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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반대하나 파병에는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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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라크전 반대하나 파병에는 찬성"

김수환추기경 발언 파문, 교황 입장과 어긋나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이 이라크전 파병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추기경은 29일 오전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하는 데 있어서 어느 한쪽을 편들어 파병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가 나름대로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보다 깊은 뜻에서 파병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실상 파병을 지지했다.

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25일 전세계 군대의 가톨릭신자 군인들에게 보낸 "바티칸의 인도주의적 법률에 기초한 바티칸의 방침을 수행하라"는 메시지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가톨릭 내부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전쟁은 반대하지만 파병에는 찬성?**

김 추기경은 이날 방송에서 우선 "특별히 세계 여론도 그렇고 '교황님'께서도 간절히 전쟁을 말리셨음에도 불구하고 부시정권이 전쟁을 감행했다. 자기들 목표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결국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리게 되고 많은 것이 파괴된다. 평화를 얻는 데 전쟁을 한다는 것은 알아듣기 힘들다"고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우리군의 파병 문제에 대해선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 발언권을 더 갖자는 취지에 파병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겉으로 보기엔 파병 얘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 평화 해결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상 파병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추기경은 이어 "정부는 파병을 해도 그 파병이 실질적으로 전쟁이 거의 끝난 다음에 보내려고 하는 것 같고 또 보내도 군대는 군대지만 공병이나 의료부대를 보내는 것인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복구하고 전쟁으로 일어난 부상자 치료목적에 관한 것이라 하면 한마디로 파병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얼른 판단이 안 선다"고 정부 논리를 재차 강력지지하며 국내 반전운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김 추기경은 그러나 "내 얘기는 파병이 이미 결정된 상황인 것 같아 하는 말이다"고 한 걸음 뒤로 뺐다.

이같은 김 추기경의 마지막 한발 빼는 태도는 그의 '참전 지지, 반전운동 비판' 입장이 가톨릭계 최고어른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전쟁 반대, 반전운동 지지' 입장과 상반되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김 추기경의 발언이 있기 직전인 지난 25일 전세계 가톨릭 군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늘날 평화를 염원하는 거대한 움직임들이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과 위안을 느낀다"고 세계적 규모로 진행 중인 반전운동을 적극지지했었다. 교황은 이라크전이 발발하기 한 달 전에도 "(미국의) 군사행동은 도덕적 법률적 정당성이 없다"며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출범후 한달이 지난 노무현 정부에 대해"새 정부 출범하고 나도 나이 많은 사람이라 보수적이라 할 수 있고 염려스럽게 지켜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들 본 노선에서 수정하는 것을 보며 역시 책임을 맡게 되면 달라지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면서 "책임 안진 사람들은 마음대로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회창 대세론'이 거세던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부친상 조문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러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에 아버님이 가시면서 '큰 일'을 하신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당신께로 모이도록 하셨다"고 이회창 후보를 공개리에 지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이회창 후보가 두 차례 대선에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기경 발언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

이같은 김 추기경 발언이 전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독자의견에 아이디를 '프레시안'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종교계는 어떤 현실논리를 막론하고 전쟁에 있어서는 그런 현실을 들먹거리며 북핵이 있어서 어쩌고 하는 건 종교인이 해야 할 말이 아니다"며 "비록 정부의 입장이 미국의 동맹관계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말을 하더라도 추기경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안된다"고 비난했다.

반면 아이디를 '흠흠'이란 밝힌 네티즌은 "시의적절하게 의견을 밝혀주신 것 같다"면서 "우리는 이라크 전쟁 파견에 따른 명분의 유무를 떠나 북핵이라는 또 다른 사생아를 안고 있는 참으로 고민스런 상황"이라며 찬성했다.

김 추기경의 이번 발언은 대다수 가톨릭단체가 반전을 표명하고 있으며 교황이 반전운동을 지지한 직후에 나온 발언인 만큼 앞으로 가톨릭내에서도 치열한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평화방송과 행한 김 추기경 대담 전문이다.

***김 수환 추기경 대담 전문**

평화방송: 미국과 이라크 간 전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초 단기전으로 끝나리라던 전쟁이 이라크의 완강한 저항으로 장기화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지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평화를 위해 선제적 전쟁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을 어떻게 봐야할 지 추기경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김수환 : 미국으로서는 전쟁을 통해 자기들이 추구하는 평화를 이룩할 생각인 것 같은데 이는 모순이다. 전쟁을 통해 평화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 알아듣기 어렵다. 처음부터 평화를 원했으면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아야 했다. 특별히 세계 여론도 그렇고 교황님께서도 간절히 전쟁을 말리셨음에도 불구하고 부시정권이 전쟁을 감행했다. 자기들 목표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결국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리게 되고 많은 것이 파괴된다. 평화를 얻는데 전쟁을 한다는 것은 알아듣기 힘들다.

평화방송 : 지금 우리사회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문제로 국론이 심하게 갈려있는 양상입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하고 그렇기 위해 파병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가하면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가 바란다면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우리 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파병문제로 균열되고 있는 우리사회 현실에 대해 추기경님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수환 :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어느 한쪽을 편들어 파병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름대로 우리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보다 깊은 뜻에서 파병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깊은 뜻은 내 짐작으로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깊은 생각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정부는 파병을 해도 그 파병이 실질적으로 전쟁이 거의 끝난 다음에 보내려고 하는 것 같고 또 보내도 군대는 군대지만 공병이나 의료부대를 보내는 것인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복구하고 전쟁으로 일어난 부상자 치료목적에 관한 것이라 하면 한마디로 파병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얼른 판단이 안 선다. 내 얘기는 파병이 이미 결정된 상황인 것 같아 하는 말이다.

평화방송 : 우리나라는 현재 북핵문제로 인한 미국과 북한 간 갈등이 자칫 한반도에 큰 위험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속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한 치도 양보 없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우리 정부의 역할이 별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관련해서 추기경님의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김수환 : 우리 정부는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인 것 같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 발언권을 더 갖자는 취지에 파병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겉으로 보기엔 파병얘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 평화해결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핵문제로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데 우리 의견과 이웃나라의 의견을 받아들여 평화적으로 해결에 나서주길 바란다. 현재의 반전무드를 보며 북한이 오판하지 말기를 바란다.

평화방송 : 노 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약간 지났습니다. 하지만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사부분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 50대 이상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새 정부 출범이후 우리 사회의 소위 보혁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추기경님께선 새 정부 한달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또 앞으로 바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주십시오.

김수환 : 새 정부 출범하고 나도 나이 많은 사람이라 보수적이라 할 수 있고 염려스럽게 지켜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들 본 노선에서 수정하는 것을 보며 역시 책임을 맡게 되면 달라지는 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책임 안진 사람들은 마음대로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 나라의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관계라든지 여러 가지 볼 때 후보 때나 일반 정치인으로서 말할 때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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