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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젊은이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거듭나길”

새 지도부의 합법화 선언을 통해 본 한총련의 어제와 내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11기 의장으로 '한총련 합법화'를 내세운 연세대 정재욱 총학생회장이 당선되면서 한총련이 '합법화'와 '대중성 회복'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총련 합법화 선언으로 새로운 전기 마련 기대**

한총련 정재욱 신임의장은 14일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4월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학생운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총련은 내부적으로 합법화와 함께 대중적인 학생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장은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새로운 학생운동체 건설과 관련해 사회 각계 인사 및 타 학생조직과의 공청회를 통해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원칙을 담은 새로운 학생운동 강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줄곧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 검토'를 지시했고, 강금실 법무장관도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히는 등, 새 정부에서도 한총련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밝혀왔다. 따라서 다음달 11기 한총련 출범식을 앞두고 '한총련 합법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총련 이적단체 굴레 속에서 10년간 수배 도피**

한총련은 전대협을 전신으로 93년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를 표방하며 출범했으나, 96년 연세대 통일축전 폭력 사태, 97년 6월 한양대 이석기씨 치사사건 등으로 사회적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고, 검찰은 한총련강령 중의 '연방제 통일방안'이 북한의 통일방안과 같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대법원도 98년 "한총련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노선과 활동을 찬양, 고무하고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규정했고, 경찰은 이후 한총련 대의원대회, 출범식 등을 원천봉쇄하고, 탈퇴서를 쓰지 않는 대의원에 대해서 이적단체 구성원으로 자동수배하고 구속하는 일을 매년 되풀이해왔다.

따라서 각 대학 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수배자의 신분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돼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학업과 가정문제까지 일으키는 등, 정치사상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과 더불어 인권문제로까지 비판받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문제제기의 중심에 있었다.

***한총련, 대부분의 이적 근거 철회**

한총련도 이런 부정적 사회 인식과 활동범위 축소에 조직 자체 존립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근거였던 한총련 강령 중의 '연방제' 부분을 '6.15공동선언'으로, '미국을 반대하고'라는 부분을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부당한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의 지배와 간섭을 막아내고'로 바꾸는 등, 이적단체 규정 해제를 요구하며 자구의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과 경찰은 한총련의 '반미주장과 국가보안법 철폐'가 '북한 주장의 추종'이라는 근거로 국가보안법 위배에 따른 수배, 구속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한총련은 이에 대해, 보수권의 정치적 굴레라고 주장해오던 중 새정부의 '전향적 검토'로 인해 합법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한총련의 대중성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

그러나 한총련의 합법화 노력은 단순히 정치적 탄압을 피하자는 목적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학생운동 전체가 위기라는 의식이 팽배해졌고, 그 중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학생운동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가 대중성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96년 연세대 사태나 97년 한양대 사태 발생의 원인과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떠나서, 한총련은 대중들에게 '친북적 과격 단체'로 비춰져 왔고, 특히, 96년, 97년 한총련 관련 사태를 청소년 시절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총련에 대한 거부감이 대학 내에서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학생운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실시 된 학부제와 모집단위 광역화로 인해 대학 내 단체 중심의 문화가 개인주의적 문화로 바뀌어,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조직중심적인 한총련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의 개인화로 인해 학생회 입지 계속 줄어들어**

2000년 이후, 한총련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50% 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며 단과대학은 아예 후보가 출마하지 않아 학생회가 없는 대학도 상당수이다. 또한 이전에 비해 한총련 소속 학생회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은 최근 대학생들의 탈정치적 성향에의한 것도 있지만, 그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조직유지에만 급급했던 학생운동권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운동의 변화 노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총련은 그 동안 의장 투표시 위임장 투표, 간부의 자기추천, 상위집중식 간부조직 등으로 인해 '비민주적인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친북적 이념 성향, 맹신적 의장 추대 문화 등으로 일반 대학생들의 거부감을 사왔다.

***한총련이 합법화만으로 대중성을 회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

또한 이번 신임의장의 '합법화', '발전적 해체' 선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한 학생운동가는 "한총련이 합법화만으로 등을 돌린 학우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한총련이 일반 학우들과 대중들에게 외면당해 활동이 위축된 원인에 대해 뿌리 속 깊은 곳까지 반성하고 대안을 내놓는 구체적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도 "한국의 진보운동은 4.19, 유신철폐운동, 80년 서울의 봄, 87년 6월 항쟁 등 학생들이 주도해왔는데, 최근 학생운동이 과거와 같은 선도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총련이 대중에게 호소력을 얻을 수 있는 운동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00년대 젊은 세대는 붉은악마 세대**

시민단체의 한 간사는 "최근의 한국 젊은 세대들은 2002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학생 부재자 투표운동, 여중생치사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 최근의 반전평화시위를 통해 얻은 '거리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거리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들이 이전의 학생운동권과 다른 점은 '탈 이념적'이며 '개인의 자발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라며 "한총련이 2000년대에 8,90년대 운동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은 데, 2000년대 들어 바뀐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총련, 국가보안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밝혀야**

한총련의 합법화 선언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일부에서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던 한총련이 이적 규정 철회를 위한 강령개정으로 국가보안법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기 부정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한총련 의장선거에서 정의장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통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치른 끝에 간신히 당선돼, 아직 한총련 내부에서도 완전한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중성의 확보가 '선언'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족해방(NL)계열이 주축인 한총련이 정의장의 말처럼 과연 민중민주(PD)진영과 비운동권 학생회를 포함한 학생운동체를 꾸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대학 내 총학생회장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 한총련처럼 총학생회 중심의 운동조직 자체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젊은이다운 패기와 순수한 열정으로 거듭나길"**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총련이 개혁을 선언한 것은 고립돼 가던 학생운동이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므로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가다.

91년 전대협 간부를 지냈다는 이모씨(34)는 "이번 신임의장의 '합법화'와 '발전적 해체'선언이 학생운동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운동에 대한 넓고 깊은 논의의 장을 형성해, 장차 이 사회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패기와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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