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국언론의 최희섭 평가

[프레시안 스포츠] NL 방어율 1위 벤슨에게 결정타 뽑아내

최희섭 선수는 18일(현지시간)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4게임 연속홈런에는 실패했지만 경기전까지 내셔날리그(NL) 방어율 수위를 달리고 있던 크리스 벤슨에게 1회초 2타점짜리 2루타를 기록해 시카고 컵스의 7대2 승리를 견인했다.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상승세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말을 했던 최희섭은 오늘 경기로 타율 3할6리, 10타점을 마크했다. 최희섭의 가공스런 약진이다.

***"최희섭은 장타력에 선구안 겸비한 대어"**

당연히 최희섭을 대하는 미국언론들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지금까지 미국언론의 평가는 "엄청난 파워배팅에 선구안을 겸비한 주목해야 할 신인선수"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엄청난 거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최희섭은 최근 3경기 연속홈런과 팀내 장타율 1위(6할9푼4리)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힘에서 다른 선수를 압도했다. 18일 피츠버그의 경기에서도 최희섭은 벤슨에게 2루타를 뽑아내기 전에 장외로 나가는 가공스런 파울을 쳐내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방송 ESPN의 인터넷판은 18일"최희섭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올 시즌 43개의 홈런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언론이 최희섭을 더욱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의 빼어난 '선구안'에 있다.

시카고선타임즈는 18일 기사에서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의 5번 타자자리를 잘 해낼지 의문이 들었다"며 "하지만 최희섭은 연일 계속되는 장타로 이런 부담을 털어버렸으며 신인타자로는 15개의 볼넷을 얻어낼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나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시카고선타임즈는 "최희섭이 1953년 짐 길리암 이후 내셔날리그 신인으로는 최초로 한 시즌 1백개의 볼넷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한 훈련으로 특급유망주 대접을 받았던 최희섭은 유력한 내셔날리그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바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희섭에게 18일 경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선발투수가 다름아닌 크리스 벤슨이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벤슨은 최희섭이 3경기 연속홈런을 기록할 때 맞붙었던 투수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크리스 벤슨은 경기전까지 방어율 0.83으로 내셔날리그 방어율 1위라는 기록이 말해 주듯 내셔날리그의 정상급 투수이다. 공 끝이 살아있는 시속 1백55Km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벤슨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선발될 만큼 엘리트 코스를 받아왔던 투수이다. 크리스 벤슨은 클렘슨 대학에서 빌리 코치(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함께 대학최고의 마운드를 형성했고 이후 피츠버그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이런 거물 투수에게서 결승 2루타를 뽑아냈으니, 최희섭의 주가가 나날이 급등할 수밖에.

현재 시카고 컵스는 11승6패로 내셔날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컵스의 상승세에는 소사, 알루, 최희섭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자신과 흡사한 광주일고의 왼손 거포 최희섭을 보며 "해태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수"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최희섭은 이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성적도 좋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말처럼 최희섭이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루키 시즌을 마감하기 바란다. 단체스포츠에서는 팀 성적이 좋아야 개인의 활약이 더욱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