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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민간인 피해 보도 안한 건 단지 취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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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민간인 피해 보도 안한 건 단지 취향의 문제"

美 대학교수가 비판한 미국방송의 ‘이미지 조작'

9일(현지시간) 바그다드 함락소식을 전하며 미국언론들은 일제히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과 이에 환호하는 바그다드 시민들의 모습을 되풀이해 중계했다.

이 장면을 본 미국 텍사스대학의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로버트 젠슨은 10일 알 자지라의 영어인터넷판에 긴급기고한 글에서 미국언론들이 이번 전쟁에서 어떤 이미지 조작을 해왔는가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로버트 젠슨 교수가 '미국방송국들이 선택한 이미지와 무시한 이미지(The images they choose, and choose to ignore)'이란 제하로 소개된 글의 주요 내용이다.

***후세인 동상의 성조기가 이라크기로 바뀐 속내**

후세인 동상이 쓰러지는 모습은 이번 이라크 전쟁의 결말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미국이 이라크인을 해방시켰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9일 오전 방송국들은 팔레스타인 호텔 근처에 있는 후세인 동상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었다. 이라크인들은 동상의 받침부분도 부수기 전에 머리너머로 밧줄을 던져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리려고 했다. 마침내 미국의 장갑차는 후세인 동상을 바닥으로 끌어내렸고 군중들은 이 모습에 환호했다.

후세인 동상이 사라지면서 이라크 사람들은 잔혹한 후세인 독재정권의 종말에 대한 기쁨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전에 지적한 바와 같이 한 장면이 전체를 다 말해주지는 못한다.

한 가지 확실한 문제는 후세인 동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동안 아주 짧은 순간이기는 하나 세계의 시청자들은 미군 병사가 후세인의 얼굴에 성조기를 두르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미군 병사가 후세인 얼굴에 두른 성조기는 그러나 곧바로 이라크 국기로 바뀌었다. 미군 지휘관들은 성조기를 게시하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점령과 지배'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방송들은 이 장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NBC 앵커 톰 브로코는 "알 자지라가 미국 방송에서는 소홀히 다루었던 성조기 게시 사건을 비중있게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

'성조기 게시 사건'에 대한 보도태도 외에도 미국방송과 알 자지라등 다른나라 방송들은 이라크 희생자들에 대한 보도에서 큰 차이점을 보였다.

비록 미군은 계속적으로 '정밀폭격'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군의 폭격은 수 많은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와 부상자를 양산했으며, 현대 무기가운데 가장 무차별적인 살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집속탄도 사용했다.

국제구호기구 적십자의 관리는 수십명의 팔다리가 잘려나간 여성과 아이들의 시체를 예로 들며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 민간들의 희생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미국을 강력히 성토했다.

그러나 미국 시청자들은 다른 나라의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이라크 전쟁의 어두운 뒷면을 보지 못했다. 왜 미국 방송사는 (이라크 전쟁보도에) 다른 국가 방송사들과 다른 기준을 세웠을까?

CNN의 아론 브라운은 미국 방송의 이런 결정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브라운은 대량살상무기나 이라크 민간인 피해자의 참상은 전쟁의 폭력성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런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단지 취향의 문제"라고 밝혔다.

과연 미국과 다른 국가의 방송들 중 어느 쪽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진실을 더 잘 말해주고 있을까. 전황과 전쟁분석보도에 어떤 화면을 삽입할 것인가라는 방송국의 결정은 방송국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장면해설을 해주는 것만큼 중요하다.

***독재가 사라졌다는 기쁨이 미국의 점령을 기뻐하는 것은 아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이라크 전쟁의 결말을 의미하는, 바그다드 거리를 활보하는 미군들의 모습은 후세인 독재체제의 종식과 아울러 미국 주도로 12년간 지속된 이라크 경제제재조치의 종식을 의미한다. 대다수 이라크인들은 경제제재조치로 인해 가난에 허덕이게 됐으며, UN보고서에 따르면 약 50만명의 아이들이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이같은 가혹한 경제제재조치로부터 해방되는 까닭에 지금 이라크인들은 해방감을 느끼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마도 이라크인들은 곧 미국 정부가 이라크의 복지와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지 않나를 알게 될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지난해 아프카니스탄 사태를 통해 미국 정치인들이 "고통받는 아프카니스탄 국민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렸는지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지켜봤던 이라크인들의 환호 장면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후세인 독재가 사라졌다는 기쁨이 곧 미국의 점령을 기뻐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복잡한 정치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극적인 장면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이라크전쟁의 실체를 찾건 못찾건 간에, 이라크인들은 여전히 냉엄한 현실속에 살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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