반발**

다음은 중앙일보 11일자 2면 박스기사의 한 토막.

"이청장의 골프 실격은 수준급이다. 평소 80대 스코어를 기록하며, 소문난 장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골프장 금족령을 내린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관가 일각에선 "자기만 안하면 되지, 굳이 '선언'하듯 밝힐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섭 국세청장의 이번 방침이 마치 '청와대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식의 뉘앙스가 읽히는 기사다. 또한 이 청장이 수준급 골퍼가 되기까지 과연 제 돈으로 쳤겠느냐는 비아냥도 읽힌다.

일부 정부부처의 노골적 반발도 읽힌다. 다음은 한국일보 11일자 경제섹션 톱기사.

"재정경제부는 최근 국세청이 골프장과 유흥업소에 대한 지출을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관련, "골프장과 같은 특정업종에 대한 지출을 접대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인세법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10일 "법인세법은 세금을 내는 절차를 담은 법률이지 특정행위를 규제하는 형사법이 아니다"며 "골프장, 유흥업소 지출을 접대비에서 제외하기 위해 세법을 고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정 차원에서 골프.유흥업소와 관련한 기업의 지출내역을 조사해 경영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만 안하면 되지"라는 비아냥의 허구**

이같은 일련의 기사는 지금 이용섭 국세청장의 향락성 접대비 근절 시도에 대해 지금 우리 사회 기득권층, 그 중에서도 특히 접대의 대상인 일부 정부부처와 언론의 거부감이 얼마나 큰가를 감지케 한다.

이들은 왜 반대하는가.

우선 중앙일보가 전한 "자기만 안하면 되지"라는 논리부터 살펴보자.

이는 시쳇말로 이청장이 청와대 눈치 보고 '알아서 기는 게 아니냐'는 식의 냉소적 반응이다. 어찌 보면 이해도 가는 반응이다. 역대정권 초기마다 골프 금족령이 내려졌다가 얼마 뒤 흐지부지 풀린 일이 숱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청장이 지금까지 '제 돈'으로 골프를 쳐 오늘같은 수준급이 됐겠느냐는 반론도 아마도 맞는 지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 안하면 되지"라는 반론의 이면에는 '도덕적 불감증'과 '기득권 의식'이 짙게 배어있다.

이청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국세청장 재임기간 중에는 골프를 하지 않겠다"며 그 이유를 "골프를 하려면 내가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현재 봉급수준으로는 남의 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청장의 말은 뒤집어 보면, 그동안 자신이 '남의 신세'를 지며 골프를 쳐왔다는 고백이기도 하며 앞으로는 '남의 신세'를 지며 살지 않겠다는 공개다짐이기도 하다.

이런 자세를 꼭 '청와대 눈치보기' 같은 색안경으로 바라봐야 할까. 만에 하나 이청장이 그런 순수하지 못한 속내를 갖고 이런 대국민 약속을 했더라도, 이를 계기로 '남의 신세로 치는 골프', 이른바 '접대용 골프'를 이 땅에서 몰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게 공직자와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자기만 안하면 되지"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이 답해야 할 대목이다.

***재경부 '내수부양론'의 허구**

재정경제부의 "세법은 못 바꾸겠으니, 현행 세법내에서 국세청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라는 식의 반발도 한심스럽기란 마찬가지다.

조세개혁은 '세법(稅法)'과 '세정(稅政)' 두 축의 개혁이 동시에 작동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이런 마당에 세법 개폐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가 "나는 못하겠다"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세제개혁에 대한 정면도전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재경부는 국세청의 '유흥성 접대비' 폐지 움직임이 시작되자 '불경기'를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경기를 부양해도 부족한 판에 내수경기를 죽일 일 있냐는 식의 반발이다.

물론 1년에 1조8천여억원의 거액이 끊기면 골프장과 룸살롱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돈이 소모성 접대에 쓰이지 않고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직원 복지 등으로 사용된다면, 국가경제는 지금보다 몇배나 튼실해질 게 분명하다.

경기침체 운운은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식 자기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퍼블릭 골프장 허가규제 완화 등을 추진중인 재경부이고 보니, 이해가 가는 일이기는 하나...

***청와대 대응 주목할 때**

국세청의 향락성 접대비 폐지 움직임에 대한 일부 부처와 언론의 반발을 다룬 기사가 나가자, 11일 오전 한 중견 경제전문가가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정부부처에도 민간인 파견 형식으로 수년간 깊숙이 관여한 바 있어 누구보다 공무원 사회의 메커니즘에 밝은 이였다.

그는 정부부처와 언론의 반발에 대해 탄식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썩었다는 일본 관료들도 업자들과 점심을 먹거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을 못하고 있다. 골프를 함께 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고.
그런데 어찌 된 게 우리나라 관료들은 골프를 함께 치고 술을 접대 받는다는 것을 너무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찰만 직접 받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과장급만 돼도 몇달씩 골프 약속이 잡혀있기 일쑤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제 돈 내고 골프치는 기자가 과연 얼마나 되냐."

"골프장 한번 나가면 25만원에다가 식사 등등을 하면 1인당 50만원은 너끈히 든다. 룸살롱에 가도 1인당 최소한 50만원은 들게 마련이다.
이런데도 불경기 운운하며 유흥성 접대비를 없애선 안된다고 주장하니,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즐기고 있는 기득권을 놓기 싫은 것이다."

"개혁은 거창한 데서가 아니라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유흥성 접대비만 없애도 정말 공무원 사회와 언론이 정말 많이 깨끗해질 거다. 수십만명의 젊은 아가씨들이 모여있는 유흥가도 저절로 사그러들고, 세계최대 양주수입국이란 오명도 사라지며 국제수지도 좋아질 것이다.

이런 개혁이야말로 청와대가 국세청에 힘을 실어줘 강력히 밀어부쳐야 할 개혁이다. 아마 이런 개혁도 못한다면 국민들은 영원히 노무현 정권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그는 "요즘 골프장에 가보면 부킹난(難)을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는 부킹난이 아니라 모럴"이라고 결론을 냈다.

청와대의 대응을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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