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경전철 목동선? 4대강·용인 꼴 날까 걱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경전철 목동선? 4대강·용인 꼴 날까 걱정"

[경전철 논란 ③] 지상 구간 발표된 목동선 주민들 반응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경전철 확대 재추진 방안이 논란이다. 토목 사업에 주력한 전임 시장들을 비판하고, 부작용이 큰 전시성 사업을 하느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시장으로 기록되고 싶다"고 했던 박 시장이었기에 논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박 시장에게 적대적인 이들뿐만 아니라 그간 우호적이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달리, 토목이라도 필요한 건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프레시안>은 서울시 경전철을 둘러싼 논란을 찬찬히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경전철 논란
① 박원순, '민자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나
② 주민들에게 물었다 "경전철, 어떻게 보시나요?"

"이 동네에 그거 진짜로 된다고 믿는 사람 없어요."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주민 ㄱ(47) 씨는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전철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추진돼다 엎어진 적이 있던 사업이라 기대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신월동뿐 아니라 신정동, 목동에서 만난 다른 양천구 주민들도 비슷했다. "선거용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용인 (경전철) 꼴 날까 걱정이다", "우리 지역은 또 소외될 거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울시 경전철 목동선은 지난 2008년 세워진 도시 철도 기본 계획에도 포함됐었다. 당시 분위기는 뜨거웠다. 2007년 이 지역에선 전 구민 서명운동이 일었고, 경전철 건설을 요구하는 11만5000여 명의 서명을 양천구가 서울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전철에 대한 기대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았던 지역인 게다. 하지만 9일 <프레시안>이 찾은 양천구 반응은 대체로 썰렁했다.

분위기가 뒤바뀐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보였다. 경전철 사업 중단을 이미 겪었던 주민들이 갖게 된 불신. 여기에는 그간 용인 경전철, 4대강 사업, 인천시 부채 등 대규모 토목 사업에 지나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을 본 학습 효과 또한 작용하는 듯했다. 또 하나는 지난 몇 년 사이 양천구에 새 광역 전철망이 추가 건설돼 실제 경전철 수요가 적어진 점. 마지막 하나는 목동선 중 하필 양천구 내에서도 특히 교통 낙후 지역인 신월동에서만 지하가 아닌 '지상' 경전철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었다.

민자 사업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형편

서울시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서울시 도시 철도 종합 발전 방안에 따르면, 목동선은 총 10.87킬로미터로, 신월동 사거리에서 당산역까지 연결된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과 2·9호선 당산역을 포함해 총 13개 정거장이 들어서며, 공사비는 7374억 원가량 투입된다.

용역 보고서상 재무적 타당성 분석 결과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기본 운임 1050원에 민자 사업을 전제했을 때, 투자 사업비가 20퍼센트 감소하거나 운수 수입이 초기 기준치보다 20퍼센트 증가해야 수입을 낼 수 있다. 민자 사업자가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비용-편익(BC·경제성) 분석 결과도 '안전'한 수준은 아니다. 용역 보고서상 목동선 BC는 1.06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계획에서 혹여 1500억 원 이상 더 투입되면 1.0 아래로 금방 내려가는 수준이다. 간당간당하단 얘기다.

▲ 경전철 목동선. ⓒ서울시

"선거 때만 되면 여야(與野) 할 것 없이 경전철 한 번씩은 다 말했다"

이를 아는지, 목동선 인근 주민들은 경전철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별반 보이지 않았다. 신정네거리 인근에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ㄴ 씨는 "지방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구의원, 여야 할 것 없이 경전철 한 번씩은 다 말했다'며 "그때마다 집값이 들썩이고 이사 가려던 사람들이 주저앉았지만, 곧 흐지부지됐다. '경전철' 하면 콧방귀부터 뀌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신월3동 주민 ㄷ(59) 씨는 "신월동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 (경전철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수지가 맞는지 모르겠다. 망한 곳이 어디 한둘이냐. 용인 경전철 꼴 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맨날 그런 거 하지 않느냐. 4대강도 그렇고, 저기 뭐냐 (인천) 송도도 그렇다(재정 부채)고 그러고…. 경기도 안 좋은데, 하더라도 조심조심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은 한목소리로 "집값엔 변화 없다"고 말했다. 저층 건물 중심인 신월동은 물론,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목동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나온다. 목동오거리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ㄹ 씨는 "들어설지 안 들어설지도 모르는 경전철 때문에 이런(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살 리도 없거니와, 혹여 잠깐 반짝하더라도 다시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있고 마을버스도 잘돼 있는데…" - 서울시 "체계적으로 수요 예측"

대체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월동 주민을 제외하고는, 목동선이 지나는 대부분 지역의 주민들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주로 내비쳤다.

신정네거리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ㅁ 씨는 "여긴(신정동) 교통이 좋아서 다른 데에서 이사 오는 동네"라며 "주변에 2호선, 5호선 지하철역도 있고 마을버스도 잘돼 있어서 교통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목동오거리 부동산 중개업자 ㄹ 씨 역시 "양천구에 교통이 정말 후진 비역세권은 신월동"이라며 "목동은 최근 9호선이 개통되면서 과거보다 교통 인프라가 좋아졌다. (경전철 건설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교통 복지 수요가 가장 높아 보이는 신월동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26년 신월동 토박이라는 주민 ㅁ(63) 씨는 "(경전철을) 당연히 놔야지, 당연히"라면서도 "그런데 지금 노선 말고, 다른 노선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노선대로 경전철을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는 건, 여기서 걸어가던 길보다 더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별반 수요가 없을 거란 주민들 생각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노병춘 광역교통팀장은 9일 통화에서 "이번 경전철 안을 발표하며 막연한 수요 예측을 하지 않았다"며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체계적이고 민자 사업자보다 보수적인 수요 예측을 했다"고 말했다.

지상이냐 지하냐, 설왕설래…"신월동만 지상? 가난하다고 무시하나"

▲ 9일 양천구 신월동에 내걸린 현수막. ⓒ프레시안(최하얀)

전체 경전철 노선 가운데서도 목동선이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 노선에만 '지상 고가'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안에 따르면, 목동선 구간 가운데 신월동 구간만 지상 고가 형태의 경전철이 가장 가능성 높게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신월동은 목동선이 지나는 지역 가운데 가장 낙후한 곳이다. 김포공항 인근이라 비행기 이착륙 소음이 큰 탓이다.

이에 대해 노병춘 팀장은 "지하로 하면 좋지만, 그 구간을 지하로 만들면 BC 분석에서 경제성이 1.0 미만으로 나오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간을 지하로 변경하면 기존 7374억 원 공사비에서 1830억 원이 추가돼 9204억 원이 소요된다.

노 팀장은 "지상으로 하는 대신, 고가 교각이 바닥 면적을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신공법을 어느 민간 사업자가 제안해 준다면, 이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진 신공법을 제안하며 나선 민간 사업자는 없다. 결국, 현재로선 신월동에만 지상 경전철이 건설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런데 이날 방문한 신월동엔 '오랜 숙원 지하 경전철 추진 확정'이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지역 주민 중 일부도 "지상이 아니라 지하라고 들었다"고 말한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ㅂ 씨도 "서울시가 지상으로 발표했지만, 지하로 만들어질 거다. 조만간 계획이 바뀔 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하 확정' 현수막을 내건 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와 지하로 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지상에서 지하로 바꾸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지만, 정말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선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월동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차별'이라고 말했다. 주민 ㅁ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행기가 떠서 소음으로 살기 힘든 동네"라며 "여기에 경전철 소음까지 더하면 정말 사람 못 산다. 왜 우리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신월동 주민 ㄷ 씨도 "목동선 중에서 경전철이 꼭 필요한 곳은 이 동네"라며 "그런데 다른 곳은 다 지하로 건설되고 이곳만 지상이 된다면, 신월동은 더 낙후할 거다. 없는 사람들 사는 동네라고 만만하게 보는 거다. 부자가 많은 목동에 비해 발언권이 약하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