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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언론 5개월동안 '여중생사건' 외면 "

<토론회> "과거엔 민주화운동, 요즘엔 반미운동 외면"

미군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그동안 제도언론이 보여준 무관심과 친미보수적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토론회가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공정보도 강박이 KBS의 발목을 붙잡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조’(언론노조)이 주최한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 방송보도 분석을 맡은 양문석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실장은 KBS, MBC, SBS를 분석하며 “양적으로 KBS가 하루 평균 1.6건으로 MBC 2.1건, SBS 1.8건 보다 적게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용에 있어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SOFA개선 지시’를 “MBC는 개정이 아니라 아쉽다”고 보도한 데 비해, KBS는 “SOFA 개선책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김 대통령의 발언에 무게를 실어 보도하는 등, SOFA개선과 개정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 발언에 관해서도 “MBC는 ‘SOFA개선 요청에 냉담’했다고 보도한 데 비해 KBS는 ‘SOFA 개선합의’에 중점을 둬, 상반된 관점에서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25일 화염병 시위에 관한 보도에서도 “KBS는 “미군 초소 안으로 ‘난데없이’ 화염병이 날아듭니다”, “도심에 있는 ‘한 작은’ 미군 시설이 그 대상이 됐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 폭도들이 아무 이유 없이(‘난데 없이’) 나약한 미군(‘한 작은’)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처럼 묘사한 데 비해, MBC는 ‘번지는 분노’, SBS는 ‘무죄항의 불길’이라는 제목을 통해 시위 배경에 중점을 두어 보도했다”고 말했다.

11월 21일 동두천 경찰 폭력진압 사태보도에 대해 “MBC와 SBS는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행위와 그 몽둥이에 얻어맞는 시위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데 반해, KBS는 경찰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장면은 없고 오히려 시위자들이 맨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줘, 경찰이 폭력을 행사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은 친미사대, 동아는 비굴, 중앙은 기회주의”**

이어 신문보도 분석 발제를 맡은 이유경 민언련 매체홍보부장은 ‘오만한 미국, 비굴한 언론’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여중생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이 부장은 “6월 13일 의정부에서 여중생 두 명이 미군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월드컵의 열기와 언론의 소극적 보도로 이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 그 중에서도 조선일보는 단신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족벌 언론이 지금에서야 표면적으로나마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온 국민적 분노와 항의가 예상 외로 거세게 들끓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반미정서를 대단히 우려하거나 비판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등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는 족벌언론의 사회적 의제 장악력이 미세하나마 약화됐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며 “족벌언론이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이 이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언론의 의제를 만들어 낸 경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족벌언론에 대해 “‘한·미 동맹강화’가 자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우선할 수 있다는 논리가 체질화 된 조선일보의 고질적 ‘친미사대성’, 미국에게는 저자세지만 시위대에게 목소리를 키워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동아일보의 ‘비굴함’, 비판을 하는가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중앙일보의 ‘기회주의적 변신’이 한국족벌언론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이 대국민사과성명 내자”**

이어 벌어진 토론회에서 KBS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 황상길 간사는 “기자가 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지만, 사실의 취사선택에서 기자나 편집진의 가치관이 개입될 수 있다”며 “KBS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으로 삼다 보니 오해를 살 만한 보도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논조에 있어서도 “KBS는 조선일보까지 SOFA개정해야 한다고 나선 후에야 비로소 SOFA개정으로 보도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손석춘 논설위원은 “이번 여중생사건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는 참담했다”며 “20여년간의 기자생활을 청산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을 ‘민중의 힘’으로 바꾸어 놓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이런 민중의 힘을 두고 ‘색깔론’과 ‘음모론’을 들고 나서는 족벌언론들을 보면 다시 참담해진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여중생의 죽음을 외면한 언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빌기 위해, 전국언론노조가 기자협회, PD연합회와 상의해서 ‘대국민사과성명’을 내자”고 제안했다.

여중생 범대위의 이용대 집행위원장은 “과거 민주화 운동이 언론에 외면당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반미운동이 외면당하고 있다”며 “‘매향리 미군 사격장 문제’가 수십 년 지속돼 왔음에도 언론이 관심을 가진 것은 요 몇 년 사이이고, 이번 여중생 사건도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데 무려 5개월이나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며 “대안언론으로서의 인터넷이 전 국민적 항쟁을 불러일으켰다”고 높이 평가했다.

***인터넷이 전 국민적 항쟁 불러일으켜**

‘민중의 소리’ 이정무 편집국장은 여중생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으나, 제도권 언론의 기자가 아니라서 받는 푸대접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보도하고 싶어도 기자 신분을 보장받지 못해 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현재의 족벌언론을 ‘경마 저널리즘’, ‘떼거리 저널리즘’이라며, 현재 언론이 진실접근 노력 없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자 논평부터 내놓는 행태를 꼬집었다. 또한, “80년대 ‘한겨레신문’과 ‘월간 말’이 창간되며 기존 언론에 희망을 심어주었으나, 오늘날 언론권력 해체의 희망은 ‘인터넷’”이라며 “인터넷에 대해서 다시 신중하게 고민하고, 인터넷에 나타나는 대중들의 힘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이 전반적으로 여중생 사건을 심층적 집중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그 중에서도 족벌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심히 우려스런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번 사건이 쟁점화 되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을 통한 꾸준한 여론화 덕분이라는 분석과 함께, 기존 언론 권력이 가진 단점에 대한 보완을 위해 대안 언론으로서의 인터넷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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