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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뒤집힌 '19일의 대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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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뒤집힌 '19일의 대드라마'

오전에는 李 앞서, 네티즌 사이에 비상령 내려진 후 반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가운데, 득표분석 결과 몇가지 주목할만한 대목이 읽힌다.

***19일의 드라마, '전약후강'의 대역전**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세대간 대결이 되고, 그 결과 '친노성향'인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당락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점쳐졌었다. 97년 대선의 경우 20대는 평균투표율 80.8%에 크게 못미치는 68%의 투표율을 기록해 전 세대 중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었다.

따라서 노 당선자 측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선거 막판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활발히 전개했다. 그러나 18일밤 터진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19일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이러다가 뒤집히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고 설상가상으로 투표율마저 지난번 대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지자, 각 인터넷 게시판에는 젊은층의 투표를 촉구하는 호소문과 젊은층의 선거불참을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이같은 비상령 발동이 이번 대선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일 출구조사 결과, 오전까지 상황은 노후보에게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후 들어 투표율이 뚝 떨어지자 노후보 지지자들 사이에는 '이제 졌다'는 자괴감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대반전은 모두가 체념하던 오후에 일어났다. 젊은 유권자들이 뒤늦게 투표장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후 2시 출구조사 결과 역전이 일어났다. KBS 0.8%, SBS 0.6%, MBC 0.25% 등 출구조사를 하던 세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일제히 노후보 우세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며 "오전에는 중장년층 투표율이 20~30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이후보가 앞섰으나, 오후 들어 젊은층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기 시작해 노후보가 유리한 국면"이라며 "여기에다가 노후보가 부재자 투표에서 20~30만표가량 앞선 것으로 알려져 노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전망대로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노 후보가 예상밖의 상당한 표차로 당선됐다.

결국 정몽준의 '변심'이 '부산 초원복집' 사태와 같은 응집력을 가져온 셈이다.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은 "선거 막판 정몽준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에 당혹스러웠으나, 오히려 친노성향 부동층의 강력한 집결을 가져온 것 같다"며 "정 대표에 대한 '반작용'이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유도한 것 같다"고 했다. 노후보 입장에서 보면 극적인 '전화위복'이었다.

네티즌과 20~30대의 비장한 막판 투표가 역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강남.서초와 신도시는 이후보 우세**

특정지역에서의 계층에 따른 지지후보 차이도 주목할만 대목이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노 후보가 51.3%를 득표, 46.6% 득표에 그친 이 후보에 비해 앞섰다. 전체 15개 구 중에서 13개 구에서 노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중상류층이 많이 몰려 있는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이 후보가 각각 57.5%와 55.8%를 득표해 39.6%와 41.3% 득표에 그친 노 후보를 크게 앞섰다.

경기지역도 전체적으로 노 후보가 50.7%로 44.2%를 득표한 이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중상류층이 많이 거주하는 분당, 일산, 과천 등 신도시에서는 이 후보가 55.3% 49.0% 49.2%로 41.4% 47% 46.4%의 득표에 그친 노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이회창 후보가 선거막판에 꺼내든 '천도(遷都) 공황론'이 이들 지역에 밀집해 있는 중상류층의 표심을 상당 부분 흔들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공황론을 외치며 대표적 피해지역이 될 것이라던 과천에서의 지지율 격차가 2.8%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공황론의 여파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보다는 중상류층 사이에 퍼져있는 뿌리깊은 특권층적 반(反)노무현 정서가 보다 큰 작용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보다 깊숙한 분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몽준 폭탄의 최대피해자는 민노당**

한편 전국 3.9%의 득표율을 보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도 계층적 성향이 분명했다. 권 후보는,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울산에서 11.4%의 득표율을 보였고, 그 중 울산 북구에서 22.2%의 득표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 후보가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를 얻은데 비해 실제 득표율이 3.9%에 그친 것은, 선거가 노 후보와 이 후보간의 박빙의 승부로 전개되자 '사표심리'를 우려한 권 후보 지지자들이 노 후보 쪽으로 상당수 돌아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노당이야말로 정몽준 폭탄의 최대 피해자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재벌2세인 정몽준 대표와 민노당은 또한차례 악연을 맺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관계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1.2%의 득표에 그친 민노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8.1%의 지지를 얻고, 이번에 3.9% 득표를 하게 돼, 앞으로 확고한 제3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자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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