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 참여를 선언한 시민운동, 특히 환경운동 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금까지 가시화된 움직임은 지역 시민단체와 무소속 지방의원들의 연합체인 ‘지방자치개혁연대(자치연대)’, 환경운동연합이 추진하는 ‘녹색자치연대’, 녹색연합이 주도적으로 준비중인 ‘녹색당 창당’, 70-80년대 민주화운동세력들이 주축인 ‘푸른정치연대’ 등이다.
현재까지는 각자 각개약진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호간 제휴, 연대를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어서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의 참여가 될지 아직은 판단을 내리기 시기상조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곳은 ‘자치연대’. 지난 4월 지역시민단체, 무소속 현역 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이미 자치단체장 및 지역의원으로 진출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어 다른 어떤 곳보다 현실성 있는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지역별로는 28일 광주전남 창립대회를 시작으로 사실상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자치연대 문태룡 기획단장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위해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과 접촉 중이며 대구, 경남, 강원, 광주, 전남 광역단체장선거에 후보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대구시장에 이재용 현 대구 남구청장, 경남지사에 김두관 현 남해군수, 광주시장에 정동년 현 광주 남구청장, 강원지사에 정성헌 우리밀살리기운동 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초 단체장의 경우 30여 곳에 후보를 낼 예정이며, 기초의원들은 가급적 전국적으로 후보를 내는 것을 목표로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환경운동 단체 가장 적극적**
시민단체 차원에서는 지방선거에 대한 참여방침이 엇갈린다. 직접 후보를 내자는 측과 정책평가 내지 선거감시에 머무르자는 양론이 대립한다. 직접 참여에 가장 적극적인 쪽이 환경운동연합이고, 경실련은 직접 참여에 반대한다.
특히 환경단체들의 선거 참여가 무소속 출마와 정당 창당이란 두가지 형태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가동중이던 ‘녹색자치위원회’를 ‘녹색자치연대’로 개칭, 기초의원 출마를 중심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녹색자치위원회 박진섭 국장은 “생활정치, 즉 지방자치는 환경운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직접 후보를 내고 지방자치 영역을 장악해 가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후보는 12월말이나 1월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같은 환경운동단체이면서도 녹색연합은 단순한 선거참여 형태가 아닌 정당 형태의 조직적 참여를 꾀하고 있다. 최근 유럽권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녹색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녹색당 창당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임삼진 사무처장은 “60%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을 만큼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녹색당은 환경보전, 참여자치, 분권을 내용으로 하는 녹색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임 처장은 또 “녹색당은 내년 지방선거뿐 아니라 대선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당 창당 추진은 단순히 환경운동의 연장선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치 전체의 질적 쇄신을 바라는 국민여망에 부응하겠다는 취지도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바로 이점에서 환경운동연합의 선거참여와 구별된다.
임 처장은 “녹색당이 창당되면 참여인사들이 각자 소속된 시민단체를 일제히 탈퇴하고 본격적인 정치운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정당 형태의 참여와 시민단체 차원의 참여를 구분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환경운동도 아직 대중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정치운동으로 전환할 경우 그나마 조직된 대중적 참여마저 놓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시민권의 움직임은 또 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 3.1운동 기녑사업회 등 민족운동진영, 진보정당 및 기존 제도권 정당 출신 등이 중심인 푸른정치연대가 지난 1일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한 것이다.
푸른정치연대에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조성우 민화협 집행위원장, 정동년 전 5.18 민중항쟁동지회 회장, 이자현 정신개혁국민협의회 상임대표,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전 경실련 공동대표) 등 과거 재야운동의 주도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장기표 원장은 신당 창당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어 향후 푸른정치연대가 정치권 전체의 지각변동 여하에 따라, 또한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정당 형태로 발전할 여지도 강하게 남겨두고 있다고 보인다.
***연대 추진 성사 여부 주목**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시민운동과 과거 재야운동 출신 인사들의 다양한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이들은 각자의 정체성과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수립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미력한 힘을 하나로 모아 제도권 정당 후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후보조정, 정책 연대 등 여러 차원의 연대가 불가피하다.
현재 가장 활발한 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자치연대.
문태룡 기획단장은 “지역별로 녹색당 추진세력, 환경운동연합, 푸른정치연대, 민주노동당 등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치연대는 무소속 출마가 원칙이지만 일부가 녹색당 후보로 선거를 치루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녹색당 창당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임삼진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자치연대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문 단장은 또 “환경운동연합과는 정책연대, 후보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공동 선거대책본부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자치연대 정성헌 공동대표, 강영추 실행위원은 푸른정치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연대 모색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은 정당 창당 여부이다.
녹색당 창당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시기상조’라며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지침을 정한 상태이다.
또한 범진보세력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도 2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녹색당이 내걸 이념과 정책은 민주노동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이 시점에서 굳이 녹색당을 만들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해 녹색연합 임삼진 사무처장은 “이미 녹색당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고전적인 보수-진보의 도식이 아닌 녹색이념을 중심으로 한 정당 창당의 독자적 필요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임 처장은 “한 지역구 내에서 진보 후보간의 대립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후보 조정의 가능성은 내비쳤다.
이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다양한 시민권의 움직임들이 향후 어떤 형태의 연대를 모색할 것인지 아직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정당 창당과 시민단체 차원의 참여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선거라는 목전의 싸움터 앞에서 이들이 어떤 대오를 갖추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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