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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하트'에 열광한 탐욕의 유권자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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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하트'에 열광한 탐욕의 유권자들, 지금은?

[인터뷰] MB정부 5년 정산한 코믹호러 다큐 <MB의 추억> 김재환 감독

생각해보니 참 이상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 때쯤 그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들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에 대한 대차대조표는 어느 매체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다음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장밋빛 약속(실상 5년 전 현직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과 크게 다를 바 없는)만이 지면을 가득 채울 뿐이다. 반성 없이, 분석 없이 달콤한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다. 과거 약속의 이행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 현재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단 한 사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되풀이된다. 사람들, 그러니까 유권자들은 자꾸 메시아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 메시아를 불러들이는 것도 유권자들이며, 그 메시아의 장밋빛 약속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도 메시아 본인이 아닌 유권자들이다.

2011년 맛집 방송의 실상을 폭로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이 두 번째 '역지사지 프로젝트' <MB의 추억>으로 돌아왔다. 2007년 대선 당시 기호 2번 이명박 후보가 노무현 정권을 향해 퍼부었던 날선 비판, 열광하는 지지자들 앞에서 선언했던 호언장담은 2012년 현재 유권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질문들이기도 하다. 자신의 말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상황 앞에서 '주연배우'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줄 것인가?

<MB의 추억>이 시작하면 푸른색 호화찬란한 조명을 뚫고 이명박 후보가 유세 무대에 등장한다. 마치 아이돌 스타가 등장한 양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그는 스타이며 구세주다.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뤄줄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다. 이명박 후보는 마치 조선시대 왕들처럼 긴 칼을 차고 등장해 그 칼을 휘둘러 보인다. 지지자들의 함성도 더 뜨거워진다. 퍼포먼스치고는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직유법적이라 매력 없지만, 선거철이라는 특수한 시기상 그 제스처가 취하는 절대적인 의미는 "나를 따르라!"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따르겠노라는 맹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리고 김재환 감독은 <MB의 추억>에서 보여지는 이명박 후보의 호언장담, 이명박 후보의 놀라운 식탐은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내용이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MB의 추억>을 보는 65분 러닝 타임 내내,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이면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정동영, 이회창 후보도 조금씩 등장한다).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카메라에 찍힌 영상 중 방송 매체에 등장하는 화면은 주의 깊게 걸러진 것들이다. <MB의 추억>은 그 걸러진 영상 이후의, 날것 그대로의 제스처와 표정을 보여준다. 미리 경고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당신이 MB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MB의 추억>은 무척 웃기고 신랄하지만 딱 그만큼 피곤하고 괴로운 영화다.

10월 18일 개봉하는 <MB의 추억>은 서울 2개관(인디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과 대구 1개관(대구 동성아트홀), 강릉 1개관(강릉 독립예술국장 신영)에서 우선적으로 개봉한다. 배급을 맡고 있는 '스튜디오 느림보'의 고영재 대표는 "일단 4개관에서 시작하되 그 극장들에서의 호응에 따라 이후 확대 개봉 여부가 결정지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멀티플렉스 예술영화전용관이 한 개도 잡히지 않았다는 상황을 둘러싼 정치적인 확대 해석에 대해, CGV 다양성영화팀 관계자는 "정치색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MB의 추억> 개봉 일자가 다소 급하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배급 절차에 따라 10월 18일에 바로 영화를 틀 수 있는 예술·독립영화개봉관을 잡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미 편성이 결정된 영화들 모두에게 최소 2주 간의 상영기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그 상영이 끝난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얘기해볼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고 했다.

다음은 <MB의 추억>의 김재환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코믹호러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의 김재환 감독.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트루맛쇼> 이후 당신의 소원, 혹은 예언대로 TV 맛집 프로그램들에 변화가 생겼다. 과장된 화면들은 확연히 줄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사유리의 식탐여행>이라든가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 당신이 대표로 있던 B2E 제작사에서 만드는 <미각스캔들>까지 새로운 포맷의 맛집 관련 프로그램들이 생겨나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트루맛쇼> 이후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김재환: 별로 바뀐 거 같지 않은데….(웃음) 다만 방송에서의 자정 작용은 좀 있는 것 같다. 원래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고, 미디어는 주로 찍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트루맛 쇼> 이후 미디어 자체를 찍는 카메라가 있을 수 있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고, 그것 때문에 자구책을 모색하다보니까 포맷 변화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몇몇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좀 떨어진 것 같다. 이젠 더 정교하게 사기 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안 속으니까.

프레시안: 개인적인 변화는 어떤가. <트루맛쇼> 개봉 관련해서 상영금지 소송, 명예훼손 고소 등 고초를 겪었는데.

김재환: 고소 건들은 전부 깔끔하게 해결됐다. 대신 작년에 외주제작하던 프로그램들이 다 잘렸다. 매출액의 90퍼센트를 가져오던 MBC가 프로그램을 전부 끊었다.(웃음) <트루맛쇼> 이후 회사가 망하는 것까지가 퍼포먼스의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원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망하는 게 맞는데, 안 망했다.(웃음) 일할 게 아무것도 없던 기간이 좀 있었는데, 원래도 막 돌아다니면서 영업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뒤에 몇몇 프로그램들을 다시 만들게 됐다. <트루맛쇼>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그렇게 좀 센 프로그램 위주로 들어오더라. 사실 <트루맛 쇼>야 내가 만든 거고 우리 회사에서 만들던 프로그램과는 상관이 없는 건데…. 회사 사람들이 철없는 사장 때문에 불안에 떨지 않도록(웃음) 나와 회사를 좀 분리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대표 자리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내 작업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영향 받으면 안 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안 그래도 이번 <MB의 추억>으로는 인터뷰라든가 GV 등 대외적인 활동을 좀 자제하려는 입장이라고 들었다.

김재환: <트루맛쇼> 이후 그런 일들을 겪었다. 지상파가 이렇게 쓰라린 모독성 공격을 당한 게 처음이었지 않나. 나중엔 내가 라디오 생방송에서 했던 인터뷰와 GV 발언들까지 전부 녹음해서 명예훼손을 걸더라. 나중엔 내가 오히려 무고죄를 걸어도 무방한 상황이었지만,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개인이 아니라 미디어에 싸움을 거는 작업이었으니까 결국 포기했다. 그래서 <MB의 추억>으로는 GV를 안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작게 개봉하는 독립영화다보니 GV를 꼭 해야 관객이 든다고 하더라.(웃음)

프레시안: <MB의 추억>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역지사지 프로젝트 1'이었던 <트루맛쇼>에 이어 준비하던 2편이 TV 출연 전문가들을 다룰 것이라 했던 기억이 나는데.

김재환: 정확하게 하면 <트루맛 쇼>를 처음 준비할 당시 생각했던 동시다발적 아이템들이 미디어를 다루는 시리즈 세 편, '역지사지 프로젝트' 시리즈였고 그중 미디어 시리즈 한 편이 전문가들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디어 시리즈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바뀌는 중이다. 이런 게 나빠요, 라고만 하는 것보다 좋은 예를 찾아 보여주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역지사지 프로젝트' 2편은 <MB의 추억>이 맞다.

▲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B2E

프레시안: <MB의 추억>은 지난 4월 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그때 버전과 지금 개봉 버전이 좀 달라졌다고 들었다.

김재환: <MB의 추억> 자체가 'MB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보기'기 때문에 MB의 심정을 담은 1인칭 내레이션이 새로 들어갔다. 좀 더 쉬워졌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보니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부분의 편집과 구성이 달라졌고, 원래는 이회창, 정동영 후보의 유세 장면도 많이 들어갔는데 단독 주연 MB가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그 출연 분량을 배제했다.(웃음) 그리고 당시 유세장에서 MB에게 열광했던 유권자들이 지금은 어떤 생각일까 싶어 당시 시장 상인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새로 촬영했다.

프레시안: 편집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재환: <MB의 추억> 편집이 최종적으로 끝난 게 작년 가을이었다. 그런데 11월과 12월 경이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전성기였다.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나서 올해 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MB의 추억>을 보는데 좀 허무해졌다. 상황이 그동안 너무 많이 달라졌고, 이젠 '지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이 확정되고 이미지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좀 달라진 버전으로 개봉하면, 관객들에게 훨씬 더 명쾌하게 다가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MB의 추억>을 좀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산'이라는 주제는 어떻게 잡게 됐나.

김재환: 현직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차기 대통령 선거 전에 다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흘러간 옛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현실을 얘기하자는 거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모습은 5년 전과 다를 것 같지만 패턴이 똑같다. 미디어가 다루는 방식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시청자들은 이 후보들을 다루는 미디어의 동일한 방식을 쳐다보면서 거기서 어떤 영향을 받아 의지를 갖게 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멍하게 TV를 보는 유권자들, 그들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MB의 추억>은 <트루맛 쇼>와 동일한 주제를 다룬다. 모든 게 MB 탓이야, 비난하고 모욕하고 끝내버릴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게 자기 이야기라는 걸 모를 때가 많다. <트루맛 쇼>에서는 음식평론가 황교익 선생님 입을 빌어서, 시청자가 천박하니까 방송도 입맛도 천박해진다고 말했다. <MB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는 탐욕스럽다. MB는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줬을 뿐이다. 우리가 이런 대통령을 갖게 된 건 유권자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죄가 아니다.

잘 보면 두 작품의 공통점이 많이 보일 것이다. <트루맛 쇼>와 <MB의 추억> 모두 모니터가 많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처에서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와 핸드폰이 있다. 거기서부터 수많은 이미지와 메시지들이 전달되는데, 우리들은 거기서 영향 받아 정보를 얻고 행동한다.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생성되는 이면의 방식들. 맛집을 선택하는 것과 대통령을 뽑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점심 때 TV에 나온 맛집에 갔다가 실망하곤 "내가 다시 TV에 속나봐라"하다가 5시간 뒤에 또 다른 맛집을 찾아 나선다. 다만 이번엔 5년을 기다려야 한다.(웃음) 그렇게 보면 <MB의 추억>은 '역지사지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B2E

프레시안: 최근 <두 개의 문><미국의 바람과 불> 등 기존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아카이빙하여 활용한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띄었다. <MB의 추억>에서도 전반부 2007년 유세 장면을 담기 위해 수많은 자료들을 보았을 텐데, 자료들의 출처는 주로 어디이며 그 중에서 선택의 기준은 어떤 것이었나.

김재환: 화면들은 <한겨레>의 하니TV, 민중의 소리 방송, 개인 카메라, 환경운동 단체의 기록물, 한나라당 홍보물 영상 등이었다. 여기서 선택의 기준은 'MB의 말로 MB를 공격한다'였다. 이라크 전 반대 사진 중에, 긴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의 사진을 전봇대에 붙임으로써 그 총구가 빙 돌아 자신의 뒤통수를 향하게 되는 사진이 있다. 바로 그 기준으로 편집했다. MB가 유세 중에 전 정권을 비판했던 날카로운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의 자신을 찌르게 된다는 것. 그때 했던 말 중에 현재와 관계없는 내용은 배제했다. 2012년의 MB와 2007년의 MB가 관련을 맺을 수 있는 내용들이 기준이었다. 그때의 말로 공격하는 논리가 되어야 하니까 그게 좀 어려웠다.

프레시안: 전주국제영화제와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김재환: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에 대해 기대하는 효과는 동일하다. 식당들과 시청자들 모두 자기들이 얼마나 천박하지 스스로 느끼는 것, 유권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웠는지를 깨닫는 것, 그리고 MB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고 자문하는 것. 우리 모두, 대선 출마자들이 우리가 먹는 바로 그 서민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는지도 모른다. 실제 그 사람들의 정책이 아니라 서민 코스프레하는 모습을 즐겁게 소비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서민 코스프레는 우리 때문일 수도 있다. 선거 리얼리티 쇼에서 특정한 캐릭터들을 담당하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왜 즐거워하는가, 그게 뭘까를 생각해보자는 거다. 이런 이미지들이 만들어지는 패턴을 보고 난 뒤 쉽게 속지 않고 면역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방송사와 대선 후보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세상을 고발하는 방식 그대로 누군가 그렇게 자신들을 고발한다는 두려움, 말을 막 던지더라도 표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온갖 약속과 말, 스스로 구축한 이미지가 자기한테 얼마나 불리하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그들이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트루맛쇼> 이후 맛집 프로그램들이 자정 움직임을 보이는 건 부차적인 변화인 것 같고, 시청자와 미디어, 유권자와 후보자를 포함한 정체 세력에게 이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MB가 방문했을 때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현재까지도 그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경상도 지역 상인들 몇몇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감정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환: 지역주의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감정은 늘 변치 않는 상수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 지역에선 아무 변화가 생길 수가 없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내가 부산 출신이다. 아버지 고향은 김천, 어머니 고향은 진주다. 내가 아는, 나와 관계된 지역을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찍은 것이다. <트루맛쇼>도 내 직업, 내 밥줄과 관계된 얘기를 했는데, <MB의 추억>에서도 역시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건드리고 싶었다.

개인적인 걱정은 이런 부분이다. 어머니께 보여드려야 하는데 어떤 생각을 하실까.(웃음) 사실 왜 좀 더 터프하게 MB를 다루지 않았냐, 너무 젠틀한 것 같다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걸 원하시는 분들은 팟캐스트를 들으시면 될 것 같다.(웃음) 우리 어머니는 MB가 국정을 잘 수행해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라셨고,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망가지는 과정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다. 그런 어머니가 <MB의 추억>을 보실 때 어떤 평을 하실지 궁금하다.

프레시안: 아무래도 <MB의 추억>을 보고 나면 '나는 꼼수다'와의 관련성이 궁금해지게 되는데,(웃음) '나는 꼼수다' 앨범 수록곡이 삽입되고, BBK 관련 정봉주 의원 화면과 정봉주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 코멘트까지 등장하니까.

김재환: '나는 꼼수다'를 의식하고 일부러 넣은 건 아니었다. 영화 내내 MB의 말이 나오면 그와 상반되는 장면들이 계속 교차하면서 부딪혀야 했다. MB가 "정말 사랑합니다"라면서 하트를 그리면 시민들이 그 추운 날씨에 물대포 맞는 장면이 이어지고,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면 구호를 외치며 규탄하는 장면이 충돌한다. BBK 언급도 박근혜 후보가 예전에 정봉주 의원과 동일한 내용의 비판 발언을 한 게 있었기 때문에 넣은 충돌 편집 중 하나라고 봐주면 되겠다.

▲ 김재환 감독.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극장에 이 영화를 보러 올 적극적인 관객들은 아마 99퍼센트 이상 투표를 하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투표를 하자, 정치혐오에 빠지지 말자"라고 권하는 이 영화가 실제로 겨냥하고 있는 관객층이 극장에 일부러 올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분명 존재한다. 그 관객층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클 것 같다.

김재환: 이걸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관객과 보러 오는 관객 사이의 괴리가 있는 건 확실하다. 과연 어느 정도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딜레마는 늘 안고 있다. <MB의 추억>은 그 도가 아주 심한 경우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을 상영했을 때도, 관객들이 많이 웃으니까, 외국 프로그래머들이 궁금해 하면서 스크리너를 요청했다. 하지만 보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MB나 한국 방송사의 현실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여주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한국 관객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고민이 있다. 분명 극장까지 보러 오실 분들은 <MB의 추억>이 아니라도 적극 투표할 분들, 젊은 층들일 것이다. 오히려 이걸 봐주었으면 하는 분들은 안 보러 오실 것 같아서 고민이다. 그럼 난 이거 왜 만들었지?(웃음)

프레시안: 어떤 의미에선 당연히 투표할 사람들이 보는데도 작품 말미에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대통령 최수종의 입을 빌어 투표하자라고 역설하는 게 너무 당연한 얘길 하는 거 아닌가 싶어 좀 당황스럽긴 했다.

김재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에서는 2007년 대선 이미지 전쟁의 유포 방식, 2012년에는 그 말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가 막 섞여있었다. 지금 개봉 버전에서는 둘 사이의 구분이 확실하게 되니까 과잉 친절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긴 했다. 주 관객층은 20대, 30대 젊은 층일 텐데 그런 사람들이 더 열광하게끔 더 팍팍 찔러주지 그랬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 하지만 난 우리 어머니 같은 분도 보실 수 있는 정도의 수위를 생각했다.

원래 등급 신청 때에도 <트루맛 쇼>처럼 12세 관람가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15세 관람가가 나와서 좀 놀랐다.(웃음)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정치나 이미지 전쟁 조기 교육을 해도 괜찮을 텐데…. 난 그 관객층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더 쉽게 만들고 싶었다. 내레이션도 넣을지 말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넣었다. 그냥, 제대로 투표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미디어에 나온 이미지만으로 투표하는 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자는 거였고.

프레시안: <트루맛 쇼> 때 방송사들의 항의처럼 <MB의 추억>에 대한 공격은 없나. 선거법위반 등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들었는데.

김재환: 아직 없었다. 주연배우가 현직 대통령인데 감히 누가 공격을 하겠나.(웃음)

대선 후보 초청 안 하냐는 얘기는 많이 나오던데 굳이 오시라고 초대하진 않았다. 표 사고 보시면 말리진 않겠지만…(웃음) 사실 오신다고 해도 걱정이다. 5년 후에 내 영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는 분들 아닌가.(웃음) 그분들이 <MB의 추억>을 보고, 쇼를 해도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해야겠구나 하는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나보고 힘들고 어려운 일 한다고들 걱정하는데, 난 재미있어서 하는 거다. 이왕 재밌게 하는 일이 의미까지 있으면 더 좋겠다.

프레시안: 마지막 질문이다. 대선 투표에 대해 마음의 결정은 내렸는지.(웃음)

김재환: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아직 결정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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