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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는 中 노동자 될 운명" vs "중국은 미국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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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아이는 中 노동자 될 운명" vs "중국은 미국 아냐!"

[대담] 왜 춘추 전국 시대인가 : 강신주 vs 공원국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 기원전 770년 주나라가 중국 서북부 지역의 융족에 밀려 동쪽의 뤄양(낙양)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대략 550년의 기간이다. 진의 뒤를 한(漢)이 이으면서 수천 년을 잇는 중국 '제국'이 비로소 탄생했다. 바로 춘추 전국 시대의 진통을 거쳐서 오늘날 중국의 원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중원의 패권을 잡으려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춘추 전국 시대에는 수많은 사상가, 정치인, 전략가 들이 출몰했다. 특히 공자, 맹자, 장자, 묵자, 한비자 등 춘추 전국 시대에 실력을 겨뤘던 사상가와 그들의 추종자, 이른바 제자백가는 중국을 넘어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화의 주춧돌이 되었다.

제자백가에 대한 수많은 주석과 더불어 춘추 전국 시대는 <열국지>부터 최근의 영화 <공자 : 춘추 전국 시대>(호 메이 감독, 2010년)까지 수많은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최근에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원형인 춘추 전국 시대에 대한 관심은 더욱더 커지는 상황이다.

▲ <춘추전국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공원국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역사의아침
이런 상황에서 역사학자 공원국 씨가 춘추 전국 시대를 한눈에 조감하는 <춘추전국이야기>(전10권 예정, 역사의아침 펴냄)를 펴낸다. 그는 대학에서 역사학, 중국지역학 등을 공부하고 10년간 중국의 오지를 탐사했다. 그간 <인물지>, <귀곡자>, <장부의 굴욕> 등을 펴낸 데 이어서 이제 수년이 걸릴 대장정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공원국 씨는 이번에 10권 중 1차분 1권(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2권(영웅의 탄생)을 출간했다. 앞으로 나머지 책들에도 춘추 전국 시대 역사를 우리의 눈으로 소화한 내용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중국을 이해하는 넓고 깊은 시각은 물론이고 미래의 문을 여는 통찰을 제공하겠다"고 장담했다.

공원국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철학 VS 철학>(그린비 펴냄),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동녘 펴냄), <상처 받지 않을 권리>(프로네시스 펴냄) 등의 책으로 철학의 대중화를 선도해온 강신주 박사도 노자, 장자를 필두로 한 지난 20년간의 제자백가 연구를 총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약 일곱 권으로 묶일 이 책들에서 강신주 박사는 제자백가 중 공자, 맹자 등 유가에 가려 오해되거나, 폄훼되었던 다른 사상을 적극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공자, 맹자 등 유가에 대한 신랄한 재평가도 예정돼 있어서 책이 나오면 큰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그간의 제자백가 '다시 읽기'를 집대성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춘추 전국 시대의 역사와 사상을 각각 역사학자, 철학자의 시각으로 다시 읽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하는 두 지식인이 한자리에 모이면 무슨 얘기를 나눌까? 이런 호기심에서 두 사람의 대담을 마련했다. 각자의 작업 얘기부터 중국에 대한 생각까지, 다음은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두 시간에 걸친 대담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춘추전국이야기> 펴낸 공원국 씨(왼쪽),와 제자백가 사상을 총 정리 중인 강신주 박사. ⓒ프레시안(손문상)

왜 춘추 전국 시대인가?

프레시안 : 우선 진행 중인 자신의 작업을 소개한다면?

강신주 : 아직 나는 책도 안 나왔는데…. (웃음) 일단 역사학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역사에 대한 내 생각부터 얘기를 해야겠다. 역사가 진보한다, 나는 이런 시각을 부정한다. 보통 2000년도 더 된 춘추 전국 시대를 거론하면, 마치 지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옛 이야기로 여기곤 한다. 또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은 세상이라고 여기고….

그렇지 않다. 지금과 춘추 전국 시대를 비교하면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춘추 전국 시대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모든 가능성이 그 시대에 다 제시가 되었다. 제자백가 사상은 바로 그런 가능성이 응축된 원형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춘추 전국 시대만 하더라도, 다양한 미래가 열려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제자백가 사상이 2000년을 거치면서 애초의 활력을 잃었다. 어떤 사상은 잊혔고, 어떤 사상은 폄훼되고, 어떤 사상은 왜곡됐다. 내가 새삼 제자백가 사상을 다시 읽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더 늦기 전에 인간의 다양한 가능성의 원형으로서의 제자백가 사상을 복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더 늦기 전이라면?

ⓒ프레시안(손문상)
강신주 :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얘기다. 중국의 미래상을 놓고 여러 가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힘을 얻었을 때 제국의 속성을 가지리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제자백가를 제국의 입맛에 맞게 독해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런 흐름에 미리 쐐기를 박아야 한다는 긴박한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노자는 '현실 도피' 이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상가다. 그는 국가 권력에 반하는 새로운 대항 권력을 공동체를 통해서 모색했던 이다. 이런 식으로 제국에 저항하는 제자백가의 상상력, 불의에 분노하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열정을 21세기의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프레시안 : 작업이 쉽지 않을 텐데….

강신주 : 그렇다. 우선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 그래서 남아 있는 기록의 행간을 읽는 작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게 역사학자인 공원국 선생님 작업과는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공 선생님의 <춘추전국이야기>는 일단은 기존의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을 하는 것일 테니까.

다만 춘추 전국 시대의 역사와 관련된 1차 사료를 뒤적거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공 선생님의 <춘추전국이야기>가 그런 수고를 상당 부분 덜어줄 것 같다. 작업 속도가 뒤쳐진 탓에 본의 아니게 공 선생님의 <춘추전국이야기>에 큰 빚을 지게 생겼다.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에 경의를 표하며 미리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싶다.

공원국 : 나야말로 강신주 선생님의 작업에 기대가 크다. 행간을 읽을 만한 철학 훈련이 안 된 탓에 나는 남아 있는 사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제 두 권을 펴낸 <춘추전국이야기>는 앞으로 총 열 권이 예정돼 있다. 춘추 시대의 질서를 설계한 관중(1권)부터 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진나라를 거쳐 제국 한나라가 탄생하기까지(2권) 방대한 과정이 그 안에 담긴다.

이렇게 춘추 전국 시대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사학자로서의 목마름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역사를 살핀다. 그러나 '과거'의 열쇠로 '미래'의 자물쇠를 여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섣부르게 현실의 필요에 따라서 역사를 자의적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한다면 조금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작은 변수들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긴 역사 속에서 흐름들을 읽고, 또 이 흐름을 충분히 긴 시간에 적용하면 우리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춘추 전국 시대 약 550년은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여유를 주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이렇게 춘추 전국 시대의 큰 흐름을 확인하려면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춘추전국이야기>가 사건과 고사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역사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1권의 주인공이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책은 춘추 전국 시대를 다룬 다른 책과는 달리 지리를 특히 강조했다. 사실 황하, 장강, 태행산맥 등 자연이 인간에게 강요한 한계를 이해하지 않고는 춘추 전국 시대의 극적인 순간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서 지도를 부쩍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레시안(손문상)

맹자는 왜 '육체노동'을 비판했나?

프레시안 :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역사의 큰 흐름으로서의 춘추 전국 시대, 기대된다. 다른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아까 강신주 선생님이 잠깐 언급한 역사의 진보 얘기를 해보자. 공원국 선생님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공원국 : 앞에서 강신주 선생님께서 역사의 진보에 대한 언급을 했으니, 간단히 생각을 덧붙이자. 역시 춘추 전국 시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만, 역사는 진보한다. 물질적인 차원에서, 정신적인 차원에서…. 예를 들자면, 유가(儒家)와 농가(農家)의 대립은 그런 진보를 상징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프레시안 : 자세히 설명을 해보면….

공원국 : 제자백가 중에서 '군주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농가가 있었다. 유가의 맹자는 이런 농가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는 이런 비판을 '철기 혁명'이라는 생산력 진보를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전까지는 분업이 의미가 없었는데, 철기를 쓰면서 생산력이 늘어나니까 분업이 생긴 것이다.

맹자는 그런 상황에서 지식 노동, 비지식 노동 중에서 지식 노동의 가치를 올려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책도 팔고, 제자도 늘고, 기부도 받고 그럴 테니까. 그래서 육체노동의 가치를 강조했던 농가를 맹비판했던 게 아닐까? 농가가 중원보다 농업의 비중이 높았던, 그러니까 아직 분업이 본격화하지 않았던, 남부의 초나라에 터를 잡았던 것도 한 이유였을 것이다.

실제로 맹자는 농가를 비판하면서, 노골적으로 "촌놈들이 뭘 알겠냐" 하면서 '촌놈의 학문'이라고 무시했었다.

강신주 : 마르크스가 '분업'이 없는 사회를 좋은 사회로 여겼던 것처럼, 역사 속에서 분업이 낳은 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자, 맹자와 같은 유가가 농가와 대립하는 대목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방금 지식 노동, 비지식 노동을 구분했는데, 농가라고 해서 공자, 맹자처럼 왜 이론이 없었겠나.

농가의 사상은 20세기 중반에 육체노동이 존중하는 사회를 꿈꾸었던 시몬느 베이유와 같은 사상가에서 변주된다. 이런 농가에 속한 이들이 보기에 분업은 지배-피지배 질서를 영속화하는 굉장히 무시무시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만 농가는 유가처럼 지식을 팔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다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과연 이런 분업이 진보인가? 아니다. 나는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두고 춘추 전국 시대든 혹은 다른 시대든 역사에 진보는 없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공원국 : 오늘날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노동 해방', '여성 해방' 이런 걸 진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춘추 전국 시대에는 밥을 많이 먹는 것이 진보고, 영양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진보였다. 아무튼 '진보'라는 단어 대신 '흐름'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을 텐데, 춘추 전국 시대의 그런 변화의 흐름을 살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프레시안(손문상)

역사의 승자 맹자, 그 실체는…

프레시안 : 기왕에 맹자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자. 두 분 다 작업에서 춘추 전국 시대의 사상, 인물을 놓고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할 테니까.

강신주 : 방금 얘기했듯이 맹자는 이런 분업의 과정을 정당화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런 정당화의 과정을 잘 볼 필요가 있다.

맹자를 읽다 보면 농가, 양주 등 다른 제자백가를 맹공격한다. 당연히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가의 기록 속에서 승자는 맹자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자. 공자도, 맹자도 지금은 승자지만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즉, 맹자는 당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던 다른 제자백가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전략을 썼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대의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던 사상은 무엇인가? 놀랍게도 당대 사람은 '군주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농가와 같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상에 호감을 보였다. 신분 질서를 옹호하는 지배자의 사상이었던 맹자와 같은 유가는 그 시대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공원국 : 사실이다. 실제로 춘추 전국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과대평가된 사람이 맹자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맹자가 각광을 받은 건 후대의 일이고…. 또 방금 강신주 선생님 얘기처럼 맹자는 당대의 제자백가들을 의식한 논쟁적이고 즉흥적인 말을 많이 해서 하나의 체계로 보기도 어렵다. 오늘날 맹자의 사상은 후대에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

강신주 : 그렇다. 아까 제자백가 사상을 정리하면서 행간을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맹자의 주석가들이 맹자와 관련된 기록을 각 시대의 지배 질서에 부합하도록 해석하는데 주력했다면, 나는 '왜 맹자는 농가를 무서워했는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생각이다.

이런 작업의 궁극적 목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었던 난세를 살았던 이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일이다.

프레시안 : 기존 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강신주 : 이 작업을 구상할 때부터 욕먹을 각오를 했다. 기존 학계의 반발이 심할 테고, 심할 경우에는 무시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선입견 없는 연구자라면 이런 선행 연구에 충분히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확신한다. '아. 그때 철학자 강신주가 제자백가를 이렇게 해석했지!' 하고 기억될 수 있으면 된 것 아닌가?

사상 최악의 리더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공원국 선생님의 경우에는 어떤가? <춘추전국이야기>에서 특별히 부각하고 싶은 인물, 사상이 있는가?

공원국 : <춘추전국이야기>와 같은 작업을 이어가려면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잘 알려진 사람들을 제대로 다루는 게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1권에서 관중을, 2권(영웅의 탄생)에서 이른바 '패자(覇者)'로 불리던 사람들을 다룬 것처럼. 그러나 앞으로 남은 여덟 권에는 그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오기 같은 사람이 그렇다. 공자, 장자와 같은 이들이 사상가였다면 오기는 근대적 의미의 기업가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다. <사기>는 진나라의 발전에 역할을 한 '대장부'라고만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은 춘추 시대와 다른 전국 시대 새로운 질서의 틀을 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사람이었다.

프레시안 : 이번에 나온 2권(영웅의 탄생)을 보면 리더십 얘기도 많다.

공원국 : 요즘 가장 큰 문제가 한국 사회의 '사회 귀족'이다. 사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지배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과 춘추 전국 시대의 리더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춘추 전국 시대에는 맹자든, 아니면 패자들이든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춘추 전국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전쟁이었다. 그 때 맹자는 '내 말대로 하면 전쟁 없는 사회가 될 수 있어!' 라고 해법을 내놓았다. 2권에서 다루는 춘추 시대의 패자들'은 '나를 따르면 질서가 유지될 수 있어!' 이렇게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과연 이런 해법이 있는가?

춘추 전국 시대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온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과거의 귀족은 비록 착취자였지만 재력도, 지식도, 교양이 있었다. 리더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소양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리더들의 상황은 어떤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춘추전국이야기>를 써나가면서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제시해볼 생각이다.

ⓒ프레시안(손문상)

중국 제국의 앞날은? 또 우리는?

프레시안 : 오늘날 춘추 전국 시대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부상이다. 실제로 많은 지식인이 중국의 '중화주의'가 미국의 '제국주의'와 얼마나 다를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공원국 : 사실 나는 중국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말할 형편이 못 된다. 아내가 중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륙 지방에서 만나서 결혼했다.

나는 중국과 한국, 이런 국가 대 국가의 관점에서 중국 위협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가 본 중국은 여전히 굉장히 가난하고 억압적인 사회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그 옆집에서 사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또 노벨 평화상을 받고도 감옥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 중국은 얼마나 지옥 같겠나?

일단 중국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대다수 인민의 가난을 염두에 두면, 지금보다 중국의 경제력이 훨씬 커져야 할 것이다. 최소한 13억 명의 먹을거리는 해결할 수 있는 경제력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 세 끼도 제대로 못 챙기는 중국 인민의 처지를 염두에 둔다면 말이다. 이게 중국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생각이다.

두 번째 생각을 말하자면, 미국은 하나의 대륙이자 섬이다. 미국은 본토를 공격당한 적이 없는 역사상 유일무이한 제국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륙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수개의 나라와 직간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더구나 그렇게 직간접적으로 국경을 맞닿고 있는 나라의 상당수는 한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등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들이다.

결코 중국은 미국과 같은 '예외적인' 제국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미국이 마치 예전의 로마제국처럼 경제, 사상 양 측면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잃더라도…. 역사상 중국의 명멸했던 제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아시아 힘의 균형자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강신주 : 사실 세계 입장에서 중국은 고마운 존재다.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가 20~30년은 지탱할 동력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으니까. 최소한 중국의 농촌에서 도시로 새로운 노동자가 계속해서 편입하는 한 중국에서 나오는 자본의 세계적인 축적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중국, 무섭다. 사실 일본, 한국의 지식인들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이런 얘기를 하지만 정작 중국의 지식인은 그런 데에 관심 없다. 아니 13억 명의 중국이 일본, 한국이 눈에나 들어오겠나? 정상과 정상은 만나서 대등하게 악수를 하지만, 사실 중국의 정치인, 지식인은 한국을 절대로 대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아닌 우리가 '중국 위협' 이런 얘기를 거론하는 것은 우습다. 이미 중국의 힘은 우리를 위협적인 정도가 아니라 압도하는 수준이니까. 어쨌든 앞으로 중국의 경제적, 사상적 우산 아래서 살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자면, 우리 아이들이 중국에 가서 노동자로 취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 대비한 준비가 돼 있나, 그게 걱정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제국의 시각에서 재단된 제자백가 사상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읽는 제자백가 사상을 빨리 정리하자, 마음먹은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 많은 지식인들이 그렇듯이 미국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전철을 밟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덧붙이자면, 중국의 13억 명 인구가 닭을 한 마리씩 잡아먹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중국이 다른 성장 방식이 아닌 미국과 같은 성장 방식을 따를 때도 그게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 실패로 나타났을 때,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생각하면 무섭다.

ⓒ프레시안(손문상)

우리의 인문학, 지금 시작하자

프레시안 : 큰 작업을 이제 시작한 두 분이 서로의 생각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게 바람이 있다면….

공원국 : <춘추전국이야기>에서도 7권에서 제자백가를 다룰 예정이다. 특히 7권에서는 제자백가의 중요한 사상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토론식으로 해볼 구상도 가지고 있다. 그 전에 강신주 선생님 책이 나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웃음) 얼른 강신주 선생님 책을 보고 싶다.

강신주 : 역사학의 가장 큰 미덕은 자료에 대한 존중 의식이다. 철학자들이 쓰면 아무래도 '오버'하는 글이 많다. 일단 공원국 선생님이 빨리 작업 성과를 책으로 내면 내 작업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또 공 선생님의 춘추 전국 시대를 바라보는 문제의식에 적잖이 자극을 받을 것도 같고.

프레시안 : 서로 빨리 쓰기만 바라는 것 같다. (웃음)

강신주 :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공원국 선생님 또 내가 하는 작업이 힘 있는 사람의 무기가 안 되었으면 좋겠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이 가진 유일한 힘은 '생각하는 힘'인데, 그마저도 권력을 가진 이들한테 빼앗겨서야 되겠나. 인문학자로서 요즘 유행하는 'CEO를 위한 인문학' 이런 데에 자괴감을 느낀 터라 덧붙이는 얘기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대작업을 시작하는 각오를 말하자면?

강신주 : 책을 낸 공원국 선생님께서 멋지게 정리를 해주면 좋겠다.

공원국 : 열 권 중에 이제 두 권을 먼저 냈다. 저자 입장에서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지만…. (웃음) 가장 큰 소망은 고전 인문학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그것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나 강신주 선생님의 책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한길사 펴냄)가 필독서처럼 읽어야 할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제국을 경영해본, 또 여전히 그런 데에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 맞춤한 책이니까. 아직 식민지의 상처, 혹은 경험에서 못 벗어난 작은 나라로서 세계 각국과 공생해야 할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 책이 또 앞으로 나올 강신주 선생님의 책이 그런 지혜를 찾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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