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스터리 독자들에게는 1997년 커티스 핸슨의 영화
▲ [L.A. 컨피덴셜] |
도서평론가 이권우(한양대 특임교수), 서평가 이현우(필명 '로쟈'), <프레시안> 기자 김용언 세 명이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선정하여 같이 읽고 토론하는 자리, '3인 1책 수다'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앤>(
▲ 영화 [L.A. 컨피덴셜] |
김용언 : 예전에 무척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고 현대 하드보일드 누아르 소설에서 손꼽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주저 없이
이현우 : 예전에 봤던 커티스 핸슨 감독의 동명 영화만 믿고 골랐다가….(웃음)
이권우 : 전 그나마도 다른 영화와 착각했었습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원작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김용언 : 커티스 핸슨 감독의 영화는 소설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덜어낸 버전인데요, 이 영화는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지요. 이 정도 분량의 소설을 2시간 20분짜리로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당연히 탈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각색의 모범으로 불리는 작품이에요. 그에 비해 제임스 엘로이의 또 다른 대표작 <블랙 달리아> 같은 경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2006년 영화화했지만 설득력 있는 각색에 완전히 실패한 경우입니다.
이권우 : 2편은 뭐에요?
김용언 : 이건 번역이 안 되었는데요. <빅 노웨어(The Big Nowhere>라는 작품이고, 4편이 <화이트 재즈(White Jazz)>입니다. 1940년대 말에서 50년대 말의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입니다.
이권우 : 연작은 아니겠군요.
김용언 : 예, 그런데 살짝 겹치는 인물은 있어요. 예를 들어 <블랙 달리아>에 나오는 경찰 고위 간부 밀러드가
이권우 : 로스앤젤레스는 도시 이름을 잘못 정한 것 같아요. 아니, 잘 정한 건가?(웃음)
김용언 : 천사들의 도시라니, 무척 역설적인 이름이죠.
살해당한 어머니를 위한 글쓰기
이권우 : 그러니까
▲ <내 어둠의 근원>(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원열 옮김, 시작 펴냄). ⓒ시작 |
어머니와 그런 식으로 헤어지고 난 경험이 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뻔합니다. 엘로이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술과 마약에 절어 청년기를 보냈어요. 결국 재활에 성공한 뒤 독학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죠. 그는 일생 내내 자신을 괴롭힌 사건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 사건을 몇 십 년 만에 다시 들춰보며 마치 자신의 소설 속 탐정처럼 치열하게 추적해갑니다. 그 내용이 <내 어둠의 근원>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요.
<블랙 달리아> 역시 어머니 사건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47년 벌어진 무명배우 엘리자베스 쇼트 살인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죽기 10년 전 쯤 벌어진 이 사건에 엘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끈질긴 집착을 보였다고 합니다. 말할 수 없이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당한 엘리자베스 쇼트 역시 엘로이의 어머니처럼 복잡한 남자관계 때문에 오히려 용의자를 찾기 어려웠고 호기심 어린 스캔들의 대상으로만 떠돌았지요. 엘로이는 <블랙 달리아>에서 극화한 엘리자베스 쇼트 사건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되살려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블랙 달리아>의 서문에는 아예 "어머니, 스물아홉 해가 지난 지금에야 이 피 묻은 고별사를 바칩니다"라고 쓰기도 했어요.
이권우 :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을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원래 이렇게 길고 복잡한 스타일인가요?
김용언 : 네.(웃음) <블랙 달리아>도 수많은 주인공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두뇌 회전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이현우 : 이게 제임스 엘로이만의 특징인지, 아니면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가 일반적으로 이런 스타일인지 궁금하네요.
김용언 : 하드보일드가 대체로 이런 스타일이긴 한데, 엘로이가 또 강박적으로 핍진성을 따지면서 무척 자세하게 모든 것을 역사지리학적으로 기술하려는 작가인 것도 맞아요. 아마 똑같이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다룬 작가로는 <안녕, 내 사랑><빅 슬립>(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펴냄)의 레이먼드 챈들러가 원조 격일 텐데, 엘로이 소설은 챈들러 소설보다 서너 배는 더 복잡한 것 같아요.
이현우 : 엘로이가 챈들러를 깎아내렸던데요.(웃음) 본인이 훨씬 더 잘 쓴다고 자부하면서.
김용언 : 하지만 제 생각엔 챈들러를 깎아내릴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웃음) 두 사람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거든요.
L.A.의 폭력의 역사
▲ 이권우. ⓒ프레시안(최형락) |
이현우 : 리뷰를 몇 개 찾아보니까
이권우 : 워낙 등장인물이 많고 긴 시간 동안 벌어지는 얘기다보니, 아예 계보도를 그려서 책 앞에 붙였다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작가가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그 특징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흐름을 따라갈 순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코 편한 스타일은 아니지요. 장르소설 독자가 아닌 입장에선 책을 읽는 내내 방해물이 많다는 느낌이었어요. 미스터리 장르 팬들은 이런 소설에 왜 호감을 갖는지 궁금합니다.
김용언 : 특히 현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가 대체로 방대한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경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범죄를 통해 어떤 사회의 초상화를 완성하려다보니, 현대사회의 복잡한 측면을 의도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특징은 공통적이에요.
▲ 영화 |
제 생각엔 이렇습니다.
그 방식이 사실 되게 폭력적입니다. '악에는 악으로'의 공식인데, 그런 폭력적 희생제의를 통해 사건 해결과 스스로의 상처 치유를 동시에 성취합니다. 그 결말이 아주 깨끗하고 정의로운 해결이 아니고, 심지어 경찰 내부의 근본적인 부패의 핵심을 제거하는 데에는 실패하기까지 하죠. 그런데 제 생각엔, 그런 개운하지 못한 결말마저도 작가가 집요하게 추구하는 핍진성의 측면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사회학자 마이크 데이비스 같은 경우 L.A.의 역사를 기술한 책 <수정의 도시(City of Quartz)>에서 L.A.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로 제임스 엘로이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엘로이가 'L.A. 4부작'을 통해 "현대 L.A.의 역사를 성범죄와 악마적인 음모, 정치적 스캔들의 연속체로서, 하나의 지도로 완성시킨다"라고 평가하면서 "여기서 L.A.는 어떤 희망이나 빛도 남아있지 않고, 악은 법의학적인 진부함이 되어버렸다"고 썼어요. 그러니까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떤 분노조차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부패가 로스앤젤레스 이곳저곳에 만연해 있다는 점을 적시한 작가라는 거지요. 게다가 80년대 말에 처음 등장한 'L.A. 4부작'이 1950년대 L.A.를 배경으로 하는데, 80년대 레이건 시대의 부패에 대한 작가의 환멸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는 지적도 해요.
▲ 김용언. ⓒ프레시안(최형락) |
이권우 : 소설의 3분의 2 정도까지는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잖아요. 하지만 이후 해결 과정이 좀 급하게 이뤄지면서 힘이 약해집니다. 아버지들의 자살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내면의 고민을 보여주지 않은 채 평면적으로 다뤄지니까, 어떤 점에선 막장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요즘 막장 드라마에선 아무 설명 없이 인물들을 다 없애버린다면서요.(웃음)
김용언 : 아버지 세대의 절멸을 그리는 부분이, 이 작가의 앞선 현실적 묘사와는 좀 상충한다는 느낌은 있어요. 하지만 그 부분 역시 비유로 활용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책 말미에 등장하는 신문 추모사 부분에서 "두 사람은 매혹의 도시이자 질 높은 생활이라는 로스앤젤레스의 완성을 상징한다. (…) 이 도시를 만들어낸 장대하고 멋진 꿈의 화신이었(다)"라는 아주 명백하게 역설적인 문장이 나오지요. 모두가 천사들의 도시, 꿈의 공장으로 생각하는 도시 L.A.의 주춧돌은 부패와 기만이었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마저 죽음으로 몰아넣는 뻔뻔하고 비정한 아버지들이 구축한 공간이라는 거지요.
이권우 : 타락한 천사의 비유를 보여주면서, 또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면서 정의를 내세우는 모습들이 이 작품의 주제를 규정하는 부분인 건 분명해요. 엘로이가 구축한 공간에는 도대체 정의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현우 : 에드먼드 엑슬리 자신은 소설 속에서 '절대적 정의를 추구한다'고 말은 하지요.
이권우 : 추구는 하는데 존재하지가 않아요. 작가는 로스앤젤레스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토대가,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포장되었더라도 결국 타락과 범죄의 커넥션일 뿐이다, 그런 얘길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현우 : 절대적 정의를 추구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선 '가능한 정도의 정의를 추구한다'로 바뀌지요. 아까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대한 일종의 거울로서 1950년대를 활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1950년대가 미국 경제의 부흥기이자 호황 국면이었잖아요. 그 활황의 이면을 L.A.라는 도시를 통해 보여주는 게 흥미로워요. 다른 미국사 책을 보면 이런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제2차 세계 대전을 통해 미국식 자본주의가 어떻게 비약적으로 도약했는가에 대한 성장담을 주로 다루죠.
이권우 :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 21>(송태욱 옮김, 사회평론 펴냄)을 보면, 자유와 세계 문제를 얘기하면서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가 그 사람의 범죄적 행위를 이해하는 장치처럼 생각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현우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환원시켜서 모든 걸 설명한다는 의미인가요?
이권우 : 네. 그걸로 모든 것을 해명하는 선택이 전형적인 인상을 줍니다.
'이면' 혹은 '너머'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 <블랙 달리아>(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황금가지 펴냄). ⓒ황금가지 |
김용언 : 하지만 전통적인 추리소설과
이권우 : 의외로 <돈 키호테> 구조네요? 돈 키호테 자체보다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는 작품인데, 하드보일드 소설이 그런 고전에 구조적으로 빚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돈 키호테>와
이현우 : 동시대 미국 작가 중에 제임스 엘로이와 견주며 비교해볼 만한 작가가 또 누가 있나요?
김용언 : 음, 미국에는 워낙 이쪽 작가 층이 두텁고 탄탄해서요…. 국내에도 다수 번역된 작가들로만 꼽는다면, 마이클 코넬리나 데니스 루헤인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권우 : 단도직입적으로, 전 고전적인 추리소설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는 편인데
하지만 이런 종류의 범죄 소설에선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범죄가 묘사되어 있어요. 어떤 대목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도 범죄를 너무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태도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현대 미스터리 소설을 잘 안 읽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 이현우. ⓒ프레시안(최형락) |
이권우 : 물론 대중의 눈을 속이며 정치 세력과 경찰 권력, 언론과 문화 예술 권력이 담합하고 금력이 거기 섞여들며 타락하는 과정이 한국에도 있지요. 그들이 심지어 사회적 지지를 얻어서 마치 그 시대의 심벌인 양 칭송받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에선 그런 사례들이 르포나 심층 취재 기사로만 주로 접하지 않았나 싶은데, 만일 제임스 엘로이처럼 그 소재들에 소설적 살을 붙인다면 한국에서도 훌륭한 범죄 소설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이현우 : 출판계에선 논픽션이나 르포르타주 분야가 아직 약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긴 해요. 그런 기반이 없으니 이런 종류의 범죄 소설이 나오기 힘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한국 범죄 소설의 최대치는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1980년대 초에 나와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었으니까요. 5공이란 '범죄사회'에 대한 문학적 대응의 한 양상이었죠.
김용언 : 전 현재 정유정 작가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우 : 미스터리 독자층에게는 정말 리얼한 세계, 그게 착각이나 오인일지라도 그런 현실감이 가능한 세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권우 : 이 소설이 객관적 사실을 모델로 한 건 아니죠?
김용언 : 몇 가지 사건들이 기반이 되긴 했어요. 이를테면 초반에 경찰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다 수감자들을 폭행하는 부분은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겁니다.
이권우 : 전 그런 현실감보다는,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도롱뇽과의 전쟁>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해요. 아주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끔찍한 장면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세련된 우화지요. 그래서
김용언 : 저로서는 순수한 재미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데요, 이런 범죄 소설이 그런 재미를 줍니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이런 죽음의 세계가 매력적인 거예요. 범죄와 부패를 파헤치는 작가의 태도가 어떻든, 감상적이든 냉혹하든, 정의롭든 냉소적이든 그런 다양한 태도를 전부 받아들일 수 있어요.
범죄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어떤 사람 혹은 공간 혹은 사건이 겉으로 보이는 바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인데요.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겉으로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했던 선입견을 뛰어넘어 그 어두운 이면을 직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고요. 그 과정이 불편하다면 사실 접근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불편하지 않다면, 불편함의 장벽을 뛰어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이 범죄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권우 : 얘기를 듣다 보니까 스티븐 킹의 말이 생각납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 장면이 어떤 걸까 궁금해서 들여다보는 사람은 이런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피하는 사람은 미스터리 장르를 싫어한다더군요. 그러니까 호기심인 거군요. 이면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이현우 : 이게 진짜라고 보는 거죠. 눈에 보이는 건 오히려 가장이고, 그 아래 진짜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권우 : 그 진짜 세계는 도덕적 평가를 안 하잖아요.
이현우 : 도덕 너머에 존재하지요.
▲ 영화 <블랙 달리아> 중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
김용언 : 이제 서서히 정리해야 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몇 마디 덧붙이자면, 제임스 엘로이는 추리문학계의 헤밍웨이, 미국 범죄 소설계의 악마개, 할리우드의 도스토예프스키 등 다채로운 별명을 가진 작가입니다.(웃음) 미국 내에서조차 이 작가가 굉장히 극단까지 간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여겨진다는 게 이 별명들만 봐도 짐작할 수 있고요.
저로서는 L.A.를 이만큼 어두운 시선으로 조명한 작가가 또 있었나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질 않더라고요.
아마 엘로이의 작품 세계에 가장 비근한 예라면 소설이 아니라 오히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생각나요. 그 작품 역시 할리우드의 어둠과 무의식을 무시무시하게 난폭하면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낸 걸작이었지요.
엘로이의 소설들은 추리 과정 자체에 집중해서 읽더라도 사실 꽤 정교한 작품이에요. 하드보일드 소설은 사건 해결 자체가 좀 무심한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요. 물론 셜록 홈즈만큼 꽉 짜인 수수께끼는 아니더라도, 엘로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면 그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사건 과정 속에 단서들이 전부 노출되어 있었고, 이 과정의 인과관계가 상당히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걸 새삼 깨닫게 돼요. 다만 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독자들의 넋을 쏙 빼놓는 바람에 미처 못 쫓아간 거지요.(웃음)
그저 마약에 취한 흑인 조무래기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여겨졌던 '밤부엉이 커피숍' 살인사건이 알고 보니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30년대 미제로 남았던 끔찍한 아동 연쇄 살인사건과 맞닿아 있었다는 사실, 즉 그 20년 동안 L.A.가 부흥해온 것만큼이나 범죄의 역사 역시 자신의 세를 불리고 살찌우며 확장해왔다는 과정을 읽노라면, 무척 거대하고 야심적인 미스터리 소설임이 실감납니다.
현대 미스터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사실 완독하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저의 선택을 받아들여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웃음) 긴 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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