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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 '한반도', 극적인 반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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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 '한반도', 극적인 반전의 시작?

[정욱식 칼럼] 박근혜 정부, 신중하면서도 담대한 자세로 임해야

6월 6일 북한이 당국자 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남한이 장관급 회담 제의로 호응하면서 대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의 극적인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남북 회담은 남북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합종연횡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열릴 예정이어서 그 배경과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남북 대화의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문역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5월 중순)→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총정치국장 방중(5월 하순)→북한의 남북대화 제안 및 남한의 화답(6월 6일)→오바마-시진핑(習近平)의 미중정상회담(6월 7~8일)→남북 장관급 회담(6월 12일 유력)→박근혜-시진핑의 한중정상회담(6월 17일 예정) 등으로 이어지는 대화 프로세스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6일 특별담화문을 발표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을 비롯한 남북간 현안을 논의할 당국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남북한이 당국자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우선 7~8일에 열릴 미중정상회담의 분위기에 영향을 줄 것이다. 최룡해 특사 방중 시 6자회담 개최 필요성에 동의를 받아낸 시진핑 주석은 남북대화 합의에 힘입어 더욱 효과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미대화 및 6자회담에 응해달라고 설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오바마 행정부는 북미대화와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대화 프로세스가 대세가 된다면 전향적으로 대북정책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남북대화가 일본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 및 미국과 긴밀한 사전 협의 없이 북일대화를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았었다. 한국과 미국은 대북 제재 및 압박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내부에서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된 남북대화는 아베 정권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국내외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 북일회담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정권의 입장에서는 양적 완화에 기초한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어 북일회담을 통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진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방북을 추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내외의 '환영' 속에 남북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 직후 국제 사회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남북대화를 꺼려했던 일본 정부까지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모든 정당들이 환영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 지지와 초당적 협력이라는 축복 속에 남북대화가 열릴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각국 이해관계의 차이와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더구나 북한이 6.15 공동선언뿐만 아니라 7.4 공동성명까지 함께 기념하자고 제안해온 것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6.15와 10.4 선언만 주로 언급했던 북한이 7.4 성명까지 강조하고 나오면서 "남북한의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기조로 내세워온 박근혜 정부와의 교집합도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또한 남북관계 전환의 역사적 시발점을 박정희 정권 때 이뤄진 7.4 공동성명으로 잡게 되면서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었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변화무쌍한 한반도 문제의 속성상 언제 돌출 악재가 터질지 모른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 여러 가지 까다로운 실무 문제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성의를 보일지 낙관하기 힘들다.

그러나 좌초 위기에 처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중대한 기회를 맞이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신중한 자세와 "시작이 반"이라는 담대한 구상을 가지고 남북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대화 프로세스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남북관계 수준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남북 장관급 회담과 이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넘어 발전의 기초를 닦은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면서도 개성공단의 확대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북측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 출발점의 한 축으로 구상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신뢰구축에 크게 기여해 국군 포로 문제와 같은 광범위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의 방한 시 면담에 나서 남북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적극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북일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둘러싼 대화의 수준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데 남북정상회담이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수준이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사이에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반도 핵문제와 정전체제라는 근본적이고도 거대한 문제 해결의 비전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는 마다하면서 '평화회담'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 없는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이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한국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사활적인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에 주목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포괄하는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

끝으로 남한 내부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남남갈등을 딛고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추구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야당과 민간의 역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6.15 공동행사를 비롯한 남북한의 민간 교류를 적극 협력하고, 야당과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실질적인 남북대화가 6년 만에 재개된다는 점에서 남북대화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인사들의 조언은 꼭 필요하다. 또한 진보적·중도적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고언에도 귀를 기울여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 선순환적으로 병행될 수 있는 해법 마련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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