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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새빨간 거짓말!" 대선 후보가 외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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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는 새빨간 거짓말!" 대선 후보가 외친다면…

[초록發光] 도하 총회의 실패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교착상태를 풀지 못했고 별 소득 없이 끝났다.

2주간의 마라톤 협상을 비중 있게 보도한 언론 매체는 거의 없었다. 작년(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 전후로 팽배한, 회의 내용과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를 언론사들이 직감했을 거라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석유 가스 생산에 의존하는 중동에서도 '기후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현재 유일하게 공인된 감축 수단인 교토 의정서가 2020년까지 연장되었다는 걸로는 결코 위안이 되지 않는다. 2012년 12월 31일에 종료되는 의정서를 더 늘려봤자 코마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대학살' 사기극…"차라리 '애정남'에게 묻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러시아 등이 빠진 의무 감축으로는 전 세계 온실 기체의 15퍼센트만 규제하게 된다. 15퍼센트 중에서도 얼마나 줄일지는 또 나중에 결정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 교토 의정서라면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하다. 프로야구 10구단을 만들자는 회의가 2구단 체제로 가자는 결과를 낸 것과 뭐가 다른가.

1990년 대비 이미 배출량이 5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 총회 이후의 국제 협상이라는 게 얼마나 퇴행적인 과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추세대로 감축하면 2도 상승으로 억제하기는커녕 4~5도까지 상승한다는 기후 과학의 경고는, 회의 자리에서 주고받는 덕담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늦어도 2020년 이전에 배출 정점을 지나야 하는데, 2020년부터 모든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협약을 맺자는 접근도 소탐대실이다. 2013년부터 앞으로 8년간 대충 넘어간 후에 잘해보자는 도원결의를 한 셈이다.

그나마 관심을 끌었던 녹색기후기금(GCF)은 어떤가. 한국 정부와 인천 송도에서 축포를 쐈던 사무국 유치는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연간 3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2020년까지 1000억 달러로 축소될 조짐이 보인다. 이마저도 난망하지만 말이다.

기금 조성을 연간 1000억 달러로 가정해 총 8000억 달러 이상을 기준으로 계산한 녹색기후기금 유치의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는 버릴 때가 됐다. 2013년 하반기에 인천 송도에 사무실이 개소될 것이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가 이뤄질 것이다. 이에 맞춰 약속한 행정 지원, 재정 지원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제 흥분 좀 가라앉히고 녹색기후기금 유치가 진정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분한 성찰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해, 기후 변화에 서둘러 대응해야 하는 개발도상국과 빈국에 지원해야 한다. 녹색기후기금의 사전 단계인 2010~2013년의 '긴급 재정' 300억 달러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오죽했으면 섬나라 등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들이 '배상'이나 '보상'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손실과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명문화하라고 요구했겠는가.

그러나 이에 대해서 미국 등 선진국은 극렬하게 반대하고 한사코 '원조'라는 개념을 고수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한다는 내용이 최종 문서에 남았지만, 선진국들이 원조라 여기는 녹색기후기금의 미래도 불투명한 마당에 논의에 진척이 있을지 의문이다. 녹색기후기금의 파행을 우려한 개발도상국들이 '중기 재정'으로 2013~2015년에 600억 달러를 조성하도록 요구했으나, 선진국들은 '긴급 재정 기간의 평균 이상을 지원하도록 노력한다'고 소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던가.

도하 총회의 협상 과정을 멀리서 보고 있자니, 한국 사회를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1주일 뒤의 대통령 선거만 봐도 그렇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대선 TV 토론에서 환경 분야를 의제에서 제외했다. 기후 변화가 아직도 먼 이야기라면, 4대강과 핵 발전이라도 다뤄야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혹여 정치권력의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는 명백한 '관권 선거'이자 '선거 개입'이다.

민주통합당도 이런 비정상적 상태에 한 몫 거들었다. 변변한 환경, 에너지 정책도 내놓지 못한 상대 후보를 공략하지 않는 건, 바로 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가. 특히 '핵발전소'는 적극적으로 건드리기 곤란하다는 자기 검열이 지배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후보와 정당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동원하지 않는 것도 정치라지만, 이건 '참 잘못된' 정치라는 점은 확실하게 하고 가자. 정말 그렇다면, 이런 후보와 정당에 '초록 투표'가 가당키나 할까.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볼리비아 정부 대표가 도하에서 외친 말이 계속 맴돈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정말이지 먼 이야기이다.

"기후를 가지고 협상하러 오지 않았다." "기후를 산업화하려고 오지 않았다." "기후는 사고팔 수 없다." "기후 변화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기후변화협약 총회이지 탄소 시장 총회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몽크턴의 돌출 행동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파 영국독립당(UKIP)의 부대표를 역임했고 그 전에 대처 정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몽크턴은 도하 총회에서 버마 대표석에 앉아 기후 변화 회의론을 주장하다 쫓겨났다. 기후 활동가들이 회의장에서 퍼포먼스를 하다 제지당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그런 연설을 하다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영구적으로 출입이 금지된 사건은 이례적이다.

영국 보수당 국회의원 중에 100명 정도는 이런 회의론자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한국 정치가 더 선진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후 정치', '에너지 정치'가 없는 우리와 비교해 보면, 기후 변화나 핵발전소가 주요 선거 의제가 되는 나라들의 정당 간 경쟁은 지극히 정상적이라 하겠다.

도하 총회의 결정 중 하나는, 2013년 3월 1일에 각국이 2020년 이후의 새로운 기후 체제에 적용될 계획들을 유엔에 제출하는 것이다. 18대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리해야 할 첫 공식적인 업무인 듯하다. 이명박 표 '저탄소 녹색 성장'이 재등장할지, 아니면 대통령 인수위나 관료들 사이에서 뭔가 진전된 안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보고 있자니, 확실한 게 하나 있다. 기후 변화에 '준비된' 대통령과 정당은 없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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