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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나경원? 서울 접수 열쇠는 '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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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나경원? 서울 접수 열쇠는 '한강'이다!

[초록發光] 한강 수중보 철거, 제대로 붙어보자

오세훈의 밥그릇 싸움이 제대로 판을 키웠다. 10월 26일 서울 시장 보궐 선거에서 여권과 야권에서 거론되는 후보 중 누가 본선에서 붙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 선거가 오세훈 정책과 통치 방식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겸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유력 후보들은 오세훈의 제반 시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게 될 것이다. 무상 급식뿐만 아니라 한강 르네상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광화문광장 등이 이미 언론과 세인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야권, 혹은 진보 진영의 후보라면 한강 르네상스 비판을 넘어서 "한강의 제대로 복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볼 기회다. 이는 지난 2010년 6·2 지방 선거에서 한명숙과 노회찬이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했는데, 요컨대 잠실수중보와 김포의 신곡수중보를 철거하여 한강의 자연 침식과 퇴적 지형을 되돌리자는 것이었다.

수중보가 문제인 것은 그것이 현재의 한강 모습을 만든 핵심적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1986년과 1988년에 각각 준공된 잠실수중보와 한강수중보로 인해 한강은 지금과 같이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게 되었고, 양편에 제방과 둔치, 강변도로가 잇달아 들어섰다. 수중보는 농업 용수 확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강물에 유람선이 떠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는 거꾸로 말해, 유람선 띄우기 말고는 별 효용이 없는 구조물이란 의미다. 대신에 보로 막힌 강은 전체적으로 흐름이 늦어져 유속이 초당 10센티미터에 불과한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 그만큼 오염물이 퇴적되고 용존 산소가 부족해져서 자연 정화 작용도 부진해졌다. 예전에 밀물 때 서울 시내까지 들어오던 바닷물도 보로 차단되어 생물 종 다양성도 당연히 떨어졌다.

▲ 한강 백사장. ⓒ프레시안

물론 외견상으로도 한강은 수중보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량과 유속 변화를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되던 수많은 모래밭과 여울, 습지가 모두 제방 아래의 물에 잠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공 신익희가 1956년에 30만 명의 인파를 모아 연설했다던 이촌동 백사장도, 지금의 뚝섬 앞에 있던 저자도와 광나루도 모두 사라졌다. 물고기와 시민들이 놀고 만날 곳이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폭파되었던 밤섬이 그나마 십수 년 만에 물 위로 솟아서 다른 섬들과 새들도 돌아오라고 부르고 있다.

때문에 환경 운동 진영에서 먼저 제안한 한강 복원 공약은 간단하고도 강력한 것이었다. 두 수중보를 허물고 그냥 자연에 맡겨두기만 하면 한강의 백사장이 돌아오고 물고기가 돌아오고 황포돛배가 오가던 풍광이 돌아온다는 말이다. 1980년대 이전의 한강에서 한강의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자는 제안이었다.

ⓒ최호철

그런데 이 좋은 공약이 6·2 지방 선거에서는 좀체 부각되지 못했다. 오세훈의 연임 저지를 통한 반 이명박 전선의 요구가 워낙 강력하기도 했지만,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도 충분히 그 의미를 이해하고 알리지 않은 탓도 있었다. 한명숙은 신곡수중보만 철거해 보자는 소심한 제안으로 그쳤고, 노회찬도 핵심 공약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10·26 보궐 선거는 그 때와는 다른 상황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강 복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면 평가를 수반한다. 이명박은 전국의 강을 한강처럼 만들자며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콘크리트 벽 사이에 물이 고여 썩는 한강이 '정상적'인 강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강들을 이와 똑같이 만들겠다며 22개의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는 게 결국 4대강 사업이다. 그러나 한강 복원 공약은 있던 보도 철거해야 강이 사는데 왜 새로 보를 만들고 강을 가두느냐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항변이 된다.

또한 10·26 선거는 압축적인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TV 토론 등 언론 주목도도 6·2 지방 선거에 비할 수 없이 높을 것이다. 유력 후보들의 정책 비중과 전략 선택에 따라 한강 복원 공약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서울을 살리고 4대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이라면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밥그릇 나누기도 반대하지만, 4대강도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한강 백사장을 위해 투표장에 나올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하여, 유력 야권 후보들은 9월 안에 독일 이자르(Isar) 강에 가서 사진 몇 장씩 찍고 오시라.

▲ 자연 복원에 성공한 독일 이자르 강.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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