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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신화의 붕괴, '탈핵'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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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신화의 붕괴, '탈핵'은 가능하다!

[이렇게 읽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탈핵>

올해는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억되는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25주년 되는 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체르노빌의 경고를 무시한 인류는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를 다시 역사에 기록하게 되었다. 바로 지난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그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현재, 폭발 사고는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사고 핵발전소 내부는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냉각재로 사용된 바닷물은 그대로 배출되면서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핵발전소 반경 20~30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고, 농수산 식품에서는 광범위하게 방사능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일상의 공포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방사능이 측정되는가 하며, 3~4월 봄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닌 '방사능 비'로 둔갑하여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편서풍을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돈 방사성 물질로 인해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안전한 원자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나 높은 안전 기준과 규범을 갖추었던 일본이었기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원자력 에너지가 가진 근본적 위험성은 기술의 발전이나 안전성 강화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기술적 결함이든 사고의 위험은 상존하고,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절멸의 위기를 불러 온다. 이제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현재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인 우리나라도 핵발전소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 해에만도 수십여 건의 크고 작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자력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14기의 신규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 하고, 수출 산업으로 핵발전소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올해 안에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하면서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지난 4월 12일, 국내에서 가장 노후화된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수명 연장 중단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정책에서 정부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 확대가 원자력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통제하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라는 일방적이고 편향된 홍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그러한 침묵의 카르텔은 국회 안에도 존재한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직접 겪은 일이기도 했다. 탈핵과 대안적 전력 정책 국회의원 연구 모임이 2004년 창립했었다. 연구 모임은 2~3개 정당 이상의 국회의원 10명 이상을 정회원으로 하는데, 국회에서 연간 15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는다. 이 연구 모임은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탈핵'을 핵심 기치로 하였다.

연구 모임의 창립 행사는 통상 국회의장이 (안 되면 부의장이라도) 축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나는 모임의 대표로서 국회의장(당시 김원기 의장)에게 공식적으로 축사를 요청했는데,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탈핵은 정부 정책 방침에 반(反)하는 것이어서 축사하시가 어렵겠습니다."

이렇게 침묵하고 왜곡하는 국내 상황에서 에너지 대안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소수로 치부되고, 원자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습득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늦었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핵발전소 불감증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 <탈핵>(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음, 이매진 펴냄). ⓒ이매진
이 시점에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기획한 <탈핵>(이매진 펴냄) 책자의 발간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정부의 거짓말이 반복되고, 제한적이고 편향된 정보 제공에 답답함과 갈증을 느꼈을 시민들에게 원자력 에너지, 원자력 발전소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원자력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풀어 놓고 있다. 1장에서는 평화로운 핵 이용이 가능한가라는 근원적 의문을 던지고, 2장에서는 원자력이 과연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인지 따져본다. 3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얼마나 원자력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강행해 왔는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짚어 본다. 또 4장에서는 원자력 말고 대안은 없는 것인지, 독일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겠지만,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원자력의 비밀스런 실체를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5장이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탈핵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2001년 '원자력 합의'를 통해 핵발전소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독일의 사례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희망을 전한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겪으며,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선언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주목했던 것을 교훈으로 삼아, 한국도 이웃 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소 확대 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과제를 갖게 되었다.

이제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에너지 선택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자. 국민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탈핵이 상상을 넘어선 현실로 가는 과정에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우리는 이번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앙을 계기로 구제역 발생과 더불어 우리 삶의 형태와 관련한 근원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른바 '문명적 전환'이라는 성찰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교훈을 통해 배우고, 교정할 수 있는 다른 종과 차별화된 인간종의 특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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