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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개 촛불이 바다가 되어...

'주권회복의 날 10만 범국민평화대행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들을 추모하고 오만한 미국을 규탄하기 위한 '주권회복의 날, 10만 범국민 평화대행진' 행사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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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이 아니라 흑악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1부 여중생 사건을 알리기 위한 방미투쟁을 마치고 돌아온 한상열 목사의 보고회 및 국내외 참가자들의 연대발언, ▲2부 이선희·신해철·안치환 등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여 온 연예인 등의 공연 등의 추모문화제 및 지지발언, ▲3부 범국민 촛불 평화대행진으로 진행됐다.

범대위 공동대표 문정현 신부는 "어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사과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사고 책임자 처벌 등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며 "소파 개정 등 우리의 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목사는 "직접 가보니, 백악관이 아니라 흑악관(黑惡館)이었다"며 "부시는 전쟁책동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앞에 직접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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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필리핀과 일본에서 미군범죄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 평화연대' 월든 벨로 필리핀대 교수와 구와에 데루코 '군사주의 폭력에 반대하는 오키나와 여성행동' 사무총장도 참석, 여중생 사망사건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 메시지를 전달했다.

벨로 교수는 "한국에서 여러분이 벌이고 있는 투쟁은 강대국에 의해 짓밟힌 모든 약소국을 대표한다"며 "아시아 모든 민중은 두 여중생의 죽음에 슬픔과 분노를 함께 한다"고 말했다.

데루코 사무총장은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불평등한 일미주둔군지위협정(SOFA)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연대해, 반드시 SOFA를 개정하자"고 했다.

***이선희·신해철·안치환 등 참여**

이어 이선희, 안치환, 우리나라 등의 가수들이 나와 '아침이슬', '탱크라도 구속해', '철망 앞에서' 등의 노래를 불렀다. 특히, 안치환은 여중생의 죽음을 알고 6월말에 만든 노래 '피묻은 운동화'를 불러 듣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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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씨는 밴드가 같이 오지 못한 관계로 노래는 부르지 않았지만, "효순이 미선이를 위한 추모 촛불은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촛불이자 우리 주권을 되찾는 촛불"이라며 "우리가 마음 속에서 켜는 촛불이 타고 있는 한, 한반도는 전쟁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 자리에는 두 여중생의 유가족들도 참여했다.

고 심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사랑하는 딸 미선이와 효순이가 몸은 떠나갔지만, 영혼만은 국민 여러분과 영원히 같이 살아 숨쉴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유가족으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 어찌다 표현하겠습니까. 자존심을 지켜준 여러분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고 했다.

고 신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는 "부시의 간접사과는 얻어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던 열매가 아니었다"며 "열매를 얻을 때까지 조금 더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유족들의 발언에 수만명의 참가자들은 "아버지 힘내세요, 어머니 힘내세요"등의 함성으로 위로했다.

이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촛불 점화식을 갖고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를 벌였다.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진 촛불 행렬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을 뿐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집회문화가 돋보였다. 한 때, 경찰이 시청 앞에서 촛불 행진을 막아서 충돌이 빚어질 뻔 했으나,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며 끝까지 평화적 추모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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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냄비가 아니다"**

이 날도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 네티즌, 교사, 학생, 가족단위의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이 사건이 전국민적으로 대단한 관심사임을 알 수 있었고, 지난 월드컵 이후에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 의식이 대단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날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을 한 어떤 여학생은 "우리의 분노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우리더러 '냄비'다 '모래알'이다"고 한다며, "이번에 끝까지 우리 목적하는 바를 이루어서 우리가 더 이상 '냄비'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해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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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 서울시청, 광화문, 미 대사관 주변 등에 1백45개 중대를 배치하고, 교통통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촛불추모행진을 허용했다. 그러나 미 대사관 쪽은 전경버스 50여대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촛불추모행진이 미 대사관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한편,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전국 57개 지역에서 30여만명(범대위 집계)이 참가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치러졌고, 미국·영국·독일·러시아 등지에서도 교민과 유학생들 중심으로 촛불추모제가 열렸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주권회복 선언문' 전문.

***주권회복선언문**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다.

그 누구도 이 나라의 자주권을 짓밟을 수 없으며 한국민의 존엄을 훼손할 수 없다.

거듭된 침략과 도전에도 우리 민족의 굳센 기상과 자존을 꺾지 못하였다. 민족사 그 어느 구비에 민중의 고통과 눈물이 서려 있지 않은 자락이 있는가? 이 산하 풀 한포기, 돌멩이 어느 하나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깃들지 않은 것 있는가?

그러나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미군 고압선에 감전되어 사지가 절단되어 죽어도 단돈 60만원에 모든 죄가 없어지는 나라! 50여년 미군 폭격기의 훈련에 임산부가 죽어나가고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는 아버지를 두고 쓴 소주 한잔으로 찢어지는 가슴을 그저 달래야 하는 나라! 친구 생일잔치를 가던 우리딸 효순이와 미선이가 미군장갑차에 참혹하게 죽은 지 반년.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

어찌하여 이 나라의 정부는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죽은 아이들의 원한에는 그토록 무관심 할 수 있단 말인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향해 "반미는 안된다"는 망령된 소리만 외고 있는 이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슬픔과 분노를 안고 촛불을 켜든 국민들을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며 욕되게 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정녕 어느 나라의 국민이란 말인가?

슬픔은 가슴에 사무치고 분노는 하늘에 닿고 있다.
시민, 네티즌, 청소년, 교사, 노동자, 농민, 스님, 신부님, 목사님, 연예인, 가정주부, 초등학생..... 모두가 한 마음이 되었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으로 피어난 하나의 촛불이 수천, 수십만의 촛불이 되어 분노와 원한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를 이루었던 뜨거운 87년 6월의 함성으로, 민족의 기상을 세계에 떨친 월드컵의 감동으로, 오늘 우리는 찬 겨울바람을 뚫고 미선이 효순이와 함께 민족자주의 불길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미군의 재판은 끝났지만 우리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꽃같은 두 딸을 가슴에 묻으며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살인 미군을 이 나라의 법정에 기필코 세울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소파를 기어이 뜯어고쳐 두 번 다시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온국민의 힘을 모아 저 오만방자한 부시의 사죄를 받아낼 것이다! 그리하여 짓밟힌 나라의 주권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선언한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다!

우리는 기필코 승리하리라! 효순이와 미선이의 한을 풀자! 모든 불평등과 지배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우리 힘으로 자주의 나라, 통일된 나라를 건설하자! 온 세계의 친선과 평화를 이끌어 나가는 한민족의 영예를 세계만방에 떨치자!

대한국민 만세! 주권회복 만세! 민족자주 만세!


2002년 12월 14일
'주권회복의 날' 범국민평화대행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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