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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태종우를 몰고 오라”

<이종성의 스포츠 월드> 시카고 컵스의 희망

최근 국내 언론은 지난해 한국인 타자로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경기에 뛴 최희섭 선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그룹에 포함돼 있는 최희섭 선수는 국내팬들은 물론이고 '골수팬'이 많기로 유명한 시카고 컵스의 팬들에겐 새로운 희망으로 비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왜 태종우인가?**

흔히 미국의 언론은 스포츠 팀이 오랫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를 비유해 "우승가뭄(Championship Drought)에 시달리고 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농부들의 심정이 마치 우승에 목말라 있는 스포츠 팀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우승가뭄'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미국의 프로 스포츠팀은 누구일까? 아마 '우승가뭄'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팀은 최희섭 선수가 있는 시카고 컵스일 것이다.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이후 무려 95년간 '우승가뭄'에 시달려 온 팀이다. 컵스는 1930년대 전성기를 맞아 세번이나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무릎꿇었고, 1938년을 끝으로 그 후에는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태종우'라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 태종 18년때 일이다. 오랜 가뭄이 계속되어 괴질이 발생했고 민심도 흉흉해졌다. 가뭄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병세가 악화된 태종은 임종하면서 "내가 옥황상제님께 빌어 비를 내리게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태종이 죽자마자 비가 내렸고 매년 태종의 기일이 될 때마다 단비가 찾아왔다. '태종우'란 말은 이렇게 생겨나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금 시카고 컵스에 필요한 것이 바로 태종우이고, 이 태종우를 몰고 인물로 최희섭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컵스는 1876년 창단된 유구한 역사, 외야 펜스에 담쟁이 덩굴이 있는 미국의 대표적 야구장 리글리필드, 야구 대기자를 많이 탄생시킨 컵스의 모기업 시카고 트리뷴의 심도높은 야구칼럼 '블리처 범스(Bleacher Bums; 리글리필드 외야의 극성팬)'로 대표되는 극성팬들의 열기 등 다른 팀에서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 컵스의 팬들은 늘 남의 집 잔치가 되는 월드시리즈를 TV로만 지켜봐야 했다.

'언제 리글리필드에 우승가뭄이 해갈될 것인가.'
시카고 컵스의 팬들이 얼마나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최희섭 선수가 리글리필드에 태종우를 내리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컵스 팬들의 변치 않는 성원**

미국인들은 대부분 스카이 박스에서의 야구경기관람을 원하지만 시카고 컵스의 팬들은 그렇지 않다. '블리처 범스'가 컵스에서 탄생했기 때문인지 리글리필드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자리는 외야석이다. '외야석에 앉아 홈팀을 광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풀이 되는 블리처 범스는 1969년 처음 등장했다.

윗옷을 벗은채 공사장에서 쓰는 노란 헬멧을 착용한 블리처 범스는 심판이 판정을 잘못하면 외야에서 심판에게 비난을 퍼붓고 야구장에서 미국국가가 나올 때 마지막 가사인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 (자유국가 그리고 용기있는 사람들의 고향)'를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Cubs (자유국가 그리고 컵스의 고향)'로 바꾸어 부를 정도로 컵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블리처 범스 이외에도 시카고 컵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1998년 사망한 해리 캐리 아나운서의 걸쭉한 음성이 인상적인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란 노래다.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은 보드빌 작사가인 잭 노워스가 15분 만에 가사를 쓴 곡으로, 보통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장에서 7회가 끝날 때 관중들이 따라 부른다.

시카고 컵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리글리필드 건너편 건물옥상에서 야구경기를 보여주는 대신 돈을 받고 자리를 팔았던 사람들에 대한 컵스 구단의 소송제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시카고 컵스의 사장 앤디 맥페일은 건물옥상에서 좌석을 만들어 놓고 사업을 한 업주에게 "1년에 3백만달러를 내라"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사건이 생긴 건 기본적으로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의 수용인원이 3만8천9백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14년 문을 연 리글리필드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경기장이다. 시카고 컵스 구단 측은 입장료수익증대를 위해 외야에 좌석을 확장하는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카고 시 당국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팀 분위기 쇄신한 시카고 컵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월드시리즈에 올려 놓았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을 영입한 시카고 컵스는 스토브리그동안 선수확보에 있어서도 알찬 수확을 거두었다. 컵스는 불펜진을 강화하기위해 마이크 렘린저, 데이브 비어스, 마크 거스리를 데려왔다. 마무리투수 안토니오 알폰세카와도 계약을 체결한 컵스는 불펜진 강화에 일단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있다.

한편 컵스는 선발투수 숀 에스테스와 마이크 시로트카를 영입해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가 이끌 선발투수 로테이션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한 게임 20탈삼진 기록보유자 케리 우드와 함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는 마크 프라이어이다. 그는 타자들이 배팅타이밍을 잡기 힘든 '하드 커브'와 무브먼트가 좋은 패스트볼을 갖춰 향후 내셔날리그의 최고투수가 될 수 있는 재목이란게 야구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컵스 유니폼을 입게되는 타자 가운데는 최희섭과 포지션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릭 캐로스가 먼저 눈에 띤다. 캐로스는 12년 동안 LA 다저스에서 꾸준한 활약을 했던 선수이다. 1루수를 보고 있는 캐로스의 영입을 놓고 '아직 컵스에서는 최희섭을 못믿는 게 아니냐'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선수 캐로스에게 1루 주전자리가 갈 것인지 아니면 최희섭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자리매김할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다만 캐로스는 이미 전성기를 훌쩍 넘어 선 선수이기 때문에 최희섭 선수가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한다면 의외로 빨리 최희섭 선수에게 주전 1루수 자리가 보장될 수도 있다.

***뚝심의 야구 즐기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

더욱 중요한 건 더스터 베이커 감독의 생각이다. 베이커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 더스티 베이커 스타일의 야구는 컵스의 젊은 선수들의 활약과 결합됐을 때 그 힘이 극대화될 수 있다. 베이커가 주목하는 컵스의 영파워는 타자로는 최희섭, 바비 힐, 코리 페터슨이며 투수로는 마크 프라이어, 카를로스 잠브라노이다.

더스티 베이커는 메이저리그 감독 가운데 가장 선수들의 인화단결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감독 시절 베이커는 지구 라이벌에 비해 샌프란시스코가 전력상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런 예상을 뒤엎는 '뚝심의 야구'를 펼쳐보였다.

'자존심'이 강한 스타선수들의 관리에도 좋은 면모를 보여 준 더스티 베이커가 일으키는 새바람은 시카고 컵스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새미 소사의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늘 다른선수들보다 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소사는 올해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움직이겠다고 베이커 감독에게 약속했다.

시카고 컵스는 지금까지 숱한 감독교체를 했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컵스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던 더스티 베이커가 과연 컵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기대된다.

***야구가 시작되는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최희섭**

2월 1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인터넷판에는 켄터키 주에 사는 독자 그렉 덩커의 글이 실렸다. 시카고 컵스의 팬인 덩커는 글 맨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다.

"전 시카고 컵스 감독인 로저스 혼스비는 컵스팬들에게 최고의 말을 남겼다. 혼스비는 만약 팬들이 "당신은 야구가 없는 겨울에는 무얼 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창문을 응시하며 야구가 시작되는 봄을 기다린다.'"

최희섭 선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이상 유망주로 불리는 것은 싫다"라는 말을 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의 꿈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최희섭 선수에겐 야구가 시작되는 봄이 그 누구보다도 기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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