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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힘…'통합' 아닌 '분열'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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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힘…'통합' 아닌 '분열'에서 나왔다!

[김민웅의 '리브로스 비바'] 발레리 한센의 <열린 제국>

존 킹 패어뱅크의 중국사 연구

중국사에 대한 서구인의 저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존 킹 패어뱅크가 가장 독보적이고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의 <신중국사(China : A New History)>(1994년)를 비롯해서, <미-중 관계사(The United States and China)>(1948년), <중국 대혁명사(The Great Chinese Revolution 1800-1985>(1987년>만이 아니라 케임브리지 중국사 시리즈의 청조와 중화민국에 이르는 시기의 집필 지휘 등 패어뱅크의 학문적 기여는 막대하다.

'거시 중국사' 연구로 유명한 중국 출신 재미 중국사학자 레이 황(黃仁宇)은 하버드 대학 시절 패어뱅크 밑에서 연구를 한다. 서로 방법론이 달라 결국 함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역시도 패어뱅크의 엄청난 지적 수준에 놀라게 된다. 중국인보다 더 많은 중국 역사 지식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의 존재에 대해 레이 황은 질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레이 황은 그 나름대로 중국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중국, 그 거대한 행보>,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등을 썼으며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장제스 일기를 읽다>도 펴낸다.

이런 문맥에서 보자면 중국사에 대한 중국인과 서구인의 경쟁적 연구의 긴장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 중국의 세계적 위상 변화는 중국의 역사와 그 흐름의 정체에 대한 관심을 날로 깊게 하고 있다. 1998년에 나온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ReOrient)>(이희재 옮김, 이산 펴냄) 같은 경우는 읽어보면 볼수록 점점 대단히 뛰어난 예견력과 지적 통찰력을 지녔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 중국의 역사적 의미나 세계 체제 내부에서 중국사가 차지한 역할 등에 대해 프랑크는 서구 중심사관의 완고한 틀을 깨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세계 체제의 구조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걸대> 이야기

▲ <열린 제국 : 중국>(발레리 한센 지음, 신성곤 옮김, 까치 펴냄). ⓒ까치
예일 대학 중국사 교수인 발레리 한센의 <열린 제국 : 중국>(신성곤 옮김, 까치 펴냄)은 서구 중심사관에서 벗어나 근대 이전의 중국사가 얼마나 선진적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주목할 뿐만 아니라, 한족(漢族) 중심의 중국사관도 동시에 타격함으로써 중국사 이해에 역동적 관점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 서술도 흥미롭고, 여타 중국사 서적에서는 볼 수없는 다채로운 정보도 함께 주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손에 들고 단숨에 독파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가령, 전문가들이야 이미 잘 알고 있었을 테지만, 원(元)대에 고려인들이 중국에 가 무역상을 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긴 <노걸대(老乞大)>라는 책이 있는 줄은 한센의 중국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15세기에 출판된 <노걸대>는 비한족(非漢族)을 위한 중국어 학습서로 당대의 중국과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어 꽤나 흥미로웠다. <노걸대>의 번역이 1990년대 말에서야 비로소 시작되었고, <역주 노걸대>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정광의 손으로 2010년에 나왔으니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아직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한센이 이렇게 세세한 여러 일상과 문화의 면모에 대해 꽤나 깊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목이 <열린 제국(The Open Empire)>으로 되어 있는 점도 주시해볼 바이다. 중국은 외부 세계에 닫혀 있는 채로 오랫동안 정체되어온 국가라는 서구의 인식에 반격을 가하는 개념이다. 15세기에서 17세기 초반까지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경외감이 있었으나, 17세기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인식은 후퇴하면서 '중국 경멸론'이 점차 득세하기 시작하고 결국 "종이호랑이"라는 말로 중국의 영토와 주민을 유린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었는가? 한센은 이러한 근대 서구의 중국 인식이 얼마나 심각하게 그 역사의 뿌리와 흐름을 도외시한 인식인가를 지적하고 나선다.

"1600년까지 중국의 경제는 유럽보다 더 발달했다. 이 책의 서술 범위에 해당하는 시기에 장기간 동안 중국을 방문한 유럽인이라면 누구나 중국의 거대한 도시, 고품질의 직물, 엄청난 소장서, 복잡한 기술에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마르코 폴로 혹은 익명의 정보 제공자는 <동방견문록>에서 당시 킨사이(Kinsai)라고 불렀던 중국의 수도 항저우(杭州)를 '의심할 바 없이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도시였다'고 묘사하였다. 16세기에 프랜시스 베이컨은 세계를 변화시킨 세 가지 발명품으로 인쇄술, 화약, 나침반을 들었다. 모두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다."

다채로운 중국사의 얼굴

이슬람교도이자 환관 출신의 정화(鄭和)의 대함대 출항의 역사도 발레리 한센은 매우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적어 나간다. 콜럼버스의 항해와 비교하면서 중국 선박의 구조까지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명(明)대의 중국이 어떤 세계적 시야를 가지고 존재했는지를 밝혀 나간다. 이런 중국 역사의 면모는 최근에야 꽤나 상식이 된 상황이지만 이런 맥락으로 중국의 동적 발전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그의 시선은 중국을 형성해온 기반과 요소들에 대해 매우 촘촘하게 현미경을 들이댄다.

갑골문의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가져오는 용골(龍骨)의 등장과 1899년 북경을 강타한 말라리아 확산의 관계라든가, 천재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의 활동상과 당대 중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인식에 대한 웃어넘길 수 없는 면모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을 마치 한편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일게 할 정도이다.

기본적으로 그의 중국사 인식은 어떤 시기에 활발한 사상적 발전과 문명사적 활력이 생겨났는지를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던 세 시기를 주목하는데. 이 기간 동안 중국은 극적으로 성장하고 중대한 변화를 이룩한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 시기는 기원전 6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에 일어났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고 경장학파가 자연과 인간 및 정부의 역할에 대한 사상을 심화시키던 때였다. 또한 전국(戰國) 국가들이 동맹하고 갈라지고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던 시기였다. (…) 220년 한(漢) 왕조의 멸망으로부터 10세기 동안의 비단길의 시대 또한 중국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시기였다. 중국인들은 외국의 상인, 상품, 사상을 받아들였고, 외국에서 들어온 요소들은 중국의 은제품, 직물, 조각상을 변화시켰다. (…) 마지막으로 중대한 변화는 800년 이후 송 대에 일어났던 첫 번째 상업 혁명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농업 이외에 농가부업에 뛰어 들었다. 인쇄술의 발달은 사상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다."

중국사의 극적 성장기, 그 특색

이렇게 말한 발레리 한센은 "이 극적인 성장 기간들 동안 중국은 통일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이 시대를 살았던 관찰자들은 모두 제국이 통합되지 않았던 것을 한탄하였다. 그리고 제국을 통일하기에 충분히 강력한 군주의 출현을 바랐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발레리 한센은 "그들은 분열과 전쟁, 잇따른 혼란에서 얼마나 많은 활력이 비롯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이 책의 큰 줄거리는 제1부 중국적 원형의 창조기(기원전 1200~기원후 200), 제2부 서방과의 대면기(200~1000), (여기서 서방이라는 것은 서역, 즉 인도를 비롯해서 실크로드를 통해 만나게 된 문명권), 제3부 북방과의 대면기(1000~1600) (여기서 북방이라는 것은 북방 유목 기마 민족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란, 여진, 몽골, 만주 등 비한족(非漢族) 계열의 집단)으로 나누어, 중국사 내외의 동력이 생겨나는 것을 분석해나간다.

다시 말해서 한센은 중국사의 원형은 중국 내부의 투쟁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졌고, 중국의 일부를 점령한 거란의 요에서, 점령 범위가 확대된 여진의 금 그리고 중국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몽골의 원, 만주의 청 등의 비한족 제국을 통해 중국의 지배 구조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그 문화의 다채로움과 역동성이 발생하는지를 파고들어간 것이다. 그의 책이 1600년대 청(淸)조의 성립 초까지로 끝내고 있는 것은 전통 중국의 역사까지 정리한 것을 의미하며, 이 역사는 오늘날 현대 중국의 내면에도 여전히 흐르고 있음을 주목하려는 뜻이라고 하겠다.

중국의 역사를 단숨에, 쉽게 파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현실에서 중국사에 대한 서구의 지적 성과도 지속적으로 흡수해서 동과 서의 문명사적 교류와 융합 그리고 비교사적 연구가 보다 풍부하게 진행되어간다면 동아시아 역사의 구조도 날이 갈수록 좀 더 면밀한 수준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중국사 연구는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그 연구의 열매가 대중들의 상식이 되는 사회 교육도 절실하다. 우린 일본에 대해서도 그렇고, 중국도 다 안다고 여기는 이상한 풍토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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