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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안,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연금 깎여"

소득 하위 70% 노인에 차등 지급…공약 파기 비판 불가피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반비례해 차등 지급하는 정부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해온 노인 가입자들은 '역차별'을 받고, 미래 세대는 오히려 현행 제도보다 더 깎인 연금을 받게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반비례해 기초연금 10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법을 오는 11월 중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대선 당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상관없이 20만 원씩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공약을 파기한 것이어서 반발도 크다.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 역차별"

이번 정부안의 핵심 논란은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할수록 기초연금이 깎여 '역차별'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내년 7월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1년 이하인 노인은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지만, 가입 기간이 1년 늘수록 지급액이 1만 원씩 줄어 20년 이상 장기 가입한 노인은 10만 원만 받는다.

2028년에 연금을 받을 미래 세대의 경우, 가입 기간이 15년 이하일 때 20만 원을 받고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규모는 1년에 6000~7000원씩 줄어 30년 이상이면 10만 원만 받는다. 미래 세대와 현재 세대의 형평성 논란을 고려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반비례해 줄어드는 기초연금액을 일부 보완한 셈이다.

▲ 정부 기초연금안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기간별 기초연금액 삭감 구간 ⓒ연금행동

이번 정부안에 대해 참여연대, 양대노총 등 21개 노동·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연금행동)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의 기초연금 지급액을 깎으면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연금행동 집행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안은 국민연금을 오랫동안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에게 역차별을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처사"라며 "그동안 국민연금 장기 가입을 독려한 정부 정책과도 모순되고 국민에게 노후 준비에 대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특히 "국민연금 장기 가입 '역인센티브'로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잠재적 장기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역차별이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신뢰성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28년까지 20만 원 받기로 한 미래 세대도 손해"

미래 세대를 위해 깎이는 금액을 일부 보완했어도, 이번 안이 장차 기초연금을 받을 청·장년 세대에게도 손해이긴 마찬가지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노년유니온·복지국가소사이어티·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복지 단체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기초연금 수정안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 더 후퇴한 노후 보장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생긴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국민연급법을 개정할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지급률)을 60%에서 40%로 깎으면서 대안으로 도입한 제도가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였다. 당시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깎는 대신 기초노령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초기 5%에서 조금씩 늘려 2028년까지 10%(2013년 기준 20만 원)로 늘리는 안을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방안은 2028년까지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 20만 원의 지급 시기를 14년 앞당기고, 지급 대상을 하위 70%에서 모든 노인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 현행 제도를 손보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 가운데 하위 70%는 2028년에는 일률적으로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게 된다. 반면 이번 정부안이 통과되면 미래 세대 가운데 하위 70%에 속해도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했다는 이유로 20만 원을 다 받지 못하는 노인이 생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미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상 2028년에 급여율을 10%로 인상하기로 정해져 있다"며 "기초연금 급여율을 하위 70%에게 5~10%로 차등한다면, 지금 40~50대 국민이 65세가 넘어 기초연금을 받게 될 때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 때문에 오히려 기초연금액이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 1월 9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편 복지에 역행, 정책 투표 불신 생길 것"

정부는 소득 하위 70% 현재 세대 노인 가운데 90%가량(전체 노인 가운데는 63.7%)이 20만 원을 받는다고 강조하지만, 공약 파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재벌 회장에게도 기초연금을 제공하고 그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내라하는 게 복지국가의 기본 원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은 근래 발전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보편 복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애초 공약했던 대로 70%가 아닌 모든 노인에게 똑같이 20만 원을 지급하면, 상위 노인들은 그 이상의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정책 투표' 불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금행동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무상 보육과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들이 하나씩 대폭 축소되거나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보편적 기초연금 공약마저 파기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에 복지 정책 실현 의지가 있었는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어떤 국민이 정책과 공약을 믿고 투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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