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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좋아하거나 오해하지 말라"

<미국언론이 본 아랍인의 반미감정> "미국보다 후세인을 더 미워한 것일 뿐”

TV 이미지로 조작된 후세인 동상철거가 아랍세계의 단결과 복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지 알 리야드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폭동과 분노가 시민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짙다"고 경고했으며 자살폭탄과 약탈에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바그다드의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군이 최대한 빨리 이라크를 떠났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카이로발로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이 아랍권에 일으킨 분노와 좌절을 전했다. 이 신문은 'TV 이미지들이 야기시킨 분노, 충격, 반발의 경고(TV Images stir anger, shock and warnings of backlash)'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의 냉엄한 현실은 아랍세계에 또다른 전쟁의 징후를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승전국인 미국의 언론을 통해 드러난 아랍세계의 반미감정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카이로에 위치한 정치전략연구소 아람 센터의 정치평론가 디아 라슈완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미국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미국인과 미국방송사는 지금 행복감에 젖어 있지만 그들이 (TV 수상기를 통해) 본 것은 우리가 실제로 본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라슈완은 "아랍세계는 매우 좌절하고 있으며 내가 미국에게 반복해 얘기하지만 진정한 전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행복감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 방송사의 조작성 보도는) 아랍세계의 분노만을 증가시킬 것이다. 아랍인들은 미군의 점령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를 작성한 에밀리 왁스와 알리야 이브라힘 등 2명의 기자는 카이로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사람들은 이라크군의 무기력한 패배에 대한 실망감과 미국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표출했다고 전했다.

28세의 빌딩 안내원 에마드 모하메드는 "우리는 우리가 잘 했다고 생각했다. 아랍인들은 다시 싸울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라며 "후세인은 지금 어디 있을까?"라고 말했다.

베이루트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는 바셈 제인은 "나는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을 믿을 수 없으며 심한 실망감에 휩싸여 있다. 미군이 싸움도 하지 않고 바그다드에 입성한 것을 보며 나는 좌절했다. 이건 너무 하다"고 밝혔다.

이라크 사람들이 바그다드에서 미군과 악수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던 리야드에 있는 무역회사 간부 아메드 사미르는 "나는 너무 싫다. 이라크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그들이 미국보다 후세인을 더 증오했기 때문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몇몇은 이번 바그다드 함락의 TV 이미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의 점령을 다뤘던 TV 이미지와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카이로에 있는 한 서점에서 TV를 지켜보던 샤반 모하마드는 "안돼"라고 소리치며 "만약 미국이 진정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미국은 모든 아랍 지도자들을 축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단지 (이라크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을 보호해주고 중동지역에서 석유를 통한 치부를 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사람들은 미국의 바그다드 함락장면을 TV로 보면서 "우리는 전혀 다른 전쟁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람들이 이라크 해방이라고 생각했던 후세인 동상 철거장면은 아랍권 사람들에게는 미국의 위선과 침략으로 비춰졌다.

카이로의 카페와 베이루트의 대학가에서 만난 몇 사람들은 미국은 TV 이미지로 사실을 조작했다는 말을 했다. 그들이 지적한 미국방송사의 이미지 조작은 미군의 바그다드 입성을 환영하면서 정부건물에서 약탈을 일삼고 후세인의 벽화, 초상화들을 파괴하는 이라크 사람들의 모습이다.

카이로에서 사람들이 빽빽한 이발소로 들어가고 있던 오사마 아와드는 "미국의 바그다드 입성에 환호하는 이라크 사람들은 멍청한 미국 스파이같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파르두스 광장에 있는 후세인의 청동상이 해머로 깨지는 장면을 TV로 봤을 때 괴로워 했다는 아와드는 "미국사람들은 TV 이미지를 조작해 이라크 사람들의 '행복'을 말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결국 이라크의 석유를 약탈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몇몇 아랍 방송국은 후세인의 청동상이 철거되는 장면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것과 비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랍 방송국은 미 해병이 후세인의 얼굴에 성조기를 씌우는 장면에 주목했다.

알 자지라의 앵커는 이 장면을 보고 "새로운 이라크는 미국적 취향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알-아람 위클리의 편집국장 하니 슈칼라는 "미국인들이 후세인의 초상화를 자신의 신발로 짓밟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을 TV 화면으로 보면서 느끼는 건 아랍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슈칼라는 "우리는 자국 지도자의 동상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에 분노하는 이라크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아마 후세인이 축출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같다. 하지만 몇 주안에 그들은 조지 부시의 초상화에 똑 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어제 저녁 TV 뉴스는 이미 이라크의 미래에 대해 분석보도를 내놓았다.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와 사우디의 외무장관 사우드 파이잘은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MENA 통신을 통해 "이라크는 가능한한 빨리 자국의 통치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TV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갈등이 해결될 때만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사우디의 정치평론가 투르키 하마드는 "아랍권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국과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는 팔레스타인 문제뿐"이라고 언급하며 "만약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랍권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를 통해 강조된 또 한 가지는 유엔이 전후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아랍세계의 목소리였다.

카이로 대학의 정치학과 학장인 하산 나사는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 보호와 석유 확보를 위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는 아랍권의 의혹을 일축하기 위해서는 전후 이라크 재건을 유엔에게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사람들은 후세인에 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 카이로의 빈민층 사람들은 후세인이 다시 나타나 미국에 맞서 싸우며 아랍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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