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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회를 주는 국가에서 뛰겠다”

<프레시안 스포츠> 세계축구, 위기를 맞는 '국가 순혈주의'

모든 분야에서 '국가 순혈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외국국적의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한 것인가 아니면 자국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것인가’ 라는 문제는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최근 축구계에서 벌어진 브라질 출신 마리우 자르델의 포르투갈 행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카모라네시 선수의 이탈리아 대표팀 선발 등은 모두 국가 순혈주의보다는 “나에게 기회를 주는 곳에서 뛰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나타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진> 카모라네시

***아주리 군단의 새로운 오리운디 카모라네시**

이탈리아어로 오리운디(Oriundi)는 ‘외국인들’ 이란 뜻이다. 이탈리아 축구에서 오리운디는 그역사가 꽤 깊다. 1934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오리운디인 라이몬도 오르시, 루이시토 몬티, 엔리코 구아이타 등의 맹활약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이후에는 브라질 태생의 안젤로 베네데토 소르마니 선수가 잠시 이탈리아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던 적이 있었다.

유벤투스 소속의 카모라네시는 이탈리아 혈통을 갖고 있는 선수다. 이탈리아 출신의 그의 조부가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지만 카모라네시는 단 한번도 이탈리아 인임을 잊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였던 카모라네시는 아르헨티나 리그의 힘나시아를 거쳐 멕시코와 우루과이 리그를 돌아다녔지만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기회는 잡지 못했다.

카모라네시의 인생이 바뀐 건 2000년 여름 이탈리아 팀 베로나로의 이적부터였다. 이어 2002년 이탈리아의 명문구단 유벤투스는 카모라네시의 잠재력을 인정해 그를 사들였고 카모라네시는 물만난 고기처럼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탈리아 대표 잠브로타나 체코 대표 네드베드의 백업요원으로 생각됐던 카모라네시는 특유의 발 재간을 선보이며 유벤투스 미드필드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성장했고 지난달 12일 포르투갈과의 친선경기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에 선발되는 영광을 누렸다.

카모라네시의 이탈리아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는 반대입장을 내 비췄으며, 디에고 시메오네(아르헨티나 대표) 역시 “아르헨티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가는 것은 신성한 일이다”라고 카모라네시를 비난했다.

하지만 카모라네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그동안 나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모라네시는 “나는 반역자가 아닐뿐더러 이번 결정은 다만 축구적인 문제일뿐이다”라고 못박았다.

***정치적 이슈가 되기도 했던 프랑스 축구팀**

1998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대표팀의 구성원은 대부분 외국출신 선수들이다. 알제리 이민자 출신의 지단을 비롯해 드사이(가나), 트레제게(아르헨티나), 비에이라(세네갈) 등 프랑스 대표팀은 마치 ‘인종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다국적 팀이었다.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1998년 월드컵 우승이 진정 프랑스의 우승인가’ 라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극우주의자로 알려진 정치가 장 마리 르펜은 다국적 군단인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맹렬히 공격했다. ‘반 이민 정책’을 내세웠던 르펜은 “프랑스 축구선수들은 프랑스 국가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투표까지 갔던 르펜의 비난에 대해 프랑스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지단은 “르펜의 국민전선에 표를 던지는 것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할뿐 아니라 전 국민의 3분의 1이 해외 이민자 출신인 프랑스에서 국가 순혈주의를 논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축구의 경우는 역대 프랑스 대표팀의 슈퍼스타인 레이몽 코파, 쥐스 퐁텐느, 미셸 플라티니 등이 모두 외국출신 선수여서 더욱 그렇다. 다만 르펜의 주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프랑스인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세력이 커가고 있는 이민자들에 대해 불만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선수가 대표로 뛴다면?**

카모라네시뿐 아니라 자신의 출신국가가 아닌 곳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은 많다. 브라질에서 주로 후보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마리우 자르델은 최근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했으며 지난 월드컵에서 폴란드 대표팀으로 나온 나이지리아 출신의 올리사데베, 헤딩골이후 텀블링 동작이 인상 깊었던 독일 대표팀의 폴란드 출신선수 클로제는 모두 국적을 바꾼 축구선수들이다.

브라질과 남다른 관계 때문인지 라모스나 알렉스와 같은 브라질 출신선수를 귀화시켜 축구대표팀에서 뛰게 한 일본에 비해 대부분의 한국 축구팬들은 순수하게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에게 더욱 자부심을 느끼며 성원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의 ‘용병수입문제’를 놓고도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때가 있었다. 만약 향후 한국 대표팀에 피부색이 다른 외국선수가 뛰게 되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반대로 교포 2·3세가 아닌 한국 출신의 선수가 외국국적을 취득해 우리나라 대표팀과 상대하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직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의 잣대를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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