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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스타들, '분노의 광장'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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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스타들, '분노의 광장'에 나서다

코미디언ㆍ가수ㆍ탤런트ㆍ아나운서 반미 대중집회 갖기로

신효순·심미선양 압사사건 무죄평결로 불붙은 반미감정이 대중연예인을 포함한 문화계 전반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문이 정부 일각에서 주장하듯 몇몇 반미주의자들의 행동이 아님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정부는 대중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움직일 경우 추모시위가 거대한 폭발력을 가질 것을 우려,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눈치다.

***대중스타들, 길거리에 나서다**

김미화(코미디언), 전유성(개그맨), 이현우,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레이지본, 정태춘, 불독맨션, 이적, 이은미, 안치환, 권진원(가수), 추상미, 권해효(탤런트), 방현주(아나운서)...

브라운관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더없이 낯익은 얼굴들이다.

당초 이들은 오는 3일 오전 11시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바로 옆인 한국통신 앞에 모여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 무죄판결에 대한 방송·영화·연예인 선언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으나 보다 많은 참석자들을 모아 내주 중 공식적인 입장 표명의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오는 6일 오후 2시에는 사단법인 문인협회가 대학로에서 '효순이·미선이 추모 시낭송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중문화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반으로 무죄평결 항의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양상이다. 이처럼 예민한 사회문제를 계기로 문화계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초유의 사태다.

***신해철·싸이·트랜스픽션의 분노**

이같은 움직임은 어느 누가 조직했다기보다는 '자발적'이라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인기 록가수인 신해철씨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홈페이지 하단에 '효순·미선 추모공간'이라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을 누르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많은 신해철씨 팬들의 글이 빼곡이 실려있다. 한결같이 이번 무죄평결을 접하고 느낀 울분섞인 글들이며, 개중에는 <007>을 비롯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할리웃 영화를 보지 말자는 제안까지 실려있다. 또한 사이트 한편에서는 효순·미선양을 위한 추모성금 모금도 하고 있다.

신해철씨는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2002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는 가수 싸이와 함께 오프닝 무대에 미군의 장갑차를 상징하는 모형장갑차를 등장시켜 이를 부숴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신씨는 이날 강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킬러(killer)>라는 신작을 열창하기도 했다.

신해철씨와 함께 퍼포먼스를 한 싸이도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강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이번 퍼포먼스에 앞서 지난 9월 14일 서울 경희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범국민 추모공연 '미선이와 효순이의 아리랑' 공연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2002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제치고 인디부문 최우수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한 인디록그룹 트랜스픽션도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트랜스픽션은 요즘 MBC TV의 '음악캠프'를 비롯해 공연장마다 왼쪽 팔에 미군 무죄평결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삼베완장을 두르고 나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릴 때까지 이런 '무대 시위'를 계속하고, 여중생 사망 추모 콘서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윤도현, "오늘 우리 공연은 아름다운 시위다"**

6월 월드컵때 '오! 필승 코리아'로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윤도현밴드도 무죄평결 항의운동에 적극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평화와 남북화해를 메시지로 하는 <폐허-절망의 시대를 넘어>라는 타이틀로 전국순회공연중인 윤도현 밴드는 지난 주말인 30일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 신효순·심미선양 죽음에 대한 깊은 애도의 뜻을 밝히며 적극적 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여러분과 약속된 오늘 콘서트만 없었으면 우리 윤도현밴드는 지금 광화문으로 달려가 시민들과 함께 하였을 것"이라고 전제한 윤도현밴드는 이날 공연 도중 내내 멘트를 통해 "오늘 우리의 공연은 아름다운 시위이다. 효순이와 미선이가 살아있다면 오늘 우리와 함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죽음을 잊지말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SOFA개정에 정부가 직접 나서라" "미국에 대해 할 말은 반드시 하는 그런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 "노래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 윤도현밴드는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그 날까지 평화와 통일을 노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도현은 공연도중 영상으로 나오는 부시 대통령 사진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윤도현밴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사건을 다룬 <니노,워커 장갑차 살인사건(가제)>라는 신작을 만들어 편집중에 있다며, 오는 24~25일 서울 펜싱경기장에서 있을 크리스마스 공연때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소득의 일정비율을 자동적으로 사회에 기부하는 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누기 운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록그룹으로는 최초로 평양공연을 하는 등 건강한 사회활동을 해온 윤도현밴드인 만큼 동료들은 이번 항의운동 참여를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정현, "릭윤과는 출연 안하겠다"**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만능연예인 이정현양은 요즘 아예 자신의 차에 자신이 직접 쓴 "SOFA 전면 재개정, 부시는 공개사과하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닌다.

이정현양은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영화 <꽃잎>의 여주인공 역을 맡아 맨처음 연예계에 등장한 연예인답게 평소 반미문제에 관한 한 그 어느 연예인보다 분명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있자 지난 3월호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어이가 없다. 마치 동네의 힘센 아이가 힘없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 '아이'라는 표현, 꼭 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식이 분명한 이정현양은 최근 영화 <007, 어나더 데이>에 출연한 재미교포 배우 릭윤과의 토크쇼 출연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북한을 악질적 테러국가로 규정한 영화에서 릭윤이 악질 북한군 역할을 맡은 만큼 그와 함께 출연할 수 없다는 입장의 표현이었다.

지난 1일 자신이 출연한 영화 홍보차 방한한 릭윤은 이처럼 거센 국내 반발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정현양의 출연 거절을 계기로 오는 3일 잡혀있던 KBS 2TV의 '행복채널' 출연 계획 자체가 아예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SBS TV의 <한밤의 TV연예> 등 각 방송국도 릭윤의 방한을 다루려던 계획을 잇따라 백지화하려 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팬들의 분위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개봉예정인 <007, 어나더데이>는 이처럼 국내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007 보지 않기운동이 강하자 불자, 이를 만든 미국 MGM사는 "이번 영화는 단순 오락영화로 절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영화에는 선한 역의 아시아 배우도 나온다"고 해명에 급급한 상태다. MGM은 또 서투른 릭윤의 한국어가 국내팬들의 거부감을 증폭시킬까봐, 릭윤의 한 대사를 한국성우를 고용해 더빙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으나 영화가 과연 정상적으로 개봉될 수 있을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피플 파워', 또 폭발하나**

이밖에 지난달 26일 KBS 2TV의 '뉴스 8'시간에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미군영내 기습시위를 보도하면서 "보기가 참 부끄럽습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산 황정민 아나운서가 1일 앵커직에서 전격교체되는 등 이번 사건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한 인터넷 상에는 이번 사건을 패러디한 '플래쉬 애니메이션' 작품이 네티즌들에 의해 속속 제작돼 인터넷에서 배포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항의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같은 대중연예인등의 항의운동 동참을 지켜보는 정부 반응은 한마디로 곤혹스러움 그 자체이다. 이미 지난 주말 이틀 연속으로 광화문에서 펼쳐진 촛불 추모제는 그 상징성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주최측은 매주 주말마다 이 추모 항의집회를 계속 갖기로 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대중적 영향력과 상징성이 큰 대중연예인 등 문화인들의 대거 항의집회 동참은 거대한 폭발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어쩌면 연말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광화문 타종식때 항의집회가 폭발적 대중집회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지난 월드컵때 폭발했던 '피플 파워'가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 삼엄한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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