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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 집착하다가는 밥줄 끊어진다!"

[초록發光] 차기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박근혜 집권이라는 최악을 막자는 생각에서부터 여러 정책의제에서―만족스럽지는 않지만―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기대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관심은 여러 가지로 뻗어 있는 듯하다.

탈핵 진영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캠프는 나란히 원칙적인 탈핵 입장을 천명하였고,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공약하였다. 또 에너지 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다. 두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탈핵 후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며, '탈핵 후보에게 투표하기' 캠페인의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물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녹색당은 두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면서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그대로 승인할 경우, 자신들의 임기 내에 핵 발전 비중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건설 중인 신규 핵발전소의 중단을 포함하여, 산업용 전력 가격 인상 등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들은 이미 탈핵 정책을 충분히 내놓았다는 듯, 이에 별 호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들이 탈핵 정책에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왜 유일한 찬핵 후보인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핵 발전 의제를 가지고 공략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부산 시민 300만 명의 목숨이 달린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에 대해서 왜 박근혜 후보에게 따져 묻지 않는가? 박근혜 후보와의 대선 토론에서 꼭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야권 대선 후보들이나 탈핵 운동에 나서고 있는 시민 사회 진영이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이 따로 있다. 탈핵 에너지 전환의 사회 경제적 토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 정책을 지지하는 집단들은 어떻게 형성하고 확대할 것인가? 야권 후보가 대선에서 집권하여 진정성을 가지고 탈핵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구조화된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추진했던 내부의 찬핵론자부터 시작하여, 소위 핵 마피아로 불리는 핵에너지 산업계, 학계 인사 및 연구자 집단 그리고 정부 관료들의 사회 경제적 동맹의 저항이 강력할 것이다. 그래서 '초록發光'의 한 필자는 "문재인·안철수, '핵 마피아'와 싸울 준비 됐나?"라고 물었던 것이다. (☞관련 기사 : 문재인·안철수, '핵 마피아'와 싸울 준비 됐나?)

그런데 이런 마피아들과 싸움을 하려면 모름지기 자신들과 함께 싸울 세력을 규합해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야권 후보가 집권을 한다고 하였을 때, 누가 핵 마피아와 맞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함께 싸울 세력이 되어줄 것인가?

여기서 질문을 좀 바꿔 보자. 전통적으로 환경 운동은 탈물질적 가치에 기초한 중산층의 운동으로 설명되어 왔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환경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먹고살기 바쁜 이들은 환경이 좀 파괴되더라도 (그래서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지역이 개발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 정책을 지지하게 된다고 이해되었다.

이런 이해와 설명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많은 점들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니, 우선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누가 핵 위험에서 벗어나고 온실 기체 감축을 감축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탈핵 정책을 공약한 야권 후보들이 이를 쟁점화하지 않고, 복지 의제로 쏠리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후보나 캠프 진영이 환경 의식이 부족하다고 탓하고만 있을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 운동 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내년으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스무 살 난 청년 환경운동연합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정책위원회의 일원이 되었다. 새로운 의제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발표할 기회가 있는데, 놀라웠다. 녹색 일자리 혹은 녹색 경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으며, 몸담고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도 2009년 창립 때부터 계속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쓰고 발언해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내에서 녹색 일자리에 대해서 본격적인 토론이나 활동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활동은 여전히 환경오염이 벌어지는 매체별로 구획되고 현안을 다루기 바빴지, 녹색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토대를 만드는 문제에 대한 기획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였다. 누가 환경운동단체를 지지하고 참여할 것인가? 그런 지지와 참여의 확대, 유지는 환경 의식을 고양시키는 환경 교육 기획으로 충분한 것인가?

변죽은 그만 올리고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탈핵 에너지 전환이 일자리를 만들고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주장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온실 기체가 증가하면 기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만 탈핵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도 탈핵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며, 관련된 여러 논거들도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핵에너지와 석탄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지 아니면 재생 에너지로 공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 따라서, 한 사회에 공급되는 일자리수가 달라진다. 핵발전소는 10기가와트시 생산당 1.4명의 직접 고용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태양광 발전소는 8.7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2011년 자료).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 단위 전력 생산당 창출되는 일자리 수 비교. ⓒIRENA

그리고 바로 이런 일자리가 바로 탈핵 에너지 전환을 지지지하는 사회 경제적 토대가 될 것이다. 반핵 운동으로 유명한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 최근호는 독일의 탈핵 결정을 분석하는 특집 논문들을 게재하였다. 독일 17인 윤리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마란다 슈로이어는 탈핵 정치가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로, 에너지 전환에 사회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재생 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미 38만 명의 일자리(2011년 현재)를 만들어내고 있는 재생 에너지 산업과 이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과 이 분야의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탈핵 에너지 전환의 주요한 지지 세력으로 굳건히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생 에너지의 공급을 위해서 결성되고 확대되어가는 에너지 협동조합과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조합의 여러 조합원들도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전통적인 환경 운동 세력과 함께 탈핵 전선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발간된 한국태양광산업협회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차기 정부가 탈핵을 하겠다고 한다면, 탈핵을 지지할 사회 경제적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자신들의 개혁을 지지해줄 사회 세력인 노동자 계급을 약화시키는 비정규직법 등을 통과시키는 바보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이제는 반대로 행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구상을 통해 노동자 계급과 탈핵 에너지 전환의 대의를 연계시켜야 한다.

심야 노동 철폐를 포함하여 노동 시간이 단축이 에너지 수요를 감축시켜 탈핵의 물리적 그리고 조직적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탈핵 동맹을 제압한 사회 세력을 형성하는 일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또 재생 에너지 협동조합의 확대와 성장은 지역적으로 소유, 관리되는 에너지 설비를 갖게 되면서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며, 탈핵 정치의 지역적 토대를 형성해줄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주택 건설, 개·보수업의 자영업자와 건설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통해서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수행하는 것 역시나 탈핵의 사회 경제적 토대가 될 것이다.

만약 차기 정부가 이런 일에 나선다면, 임기 내의 재생 에너지 발전량 수치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은 전통적인 에너지 기후 정책 영역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노동 정책과 사회적 경제를 위한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 내에서도 노동조합, 협동조합, 환경 운동 진영이 서로 협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아폴로 동맹, 호주의 호주노총과 환경보전재단의 협력, 독일의 환경과 노동을 위한 동맹 등과 같이 노동조합과 환경 단체들이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영국, 덴마크 그리고 독일처럼 협동조합이 재생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환경 단체들과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쯤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것이 있다. 탈핵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함께 바꾸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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