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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조 원 '착한 세금'을 아십니까?

[초록發光] 기후정의세, 탄소세와 핵연료세가 만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기후정의세' 밥안을 발의한다. 기후정의세? 기후 변화를 막자는 것인가?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정의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만큼 찬찬히 보면 별난 내용도 아니다. '환경 정의'란 말도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가. 환경 불평등이 사회 불평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당연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기후 정의' 역시 마찬가지다. 기후 변화의 발생 원인과 피해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다시 말해 '오염자 부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 부정의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정의세는 '녹색 성장'으로 척박해진 이 땅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특히 탈핵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후정의세는 두 가지 기둥으로 세워진 구조물과 같다. '탄소세'에 '핵연료세'가 합쳐진 것이다. 기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만지작거렸던 탄소세의 공은 이제 박근혜 정부로 넘어왔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탄소세의 등장은 시간문제다. 2015년에 일몰 예정인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겨냥해 급부상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왜 기후정의세를 도입해야 하는가?

생태 위기와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는 소득 중심의 '납세자의 담세력 원칙'과 오염자 부담 원칙의 조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 세제의 환경세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보다 탄소세를 신규로 도입하는 방식이 온실 기체 감축이라는 세제 개편에 유용하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환경세 본연의 목적과 달리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그리고 탄소 배출을 야기하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전력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는 정부의 전력 정책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에너지 세제 세율 범위 안에서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은 탄소세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더 낫다. 현행 에너지 세제 세율 인상의 경우 운수업자(버스, 택시, 화물차 등)의 유가 보조금의 해결 방안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2015년부터 실행 예정인 배출권 거래제는 유럽 사례에서처럼 탄소 감축 효과성을 확인하기 이전에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한 정책 조합을 생각한다면 에너지 목표 관리제를 강화하고 탄소 감축을 위해 사회 전반에 기후정의세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탄소세의 기능과 핵연료세의 기능을 모두 담는 기후정의세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탄소세만을 도입할 경우에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지는 몰라도 핵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핵 발전 확대라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탄소세 단독 도입 방안은 탄소 감축과 탈핵 에너지 전환이라는 동시적 시대정신을 외면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기후정의세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기후정의세는 화석연료의 탄소 함유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핵 발전의 경우에는 핵 위험 비용을 반영한다. 여기에 화석연료를 산업 연료로 사용하는 나프타와 아스팔트 등 에너지로 사용되지 않는 석유 제품에도 기후정의세를 부과해 탄소 감축의 실효성을 높인다.

한편, 천연가스와 서민 연료에는 세율을 낮춰 과세 형평성을 제고한다. 최종 소비 단계에 과세하지 않고 에너지를 공급·가공하는 생산 단계에 부과함으로써 징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 '탄소 구멍'이 많을수록 탄소세의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시행될 배출권 거래제보다 기후정의세가 환경 효과, 재정 확보, 녹색 사회로의 전환에 유용하다. 유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책 효과의 불확실성이 높고 시장 실패가 예견되는 탄소 시장을 무리하게 창출하기보다 기후정의세라는 조세 정책과 함께 탄소 감축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민주적, 사회적 계획을 세워야한다.

프랑스의 경우처럼, 배출권 거래제와의 이중 규제 논란으로 대규모 탄소 배출 산업을 탄소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서민과 일반 소비자들의 세금 인상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어 더 큰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탄소세가 정치 쟁점화되고 결국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탄소세 도입 계획이 무산되었다.

경제 주체들의 기후정의세에 대한 적응력을 배양하고 기후정의세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높여 정책의 실행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기후정의세의 초기 세율은 낮게 책정하되 단계적으로 인상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적, 공개적 논의가 수반되어야 하고, 이런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유럽 국가들처럼 '기후정의세위원회'가 구성돼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운영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후정의세는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사회 안전망과 조세 정의가 취약한 국내 상황을 감안해 '부자 감세, 서민 증세'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후정의세의 세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기후정의세로 무엇을 할 것인가?

기후정의세를 도입하면 연간 약 4~5조 원이 걷힌다. 이 세수를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3조원), 에너지 복지(5000억~1조 원), 산업, 고용, 지역의 녹색 사회로의 전환(1조 원)에 사용하여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기후정의세는 탄소 감축과 탈핵 에너지 전환이라는 '환경적 가치'와 녹색 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나타날 고용 변화와 지역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혁신적 조세다. 한마디로 해서 기후정의세는 '녹색 성장'이 아니라 '녹색 복지'와 '녹색 사회'를 위한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이제 탄소세든 '화석연료조세'든 어떤 이름을 달든 온실 기체에 세금을 부과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는 주장 자체에 반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핵 발전의 '숨은 비용'까지 반영해 선제적으로 제출된 기후정의세는 주목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더 늦지 않게 생산적인 논의를 시작하자.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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