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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법 경영의 대명사로 남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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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불법 경영의 대명사로 남을 건가

[시민정치시평]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출범의 의미

지난 14일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여성플라자 건물에 400여 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모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들은 전날 삼성전자서비스가 총회 참석을 방해하기 위해 벌인 '휴일근무 이벤트'(노조 창립총회에 참가하는 대신 당일 근무하면 20~30만 원 상당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행사)와 총회 참석에 따른 공공연한 불이익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회 장소로 모여들었다. 노동자들은 지회 규약을 통과시키고 지회장 등 지도부를 선출했다. 그리고 삼성의 공격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로써 '무노조 경영' 이념을 자랑하던 삼성에 수백 명이 참가하는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국내 제일의 기업이라는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 헌법과 법 위에 군림하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철저하게 부정해온 삼성재벌의 무노조 역사에 파열음을 낼 수 있는 노동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소수 노동자들의 움직임으로 그쳤고, 그조차 복수노조 금지조항과 이를 악용한 삼성의 조직적 감시와 탄압 앞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2011년 7월 12일 삼성에버랜드 식음료 부서에서 근무하던 정규직 노동자 4명이 3여 년의 준비 끝에 최초로 자주적인 법내노조인 '삼성노동조합'을 설립하는데 성공했다. '삼성노동조합'은 노조 설립의 대가로 4명의 조합원 전원이 해고 1명, 정직 3명 등 보복 징계를 당하고 노조홍보물을 나누어주는 것조차 제지당하며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하는 등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로의 조직형태변경을 거쳐 조금씩 조합원을 늘려가며 만 2년 이상 자주적 노동조합을 사수해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적은 수의 노동자들만이 조합에 가입했고, 그로 인해 단체교섭권 역시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지난 14일 열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 모습. ⓒ연합뉴스

그 와중에 삼성의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면서도 삼성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 '삼성맨'처럼 근무해온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 삼성의 가장 말단에 놓인 간접고용(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고용주와 실제 그 노동력을 이용하는 사업주가 다른 고용형태를 일컫는 말) 노동자들 수백 명이 모여 삼성그룹 내에 또 하나의 자주적인 법내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현재 조합원이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노동조합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주체로 나설 수 있는 대규모의 노동조합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무노조 삼성'에 유의미한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역사적 사건이다.

한편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협력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과 무관한 조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설립과 관련하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협력사 사장들을 수원 본사로 불러 모은 후 그들로 하여금 위장도급이 아니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토록 하는 것을 보면 전형적인 도둑의 제 발 저린 모양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센터별로 협력업체를 두고 있으나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정한 공수단가표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아왔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시와 감독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배정해주는 업무를 수행해온 것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삼성전자서비스이고, 그 대가를 실질적으로 지급하는 자도 삼성전자서비스인 이상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사용자는 '핫바지'에 불과한 협력업체가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더 이상 삼성과 무관한 조직이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를 실질적 사용자로 하는 '삼성의 노동조합'인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위장도급을 통해 사용자성을 세탁함으로써 형식상의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 위장도급이란 원청회사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명목상의 고용주를 중간에 끼워 넣음으로써 자신은 정작 사용자로서의 모든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탈법적인 인력운영방식이다. 위장도급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노동법적 원칙과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9조, 허가받은 노동조합 이외에는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을 금지하고 있는 직업안정법 제33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죄행위이다.

실질적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위장한 결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시 퇴근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버렸고, 건당수수료라는 임금체계로 인해 비수기에는 최저임금조차 하회하는 저임금의 문제가 발생하고 연차휴가사용은 남의 일처럼 돼버렸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법정수당 또한 근로시간과 임금수준을 고려해볼 때 제대로 지급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훨씬 초과한 장시간노동과 최저임금마저 위협받는 저임금의 현실이 21세기 세계적 기업임을 자랑하는 국내 제일의 재벌기업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숨겨진 풍경이다.

지난 24일 오전, 금속노조는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삼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부인해온 태도와 기자회견 시 본사 건물 앞을 가로막은 삼성의 대형버스 차벽을 미루어볼 때, 삼성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형식적 이유를 들어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덩치 값도 못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출범을 계기로 종전처럼 노조를 부정하고 불법고용을 선도하는 불법경영의 대명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노조를 인정하고 불법고용을 척결하는 준법경영의 이행자로 거듭날 것인지 고민할 할 때가 왔다. 헌법과 법 위에 군림하는 기업은 결코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없다. 그러한 기업은 추구해야 할 모델이 아니라 시정의 대상일 뿐이다.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는 위장도급 불법고용의 해결책은 그 위장을 벗겨내는 일이다. 실질 사용자를 법적 사용자로 복원하는 일이다. 그것은 위장도급의 법률효과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삼성전자서비스의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리해야 권한(사용)과 책임의 일치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와 같은 범법행위에 대해 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노동의 대가를 중간인이 떼어가는 중간착취를 근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같이 큰소리로 외쳐보자.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재벌기업부터 법망을 벗어난 위장도급 불법고용을 중단하고 준법경영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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