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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가 '문제의 축'인가

정치ㆍ경제권의 평준화 폐지 논란

***"고교평준화는 경쟁력 저하의 주범"**

정치권과 경제권에서 최근 고교평준화 폐지를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교육분과위는 25일 고교평준화에 관해 공립학교는 현재의 틀을 유지하되 사립학교부터 틀을 풀어 자율에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분과위 결정으로 한나라당이 고교평준화의 단계적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앞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4일 국회 연설에서 "학력저하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 고교평준화 정책을 개선해나갈 것이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경쟁도입이 필요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교평준화 폐지를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으나 고교평준화로 인해 학력이 저하되고 교육이 불평등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의 개선 방안으로 '경쟁도입'과 '학교선택권 확대'를 제시한 것.

유종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1월 22일 TV토론에서 "평준화제도로 모든 부담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전가된다"며 "학교 간 경쟁을 부활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고교평준화 제도를 비판했다.

유 후보는 최근 프레시안의 정책문답에서도 '고교 입시의 부활은 반대하나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가 하향평준화, 교실 붕괴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권의 폐지 주장은 정부 측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국민경제자문회의 '2011 비전과 과제' 대통령 보고에서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로는 학교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교육행정을 단위학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사립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통제를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로 한정하고 사립고교에 대해서는 학교운영의 자율권 및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DI는 더 나아가 '대학의 학생선발권은 대학의 고유한 법적 권리이므로 대학정원 관리를 완전 폐지하고 고등학교 간 학력 차이 인정 여부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는 한편 기여 입학제도도 점차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진념 재경부 장관은 지난 1월 31일 한경 밀레니엄 조찬간담회에서 "강남 부동산 값이 과열 현상을 빚은 것은 고교평준화 때문"이라며 "상업고등학교는 목포상고 군산상고 등이, 사범대는 공주사범 등이 지방에서 유명했는데 지금은 교육 때문에 다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고교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는 교육 본연에 적합한 제도"**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이상주 교육부장관은 KDI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평준화를 해제할 경우 과거처럼 명문고 진학을 위한 '중3병'이 되살아나는 등 비정상적 과열현상이 빚어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 장관은 "많은 국민이 평준화제도에 찬성한다"며 "이 제도의 문제점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여입학제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계층간 위화감 조성을 우려하고 있는데다 일부 대학에서 돈으로 대학 입학 자격을 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채택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윤지희 회장은 "고교평준화 제도는 우리나라 교육정책 중 가장 안정적으로 입시위주의 교육을 해소하고 교육 본연의 역할에 적합한 제도"라며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평준화 폐지가 아니라 학교에 교육과정 편성권을 부여하는 등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한나라당의 고교평준화 단계적 폐지 방안에 대해 "교육계에서 합의도 안된 사항에 대해 정치권에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고교평준화 폐지는 자립형 사립고와 마찬가지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평준화가 '문제의 축'인가**

교육 문제가 실제 고교평준화 때문인가. 아니면 도착된 주장에 불과한 것인가.
지난 95년 교육개혁위원회는 고교평준화 제도에 대해 '미래사회가 고도산업사회, 자율화 사회, 다변 다양한 사회, 국제경쟁사회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만큼 많은 문제점을 지닌 학생선발제도로는 선진사회로 발전하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재 고교평준화에 대한 비판은 1)학력 저하 2)경쟁력 저하 3)학교선택권 제한 4)사학 자율성 침해 5)공교육 붕괴(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요약된다.

고교평준화는 지난 74년 서울 부산을 시작으로 현재 7개 특별, 광역시와 16개 시 등 모두 23개 지역에서 실시중이며 학생수로는 89만5천명으로 전체 인문계고 학생의 68%에 달한다.
그동안 고교평준화로 인해 소도시 주변 농촌 학생의 진학 기회가 축소된 경우를 들어 90년 이후 7개 도시가 평준화지역에서 해제됐다.

***'평준화'는 있어도 '하향'은 없어**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하향평준화'. 여러 차례 실증 조사에서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저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 등이 지난 99년 고교생 1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 고교생의 학업 성취도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적 집단별로 학업성취도 변화(1학년→3학년)를 보면 평준화 지역 상위권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이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0.78% 떨어지지만 중상위권은 0.22%, 중위권은 1.64%, 중하위권은 3.81%, 하위권은 7.52%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상위권 학생은 평준화로 인해 성취도가 약간 떨어지지만 중위권과 하위권은 월등히 높아진다. '평준화' 현상은 있으나 '하향평준화'는 아닌 것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칠 경우 더욱 효과적'이라는 일반적인 견해가 사실과 다르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회창 총재가 제기한 '학력저하'는 잘못된 인식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은?**

고교평준화가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값을 놀려놓았다는 진념 장관의 인식에도 반론이 거세다.
경기교육청이 수도권 7개 도시의 고교평준화 방침을 발표(2000년말)하기 직전과 직후 수도권 7개 도시 중학생의 서울 전출을 조사한 결과 2000년도에는 1천9백36명이었으나 2001년도에는 1천4백33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강남구와 서초구 전출은 2000년도에는 3백22명이었으나 2001년도에는 2백34명. 수도권 도시의 평준화를 피해 서울 강남지역으로 학생이 몰렸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

***사교육비 증가도 평준화 탓인가**

사교육비 증가가 평준화 탓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77년 당시 총생산의 0.7%(5백71억원)이던 과외비가 98년에는 2.9%(9천1백83억원)로 늘었다. 교육부가 조사한 2000년도 사교육비 실태를 보면 평준화 지역인 강남의 과외 학생 1인당 평균과외비는 연 2백86만6천원이고 당시 비평준화 지역인 분당과 일산은 2백32만7천원이었다. 가구당 강남은 4백38만원, 신도시는 4백41만원이었다.

신도시 지역의 상급학교 재학생 비율이 강남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평준화 지역인 신도시의 사교육비 지출이 평준화 지역인 강남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

***"창의적 교육 방안을 모색해야"**

경쟁력 저하, 학교 선택권 제한, 사학 자율성 침해 등은 대다수 교육 관계자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평준화로 인한 것이 아니며 평준화 폐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군포고 서성 교사는 "비평준화는 학교와 학생을 (하나의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에게만 학교 선택권이 주어질 뿐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육 투자 확대와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의 정상화, 특성화고의 확대를 기반으로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개별 학교의 운영 및 성과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학생과 학부모가 진로와 미래예측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특수목적고는 1백3개(과학고 16개, 외국어고 18개), 직업교육 특성화고는 30개, 대안교육 특성화고는 11개가 있다.

서정화 홍익대교수(한국교육행정학회회장)는 지난해 5월 교육개발원 심포지엄 기조발표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의 평준화 정책의 틀을 유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평준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고교평준화 폐지를 거론하기보다는 현재의 제도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모색하는데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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