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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대통령 되려면 '핵'에 목숨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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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대통령 되려면 '핵'에 목숨 걸어라!

[초록發光] 탈핵 프러포즈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에게 '탈핵'을 선언하고, 주요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탈핵'을 중요한 가치와 정책으로 내세우고, 낡은 체제와 질서를 극복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밝힌다면,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원 봉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무효표를 조직하는 '선거 보이콧' 캠페인이라도 나서서 제안하고 싶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밝힌 복지, 평화, 정의, 안전, 상생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교육, 주거 문제 등이 매우 시급한 현안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성장'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이제는 정치인들이 성장을 얘기할 때, 그 말에 숨어있는 함정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성장'은 재벌과 소수 기득권의 전유물이었음을 누누이 확인해 왔습니다. 일례로 '녹색 성장' 한다면서 4대강 사업에 22조 원을 쏟아 부었고, 핵발전소 산업 매출이 이명박 정부 들어 이전에 비해 연간 평균 3조 원 이상 증가했는데, 그 이윤은 대부분 토건 재벌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환경은 파괴되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지역 경제는 파탄 났고,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률은 급증했습니다. 또 성장을 주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농촌을 파국으로 내몰고 있고, 신규 핵발전소의 송전탑을 강행하면서 평생 땅을 일구어 온 농민을 자살로 내몰았습니다.

이웃을 고통에 빠뜨리면서 쟁취한 성장은 정의롭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성장론을 넘어 우리네들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를 얘기하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정권 교체인가?

이번 대선을 정권 교체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것에 선뜻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권 교체 자체는 이전 정부에 대한 반발심 외에 어떤 가치도 내포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진보와 보수의 대표자임을 자임하거나, 굳이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절반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철학적 기반이 현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도 책임감을 갖고 있고, 기후 변화와 빈곤 문제 등 지구촌 국제 협력에도 성찰하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만 잘살면 된다는 식의 논의만 전개되는 대선 과정이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니,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를 개최했느니 하는 자랑의 이면에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지구촌 빈곤 퇴치에 기여한답시고 공적 개발 원조(ODA)를 수출에 이용하는 문제,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면서 제3세계 환경과 인권을 파괴하는 문제 등 '무조건 잘살아 보세' 유의 졸부 근성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핵과학자 민병주 후보를 비례 대표 1번으로 추천한 박근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2060년에 탈핵을 하겠다는 문재인 후보를 보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구나 하는 생각에 걱정스러웠습니다. 죄송스런 표현이지만 본인이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40년 뒤에나 탈핵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고, 대국민 사기에 가깝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핵 발전 정책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이웃나라 일본 후쿠시마 핵 사고의 충격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제라도 민주통합당 강령에도 명기된 '핵 발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탈핵 정책을 제시해 주길 기대합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의 원론 수준이 아니라 분명한 탈핵 정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프레시안

누구를 위한 핵 발전인가?

후쿠시마 핵 사고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핵 산업계는 '이대로'를 외치며 핵 발전 확대 정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핵 발전 확대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핵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핵 발전 매출이 있는 업체는 모두 147개였고, 이들의 매출 총액은 16.8조 원이었으며, 이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2만3835명이었습니다. 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핵 산업체의 매출은 총 4.8조 원이였는데,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핵발전소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핵 발전은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끔찍한 위험을 초래하지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더구나 핵 산업 분야 인력의 3분의 2 가량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적 영역에 포함돼 있어, 핵 산업체에 종사하는 인력을 핵 폐로 산업으로 전환한다면, 탈핵에 따른 일자리 전환도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 반해 핵발전소의 경제성, 안전성, 민주성, 지속 가능성은 매우 취약합니다. 국가가 엄청난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면, 핵에너지는 매우 비싼 에너지이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누출되면 치명적으로 위험합니다. 또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피해와 밀양과 같이 원거리 송·배전 과정에서 부정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현실적인 방법은 없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에서 "무릇 장사란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대사를 듣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대권에 나선 후보들에게 선거를 통해 그리고 정치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려 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 발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거짓 선동하는 것에 맞서, '핵은 대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후보를 만나고 싶습니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1퍼센트밖에 안 되는 사고뭉치 고리 핵발전소를 즉각 폐쇄하고, 핵발전소 폐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후보를 기다립니다. 대도시의 신규 핵발전소 송전탑 건설을 위해 평생 평화롭게 땅을 일궈온 농민의 삶을 짓밟는 야만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후보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후보를 기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선이기를 기대합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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