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세상살이가 내 맘 같지 않더라고요. 바른 소리를 하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 "나서지 마라"고 합니다. 제 생각, 제 관점, 제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걸음을 뗀 순간부터 두 주먹 불끈 쥔 것 말고는 없는데 말이죠.
'황우석 사태'가 그랬습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말했다가 왕따가 될 뻔했죠. 어디 이뿐입니까. '한미 FTA'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했다가 정부로부터 광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휴, 우리 사회 '갑'인 삼성·현대 등과 겪은 일은 말로 다 못합니다. 그렇다고 노동자와 약자에 대한 시각이 늘 칭찬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반성할 점도 분명히 있죠. 그러나 정치권에는 한결같이 각을 세웠습니다. 그 덕에 박수 좀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순탄한 삶은 아니었네요. 사실 앞날이 더 걱정인데 말이죠.
그래서 큰 맘 먹고 결심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고,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자고. 프레시안이 인터넷 언론의 새 역사를 썼듯 이번에는 과감한 체제 변화로 '언론 협동조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자고….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열 두 살 됐으니, 모험 한 번 해보렵니다.
여러분, 함께해 주실 거죠?
참,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들도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며 만평을 보내왔습니다. 최규석, 서상균, 고경일, 굽시니스트, 최호철, 하재욱, 서민호, 김용민, 최인수, 윤태호 화백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에요.
"프레시안 보도로 밝혀져…"
손주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거니는 할아버지, 매일 아침 요구르트를 배달해주는 아주머니…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은 '우리 동네'이다. 빨래가 널린 옥상 뒤 전광판에는 '프레시안의 보도로 밝혀진' 뉴스가 보인다. 취재 현장이 곧 '우리 동네(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호철 화백이 보낸 만평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러나 무심코 지나가는 '우리 동네'가 나온다. 실제 만평에 나오는 곳은 최 화백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최 화백은 "공간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주인 의식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론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프레시안과 동네의 에너지가 닮았다"며 "프레시안이 한국 협동조합의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만화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 화백의 작품은 거대한 화면 속에 담긴 세밀한 묘사가 특징이다. 그의 시선은 우리가 사는 '공간'과 '사람'에 맞춰져 있다. 총 길이 216cm인 대표작 <을지로 순환선>은 지난 2008년 책으로도 출판됐다. 그 외 교육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한 <태일이>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나와 있다.
(최호철 화백과의 인터뷰는 진유민 인턴기자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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