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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감정적 집단으로 매도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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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감정적 집단으로 매도말라"

SOFA개정 민-관 토론회, 개정 여부 놓고 격돌

"저런 공무원들한테 국민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게 불행한 일이다."
"한국에는 수 십만명의 바우처(미 국무부 대변인)가 있다."
"왜 시민단체가 얘기하자면 깨부수기부터 하나!"

토론장에서 급기야 험악한 말들이 튀어나왔다.

SOFA의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자 시민단체와 정치권, 정부관계자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토론회는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이 났다.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민단체 주관으로 열린 이 토론회는 '대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시민단체·정치권, "형사재판권 등 독소조항 시급히 개정" 한목소리**

시민단체와 각 정당에서 나온 토론자들은 현재의 SOFA는 '불평등성'이 있고, '공무중 일어난 사건이라도 한국인이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경우 한국이 형사재판권을 행사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다.

'불평등한SOFA개정국민행동'의 이장희 공동대표(외국어대 교수)는 "SOFA가 처음 만들어졌던 66년 냉전시대의 한미관계를 반영한 독소조항이 작년 2차 개정에서 그대로 남았다"며 "또 한번 개정은 어렵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미군이 재판권을 포기해 달라고 한국에 요청했을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기하게 되어 있는 SOFA 합의의사록의 내용을 짚어냈다. 송 의원은 "이 조항 때문에 공무중이 아닌 범죄까지 미국의 요구로 대부분 포기한다"며 삭제를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정희 변호사도 "재판권 포기 요청이 가능해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비공무 사건의 90% 이상 포기 받으면서, 한국의 피해가 아무리 심각해도 재판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평등한 주권국가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미군이 공무중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미군 장성에게 하도록 하고 정부는 협의만 하겠다는 것은 협정의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며 정부가 최근 내놓은 운영 개선책을 비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도 "개정 방향에 대한 각론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며 "차제에 개정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엽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과 유기홍 개혁국민정당 정책위장은 특히 "SOFA의 뿌리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 "입장을 바꿔보자"**

정부 측 토론자로 나온 실무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여중생에 대한 추모하는 마음은 정부도 국민과 마찬가지"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종만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심의관은 "정부측 개선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며 "미국이 독일·일본과 체결한 협정 이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개정 불가 입장을 밝혔다.

외교통상부 북미국 조태용 부국장도 "한미SOFA가 독일·일본에 비해 뒤지지 않고, 동티모르와 키르기즈스탄에 파병된 우리 군도 재판권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국장은 또 "형사재판권이 일본과 차이가 있고, 공무증명서 발급자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그림은 평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성영훈 법무연수원 부장검사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객관적·합리적인 관점"을 주문하며 "미국에 한국군이 파견돼도 재판을 우리가 하게 되어있어 현 SOFA의 재판권 조항이 무조건 불평등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SOFA가 실질적인 제약이나 장애물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비합리적, 감정적 집단으로 몰지마라"**

정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답변이 계속되는 사이 토론장 이곳저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군기지반환운동연대'의 김용환 집행위원장은 "SOFA개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란 게 도대체 뭐냐. 기준은 한국인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느냐가 기준이다"며 "키르기즈스탄, 동티모르에서도 우리가 재판한다는 말은 미국 관리들이나 할 소린데 왜 우리 정부 공무원들한테 들어야 하냐"고 성토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분노를 협상에 이용하지는 못할 망정 미국관리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이어졌다.

이어 이장희 교수는 "1차, 2차 개정도 다 국민들이 요구해서 이뤄졌다"며 "그런 국민들을 정부는 늘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집단'처럼 말한다"며 일침을 놓았다.

민관의 뚜렷한 입장 차를 보였고, 토론 후반 정부의 '개선'의지를 따지며 토론회는 끝을 맺었다. 그러나 최초의 민-관-정 토론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정희 변호사는 "오늘은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는 국민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 오늘은 시민단체가 주관했지만 정부가 만드는 토론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규엽 위원장 역시 "의견차를 확인하고 시민들의 분노를 전달한 것만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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