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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반대 59.3%" 투표로 이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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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반대 59.3%" 투표로 이어진다면…

[초록發光] '욕망'이 아닌 '미래'를 위해 투표하자!

이제 총선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이미 결정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 선거에서 표의 행사는 우리에게서 대표권을 위임받고 정책을 실행해 온 집권 여당의 정책 활동에 대한 엄중한 평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 성장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하에 4대강 생태계 파괴를 방조하고,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 하에 대기업 조세 감면을 늘려주며 경제 양극화를 조장한 집권 여당의 실정에 대한 평가여야 할 것이다.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명백히 줄어들고 있는 핵발전소 시장을 겨냥해서 핵 수출 국가로 발돋움할 것을 부추기고 있는,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도 되돌려 놓는 한 표 행사가 되어야 한다.

한편, 다음 주에 행사할 표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를 분명히 밝히는 정치적 의사 표시일 것이다. 1퍼센트에게만 혜택을 주는 현재와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유지란 것이 우리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총선을 통해 우리는 경제 양극화가 아닌 경제 민주화를 우리 사회 비전으로 받아들일 것임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 못지않게 대안 비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에너지 체제이다. 여전히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생산성도 낮은 현재의 에너지 체제는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더러 생태 위기를 가속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던 핵에너지 사용 확대라는 것이 해결책은커녕 에너지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후쿠시마 사고가 잘 보여주었다. 여전히 진행형을 보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소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고, 통제를 벗어났을 때 기술적 해결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음도 분명히 해주었다.

최근 고리 핵발전소, 신월성 핵발전소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고들 역시 국내에서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통제할 수 없을 뿐더러 세대를 넘어서는 방사능 폐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핵발전소 기술을 계속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당 체제에서 에너지, 핵발전소 기술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 총선의 경우 녹색당, 진보신당에서 당의 대표 정책으로 2030, 2040년의 핵발전소 폐쇄와 재생 가능 에너지 체제로의 에너지 전환을 제시하고 있어 에너지, 핵발전소 문제를 정치 의제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우리의 한 표는 이렇게 중요한 에너지 문제가 정치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한 표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독일 녹색당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1970년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지속해 온 지역 활동가들은 1970년대 말이 되면서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회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1977년 처음으로 지역 활동가들이 "녹색 명단 환경 보호(Gruene Liste Umweltschutz)", "원자력 반대 선거 공동체(Wählergemeinschaft Atomkraft Nein Danke)"를 조직하여 지역 의회 선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각각 1.2퍼센트와 2.3퍼센트를 획득하고 의원 1명씩을 지역 의회에 진출시키는데 그쳤지만 이듬해인 1978년 브로크도르프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서 선거에 참여한 "녹색 명단 환경 보호"는 이내 5퍼센트 이상의 득표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고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부지 점거에 열심이었던 지역 농부, 대학교 학생, 교수, 변호사, 마르크스주의 운동가, 주택 점거 운동 주도자 등 기존 정당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던, 아니 의회의 위계질서와 의회 내 행위 규범까지도 무시했던 이들에게 독일 시민들이 표를 주기 시작했다. 당시 이들이 제시했던 탈핵, 생태 문제들이 독일 사회가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고 보았던 때문이다.

기존 정당에서는 누구도 제기하지 않던 문제를 이들이 제기하기 시작했고, 핵발전소 문제가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를 느낀 시민들이 아마추어 정치가들에게 표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한 표 행사가 지속되면서 지역 의회에서 출발한 녹색당이 1980년 전국적인 당으로 발전하고 1983년 연방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핵발전소 폐쇄 정책을 구체화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독일은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선취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2011년 8월 에너지경제원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이전의 19.2퍼센트에서 59.3퍼센트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 핵발전소가 '불안전'하다고 답한 이들도 47.4퍼센트에 달했다. 이런 반대 여론은 예정 후보지 지역의 경우 확실히 높았다고 한다.

며칠 전 발표된 고리 핵발전소 1호기 비상 냉각 장치 가동 불능 가능성은 이런 반대 여론을 더 강화시킬 것이다. 이런 상황이 또 다시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발전하기 전에 핵발전소 기술의 지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당장이라도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이번 총선을 통해 핵발전소가 정치 의제화될 수 있도록 우리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일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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