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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마의 방북과 최룡해의 방중, 우연의 일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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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마의 방북과 최룡해의 방중, 우연의 일치였을까?

[기고] 미국이 이지마를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은…

전운이 감돌고 무력충돌의 위험성이 높아만 갔던 한반도에 늦게나마 봄바람이 부는 것 같다. 일본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参与, 특별보좌관)를 전격적으로 북한에 특사로 보냈다. 이지마 참여는 15일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담당자인 김영일 노동당 국제비서와 면담하였을 뿐 아니라 17일에는 북한의 대외 수반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만났다.

이지마 참여가 돌아가고 5일 후인 22일 북한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자 노동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그리고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룡해를 중국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파견하였다. 최룡해특사는 3박4일 동안의 중국방문기간 중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판창룽(范長龍) 중국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났으며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예방하여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필 서신도 전달하였다.

▲ 북한 최룡해(왼쪽)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일본, 북한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외교적 행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북한의 강공드라이브에 중국의 불만이 고조되었고 급기야 북·중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 이것을 복구하기 위해 북한에서 특사를 파견하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중국이 북한의 유일한 후견인이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가정 (assumption)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가장 큰 통상국이며 동맹적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볼 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늘 제한적이었으며 북·중관계는 상하복종의 수직적이기보다는 이와 잇몸으로 대변되는 수평적인 관계이다. 중국은 최룡해특사가 중국을 방문하기 전 북한에 대규모의 비료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것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북·중관계의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일본의 이지마특사파견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도 크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이지마 참여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중의원선거를 앞둔 자민당과 아베총리가 일본 납북자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 선거를 압도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아베총리는 이미 지지율이 70%를 상회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이변이 없는 한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즉,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에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아베총리가 일본인 납북문제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갑자기 특사를 파견한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이지마 특사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식민지 배상을 포함한 북·일 국교정상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베 총리는 이지마특사의 방북 이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필요하다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지마 참여가 단지 일본인 납북문제만을 논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로 파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이지마 참여와의 면담한 자리에서 "매우 중요한 사명을 띠고 평양을 방문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과연 중요한 사명은 무엇일까?)

▲ 지난 16일 북한 김영남(오른쪽)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일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가 면담을 가졌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렇다면 이지마 참여는 무슨 목적 그리고 어떤 배경에서 북한에 특사로 파견되었는가? 궁금증은 최룡해특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리고 "혹시 두 특사 건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꼬리를 물고 생긴다.

이지마의 방북은 미·일의 합작품?

먼저 이지마 특사건부터 살펴보자. 항간에는 아베총리가 미국 그리고 한국과의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이지마를 특사로 북한에 파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정부가 16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아 한국정부에는 상의도 통보도 없이 일본이 이지마 참여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마 특사가 방북한 당시 서울에 머물던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5일 "일본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18일 일본으로 건너가 흥미로운 발언을 하였다. 그는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의 입장 차이를 이용해 서로 간의 공조에 흠집을 내려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고 말하였다.

만약 데이비스가 미국과 상의 또는 동의 없이 일본의 대북 특사파견이 한미일 대북 공조의 심각한 균열을 초래한다고 판단하였다면 일본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여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스의 어떤 발언에도 일본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아베총리가 북·일국교 정상화를 염두에 둔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미국은 현재까지 일본의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미·일관계를 고려할 때 "과연 일본이 미국과의 공조를 깨고 또는 미국의 동의 없이 대북정책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일본은 1952년 4월 28일 미국과의 안보조약을 체결했는데 (이것은 1960년 6월23일 미일 상호협력과 안전보장조약으로 다시 발효된다)미·일 안보조약의 요지는 일본의 안보와 이와 관련된 외교는 미국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 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최혜국대우 등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이것은 방위에 있어서 미국의 보증에 크게 의존하면서 일본의 방위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최우선하는 이른바 요시다(吉田茂)독트린의 요지이기도 하다.

요시다독트린은 일정한 굴곡을 거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이 미·일 상호협력과 안보보장 조약을 깨지 않는 한 북한을 상대로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독자적인 대북정책으로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대북 특사파견은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일본의 대북특사 파견은 일본의 독자적인 외교적 행보이기 보다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또는 미국의 요구에 의하여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무슨 이야기인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올해 초부터 치열하게 진행된 북한과 미국간의 가상전(假想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인공위성발사, 올해 초에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 여기에 대해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주도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였다. 이에 북한은 정전체제의 무효화를 선포하고 미국과의 전면전이 임박하였음을 주장하며 미국에 대한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미국도 B52, B2 그리고 F22를 한반도 상공으로 보내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북한은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동하였다. 전략 로켓트군을 준비시켜 미군의 기지를 폭격하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이러한 북·미간의 장군멍군식의 가상전은 수위를 높이며 5월 초까지 계속되었고 급기야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한반도에 파견하였다. 이에 북한은 지대지 미사일인 KN-02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3일 연속으로 발사하며 대응하였다.

북한이 이런 도발을 통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니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의 가상전을 전개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는데, 북한과 전면전(全面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미국과 북한간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승자는 분명 미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 또한 명확하며 미국은 이를 북한과의 가상전을 통해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입장에서는 전쟁을 피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 현 상황을 보았을 때 미국이 선택한 것은 일본과 중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이지마 참여는 아베총리의 특사자격으로 방북하였지만 이지마는 오바마 대통령의 서신 (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그 무엇)을 북한측에 전달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이지마 참여에 대해 언급한 "매우 중요한 사명이 아니었을까?

▲ 미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 글린 데이비스(왼쪽)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서신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 또는 다자회담을 통해 현 사태를 풀어가자는 내용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당연히 미국은 중국에 이에 대한 양해를 얻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다음달 7~8일에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양국은 이 정상회담을 위해 수개월 간 조율을 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루어질 문제가 북한문제뿐만은 아니지만, 몇 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북한문제도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 조율되었을 것이며 모종의 합의를 보았을 것이다. 중국 역시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또 문제 해결의 모양새가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서 해결된다는 것은 중국의 위상제고와 이해관계에도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국익에 손상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갖는 이해관계의 핵심은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로 대변된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미사일방어체제에 동참하고 있는데 미국은 한국의 동참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때까지 '전략성 모호성'으로 일관하면서 미사일방어체제로의 동참을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을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에 동참시킴으로서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의 틀을 완성시켰다.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는 향후 10년 이상 추진되어야 하는 장기적 플랜이며 한국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초기비용만도 11조원이 넘는다. 즉 미국입장에서는 북한과의 평화협정이 맺어져도 동북아 미사일체제구축은 완성된 틀을 가지고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갖는 이해관계에 커다란 해(害)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하나의 '설' 또는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철저히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되는 것이 외교이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것을 기본으로 외교를 펼친다는 것이 정상적이고 일상적이라면 이지마와 최룡해 특사 건에 대한 위와 같은 해석을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미래는 하느님의 영역'이라고 했다. 미래는 불확실성을 늘 동반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서 불확실성의 영역을 줄이는 것은 각기 다른 시나리오에 따른 비상대책(들)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외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정부에 묻고 싶다. 상황변화에 대비한 비상대책 (contingency plan)은 갖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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