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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향해 침을 뱉은 장관 후보 Mr.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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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향해 침을 뱉은 장관 후보 Mr. Kim

[기자의 눈] 조국에 대한 예의

전 벨연구소장 김종훈 씨의 <워싱턴 포스트> 기고가 화제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 사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김 씨의 후일담이다.

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나온 이 기고에서 "조국"을 향해서 거침없이 쓴 소리를 뱉었다. "정치권과 관료 사회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과 특정 업계가 국적과 애국심 부족을 이유로 내가 장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원인을 분석한 데 이어서, "마녀사냥 같은 독기 어린 공격" "나는 (한국에서) 스파이였다" 등 언론의 각종 의혹을 상기하며 짜증도 냈다.

김 씨의 이런 반응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부자로 성공한 사업가 입장에서, 자신의 장관 임명을 두고 "조국"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얼마나 분통 터지는 일이었겠는가? 성공에 아무런 도움도 준 적이 없었던 "조국"에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다니.

하지만 그런 마음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번 기고는 부적절했다. 아니, 오히려 적절했다. 이번 기고는 김 씨의 사퇴가 본인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김 씨처럼 국내외 곳곳에서 암약하는 "미국인보다 더 미국인"같은 이들의 본질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 김종훈 전 벨연구소장. ⓒ뉴시스

김종훈 씨가 "사랑하는"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미국 땅 하와이가 아닌 케냐에서 태어났고, 출생 당시 부친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미국 헌법이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만 대통령으로 출마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의 "우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4월 27일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1961년 하와이의 한 병원에서 자신이 태어났음을 증명한 출생 확인 기록을 내놓았다. 그러고 나서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받아야 했다(2012년 2월 3일).

미국 우파의 얼토당토않은 오바마 대통령 흠집 내기를 굳이 들춘 까닭은 김 씨에게 역지사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 "미국 국적"의 성공한 사업가가 있다. 그런데 그는 한 때 국군의 정보 장교였다. 또 국가정보원에서 그 역할이 불분명한 자문 위원으로 이름도 올렸다. 십분 양보해서 그 일은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기 한참 전이라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 사업가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김종훈 씨가 그토록 "사랑"하는 미국에서 가능할까? 설사 미국 국적을 획득한 지 한참 전이고, 미국에서 세금 꼬박꼬박 내는 사업가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려 하더라도, 공화당과 언론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김종훈 씨는 미국에서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한국에서 가능하지 않았다고 한국을 한참 덜 떨어진 나라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이런 사려 깊지 못한 제안을 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지만, 앞뒤 안 따져보고 덜컥 장관을 맡겠다고 승낙한 김 씨의 처신 역시 그가 "태어난" 대한민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시 묻자. 김종훈 씨는 왜 미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이 한국에서 가능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일까? 혹시 김 씨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닐까? '선진국'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인 자신을 '후진국' 한국은 군소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우월의식 말이다.

김 씨는 "미국에 대한 깊은 사랑"에도 불구하고 "내가 태어난 나라도 항상 사랑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경제 기적이 자랑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이 대목에서도 삐딱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만약 한국이 "경제 기적"에 성공하지 못한 아시아 변방의 후진국에 머물러 있었어도 그가 기꺼이 "조국"을 위해서 "봉사"하고자 장관을 승낙했을까?

지금 한국이 이룩한 "경제 기적"의 밑바닥에는 노동자의 피땀과 더불어 온갖 기득권을 버리고 "가난한 조국"을 위해서 "봉사"하고자 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과학기술자의 눈물이 쌓여 있다. 김 씨가 과연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장관 자리에 앉는 것이 무산되었다고 이토록 "조국"을 향해서 악담을 퍼부을 수 있을까?

가끔 미국에 국적, 학적, 종교 등 각종 적을 둔 이들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당황할 때가 있다. 그들이 얘기하는 "국익"의 의미가 기자가 아는 것과 달라서다. 그들에게 "국익"은 "한국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이다. 이를 따져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대꾸한다. "미국의 이익이 곧 한국의 이익입니다!" 김 씨라고 얼마나 다를까?

기고에서 김종훈 씨는 "한국의 10대 재벌 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고용 규모는 전체의 6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등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한국은 가격 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 생산 시설을 외국으로 옮기고 있고, 대학 졸업자 실업률도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백 번 지당한 얘기다. 그럼, 김 씨가 "사랑하는" 미국은 어떤가? 미국의 시가 총액 1위 회사 애플은 분명히 미국 국적의 기업이지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수십만 명의 노동자 대부분은 중국 선전에서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중국인이다. 설마 성공한 기업가인 김 씨가 이런 제조업 국외 '아웃소싱'의 원조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몰랐단 말인가?

김종훈 씨는 "한국에서 과학, 통신 기술을 이용하는 세계적인 중소기업을 만들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 했다"고 대한민국에서 좌절된 자신의 꿈을 언급했다. 감히 김 씨에게 당부하건대, 이제 그 꿈은 "미국이 베푼 축복에 영원히 감사"하며 미국에서 이룰 것을 권한다. 대한민국에 당신이 설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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