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도 넘은 국정원, 새누리당 "이적행위, 남재준 사퇴"

민주 "대통령은 음지를 지향하고 국정원장은 양지를 지향"

국가정보원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가 맞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도를 넘은 행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조차 "국정원이 이적행위를 저질렀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정원의 대변인 성명에 대해 "국정원이 제정신이 아니다"면서 "셀프 개혁 주문이 또 다시 셀프 정치개입으로 귀결됐다. (국정원이) 정쟁의 도화선을 자임하고 있고, 이성을 상실한 집단임을 스스로 보여준다"고 성토했다.

전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재준 국정원장의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했다.

같은 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음지를 지향하고, 국정원장이 양지를 지향하는 것 같다"며 "자칫 남재준 대통령, 박근혜 국정원장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최근의 국정원장의 활약이 아주 눈부시다"고 꼬집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시해는 권총만 하는게 아니라 정치적 시해도 있다"며 "사실상 지금은 대통령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국정원장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날 국정원이 공개한 자료와 지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자료이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저는 분명히 다른 지도를 제가 가지고 있다. 우리 공동어로 구역을 어떻게 제시했는지 국방장관 회담과 장성급 회담에서 우리가 북에 제시했던, 북측이 우리에게 제시한 정확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이 제시한 자료가 허위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전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월권행위, 이적행위, 대통령 지시에 항거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국가의 이익과 명예를 저버린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 의원은 "이 문서에 대해 북한은 노 전 대통령 발언은 NLL 포기가 맞다고 주장해왔다"며 "국정원이 NLL 포기가 맞다고 공식화함으로써 남한 정부의 기존 주장이 아닌 북한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상의 이적 행위를 해버렸다"면서 남 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역시 11일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국회의원들이 의결해 (국가기록원 자료 열람)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나서서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도리였다"면서 "결코 박수 받을 처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