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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 재앙' 외면한 MB…"지금이 원전 축포 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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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 재앙' 외면한 MB…"지금이 원전 축포 쏠 땐가?"

[초록發光] 日 원전 폭발 사고와 UAE 원전 수출

그는 듣기는 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던 공항에서 기상청장이 일본 지진을 보고하면서, 일본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단다. 그는 그 이야기보다 한국에서는 일본 지진과 쓰나미(지진 해일)에 따른 피해가 없다는 이야기가 더 마음 편했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일본을 도우라는 말을 남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한 차례의 회항 소동 끝에 그의 비행기가 내린 곳은 민주화 열기가 뜨거운 서남아시아의 한 나라, 아랍에미리트(UAE)였다. 일본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 그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수출하는데 일조했다고 자랑하는 원전 기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TV가 이명박 대통령이 기공식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여주면 좋겠다. 웃는 얼굴이었을까?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인근의 주민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냉각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열 받은 원자로 내의 노심이 용해되기 시작한 정황이 또렷하다. 급한 김에 바닷물을 붓는 등 원자로를 식히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나, 이미 수십 명의 피폭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 12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호기 건물이 폭발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원자로가 더 이상 열 받는 것을 막고자 소방차를 동원해 바닷물을 뿌리는 등 노심 융용을 저지하고자 안간함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 영토가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받은 국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거주했던 수많은 조선인이 피폭을 당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다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원자로를 냉각하고자 자위대까지 출동했다는 속보를 보면서, 나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수습하고자 동원되었던 구(舊) 소련의 젊은 병사들을 떠올렸다.

당시 폭발로 방사능을 뿜어내는 원자로를 콘크리트로 덮고자 수많은 군인들이 동원되었다. 그들의 노력으로 원자로는 밀폐되었지만, 방사능에 노출된 그 군인들은 곧바로 죽어갔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 달려가는 젊은 군인들의 흔들리는 눈빛이 선하다. 그들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그 놈의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집을 떠나야했던 군인이 소련과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고자 '끼워 팔린' 신세가 되어 지난 1월 UAE로 떠난 한국의 특전사 장병이 바로 그들이다. 서남아시아의 민주화 열기 속에서 행여나 그들이 다치기라도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은 오지랖 넓은 나만의 생각일까?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대통령의 뒤통수라도 한 대 쳐서 제 정신을 차리게 했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UAE의 원자력 발전소 기공식은 덮어 두고, 돌아오는 비행기의 방향을 돌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현장부터 들려야 한다. 그래서 그가 "기후 변화"니 "녹색 성장"이니 하면서 떠들어대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수출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배워야 한다.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만 해도, 우리가 또 세계가 원자력 발전소를 왜 포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일은 원자력 발전소와 핵폭탄이 백짓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전을 호헌장담해도 '핵폭탄'을 짊어지고서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일본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같은 재앙이 일어나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바보가 많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주변의 원자력 광(狂)들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의 머리와 가슴에 기대를 한 번 더 걸어 본다.

앞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칼럼 '초록發光'이 <프레시안>을 통해서 독자를 찾아간다. 일본의 끔찍한 재앙 덕분에 칼럼의 첫 글이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었다. 보수 야당이나 진보 정치 세력 내에서, 정권 창출의 필승 카드로 생각하는 복지 담론에 대한 쓴 소리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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