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순)가 한나라당 대북밀사설을 폭로한 가운데 월간 <신동아> 최신호(3월호)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북밀사설을 심층보도해 주목된다.
<신동아>는 한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마다 나타났던 소위 '북풍(北風)'이 지난해 대선에서는 불지 않았다하며 이는 밀사를 파견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을 소식통들의 증언을 통해 파헤쳤다.
***"이회창 부친 친일경력 폭로하자 지난해 9월 중순께 파견 가능성"**
<신동아>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 밀사가 2002년 9월 이후 평양을 두차례 방문했다"는 한 남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첫 번째 밀사가 평양에 다녀간 것은 지난해 9월 일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부친 이홍규(李弘圭)씨가 황해도 해주지법 검찰서기로 근무할 때의 전력을 폭로한 직후"라며 "그 밀사는 조선신보의 추가보도를 중지시켜달라고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측 밀사는 그동안 북한의 심기에 거슬리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 발언에 대해 "이회창 후보 주변을 보수적인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를 구한 뒤 "한나라당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노력해서 우리 당의 정책을 '절대적 상호주의'에서 '전략적 상호주의'로 바꿔놓았다. 때문에 이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북과 계속 적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이후보가 틀림없이 대통령이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남북교류협력을 중단할 거냐. DJ는 국회에서 소수파라 북쪽을 마음대로 지원할 수 없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회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DJ보다 더 화끈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북한측에서는 "지켜보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 "그 이후 두 번째 밀사가 북한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첫 번째 밀사와는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 이외에 북한측 인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첫 번째 밀사보다 더 깊은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다녀온 국내 한 인사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북측의 한 관계자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이 소식통의 말에 힘을 실었다.
<신동아>는 이같은 사실만 가지고 북한이 특별한 북풍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분명치 않으나 인과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9월 이후 이회창 총재에 대한 북한의 인식공격이 급감한 것도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사는 대북 전략가, <조선신보>는 묵묵부답"**
<신동아>는 이어 "진위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채 정황상 가능성만 있는 상황에서 추론에 불과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북밀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한나라당내 대북전략가 5~6명으로 압축된다고 보도했다.
<신동아>가 지목한 인물은 '전략적 상호주의' 개념을 정립한 송영대 전 통일부차관과 이회창 후보의 핵심 브레인으로 꼽혔던 서울대 백진현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한편으로 지난해 9월 16일 KBS 교향악단 평양 방문시 고문 자격으로 방북했던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신동아>는 또 지난해 KBS 교향악단 방북시 국회대표단으로 포함되었다가 막판에 참가를 포기한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측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방북을 포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나라당 내에는) 대북라인이 가동중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대북라인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하고 '당시 방북단 내에 한나라당측 대북밀사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신동아>의 질문에 "나는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신동아>는 이회창 후보 부친 이홍규씨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 배경과 추가로 기획된 기사가 있었는지, 만일 있었다면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의서를 일본 조선신보측에 보냈으나 아무런 답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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