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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초점 어긋난' 기초연금 논란 직접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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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와대, '초점 어긋난' 기초연금 논란 직접 해명

靑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연금총액 더 많아" vs 민주 "당연한 소리"

청와대가 기초연금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더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 가입자는 기초연금에 국민연금까지 더 받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래 세대가 더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 총액, 즉 '기초연금+국민연금'이 국민연금 없이 기초연금만 받는 경우보다 더 많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며, 기초연금액만 놓고 보면 장기 가입자가 오히려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발표된 이후 일부에서 오해를 하고 있거나 잘못 이야기되고 있다"며 야당과 시민사회, 언론의 지적에 대해 직접 하나하나 반박에 나섰다. 진영 장관이 사퇴를 강행하면서(☞관련기사 보기), 기초연금안 논란의 부담을 온전히 짊어진 청와대가 드디어 전면에 나선 것. 최 수석은 "(쟁점은) 네 가지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손해, 사실 아냐", 그러나 숫자는…

최 수석은 먼저 "첫째,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해서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서 이미 받도록 되어 있는 돈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모두 다 받으면서, 거기에 기초연금을 추가로 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하실수록 총 연금이 더욱 많아져서 이득을 보게 된다"고 했다.

최 수석은 사례를 들어 "(어떤 사람이) 월 소득 100만 원으로 국민연금에 11년을 가입하고 65세부터 20년 간 연금을 수급하면, 국민연금은 매월 18만3000원 씩을 받아서 20년 간 4400만 원을 받고 기초연금은 매월 20만 원을 받아서 4800만 원을 받는다(총액 9200만 원)"라며 이와 비교해 "이 분이 20년 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은 월 31만9000원, 기초연금은 월 15만8000원을 받아서 총 연금액이 1억1460만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총액보다 국민연금으로 받게 되는 금액이 훨씬 더 크다는 논점을 추가로 삽입해 "국민연금에 30년을 가입했다 치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받게 되는 순 이득은 1억421만 원"이라면서 "11년보다도 20년, 20년보다도 30년 장기 가입하면 할수록 그 분이 받게 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총 연금액도 늘어나고 본인이 낸 보험료를 뺀 '순 총 연금액'도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야당이나 언론의 지적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의 "총 연금" 액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 부분'이 줄어든다는 것이었고, 이는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 수석이 제시한 자료를 봐도, 기초연금만을 따로 떼어 보면 11년 가입자가 20만 원, 20년 가입자가 15만8000원, 30년 가입자는 10만 원으로 점점 줄어든다.

또 최 수석이 이날 들고 나온 '순 총 연금액', '순이득'이라는 개념은, 국민연금 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즉 국민연금에 몇 년을 가입하든 납입 보험료보다 돌려받는 액수가 크다는 것은 연금 설계의 기초 내용이며, 가입 기간이 길면 길수록 '순이득'이 늘어나는 것 역시 상식이다. 더구나 이는 기초연금과는 관련이 없는 정보다. 수학적으로 비유하면 방정식의 좌변과 우변에 동일하게 들어가는 값이기 때문에, 현재 논점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값'만을 비교할 때는 양변에서 똑같이 삭제하면 된다. 11년보다 20년, 20년보다 30년 가입자의 '순이득'이 큰 것은, 국민연금 때문이지 기초연금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순이득'을 이용한 청와대와 복지부의 설명이 '논점 흐리기'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지난 27일 야당 단독으로 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며 "돈을 은행에 예치시켜 놓으면 나중에 돌려받는 게 당신이 예금한 것보다 많다는 얘기다. 이런 자료를 만드는 게 참으로 놀랍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지난 주 복지부가 낸 보도자료에 사용된 논리는 이날 최 수석의 브리핑 내용과 같은 취지다.

"미래 세대가 기초연금 더 많이 받는다"…10만원 넘을 '미래 세대' 있을까?

최 수석은 다음으로 "둘째, 지금의 청장년 세대 등 미래 세대가 현재의 노인세대보다 불리하다는 말씀도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세대별로 받게 되실 기초연금의 평균 수급액을 산출해 보면 후세대가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즉 50대보다는 40대가, 40대보다는 30대가, 30대보다는 20대가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다"고 해명했다.

최 수석은 그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제도의 평균소득 대체율이 낮아지는 점을 보완해 주면서 미래세대가 평균적으로 기초연금액을 더 받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세대별로 보면, (기초연금) 20만 원을 다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이 후세대로 갈수록 늘어난다. 현재 65세인 분은 20만 원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이 국민연금에 11년(이하로) 가입해야 되지만, 35세의 경우 15년을 가입해도 20만 원을 받도록 돼있고 15세의 경우도 15년"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초연금 20만 원 전액을 받을, 다시 말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5년 이하일 '미래 세대'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최 수석이 예를 든 35세 시민의 경우, 앞으로 연금을 받게 되기까지는 30년이 더 소요된다. 이 시민이 35세까지 아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서 국민연금 납부액이 현재 0원이라 해도 앞으로 남은 30년 가운데 절반을 계속 백수로 살아야 비로소 20만 원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수석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50대의 중간층인 55세, 40대의 중간층인 45세, 30대의 중간층인 35세, 20대의 중간층인 25세, 이분들이 국민연금에 평균적으로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이 있다. 그 기간을 감안해서 실제로 나중에 받게 되는 기초연금액의 평균액을 산출해 보니 55세는 12만1507원, 45세 13만667원, 35세 14만4400원, 25세 14만4807원을 평균적으로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 수석이 산출한 평균액은 지난 3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기재정추계' 자료에 따라 각 세대별 국민연금 가입 평균 기간을 55세 18.2년, 45세 19.4년, 35세 20.8년, 25세 22.3년으로 예측한 결과다. 통상 25세 무렵에 경제활동을 시작한다고 치면, 연금을 받기까지 40년을 사는 동안 20대의 절반이 국민연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식의 예상인 셈이다. 동 자료에서 2015년 이후 국민연금 가입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 재정은 기초연금과 무관…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충당"

최 수석은 "셋째,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왜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복잡하게 하느냐 하는 의문들을 가지는데,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성숙하더라도 그것과 관계없이 별도로 제도가 운영되도록 되어 있다"며 "따라서 향후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부담이 막대해지고 그로 인해 후세대 즉, 손자 세대들까지도 너무나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넷째,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국민연금 재정을 기초연금 주는데 쓰려고 한다는 오해가 있다. 이것도 결코 사실이 아니"라며 "국민들께서 내시는 보험료로 만들어지는 국민연금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고 국민연금 재정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 내용은 앞으로 국회에서 만들어질 기초연금법에 분명하게 명문화해서 걱정과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정치적, 정책적 논쟁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간 나온 지적의 내용은 '연계는 무조건 틀렸고 나쁜 방안'이라기보다, 현재 정부 안이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약속과 다르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야당은 이같은 관점에서 이날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가진 시민 간담회에서 "세계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국가 대한민국의 어르신들이 박 대통령의 거짓 공약에 속았다"며 "대통령은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으나 이 공약 파기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 수석이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 50대 월급생활자들은 수천만 원의 퇴직금을 빼앗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미래의 노인인 40대, 50대들은 65세가 되면서부터 매월 10만 원씩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그 돈을 합하면 모두 수천만 원"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해온 사람들에게 상이 아니라 벌을 주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기초연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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