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특위'(진상조사특위)는 지난해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서 국정원 국내정보 담당인 차문희 2차장이 핵심 역할을 했을 개연성이 새로이 드러났다며 검찰의 보강 수사를 촉구했다. 또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가 사건 후 2차장 지휘 하에 있던 박원동 국익정보국장과 통화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권 대사의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진상조사특위는 1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정보기관을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시킨 국정원 세력과 경찰, 새누리당 3각 편대의 거대한 음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사항에 대해 추가 수사를 통해, 국기를 문란케 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세력을 발본색원하는데 전력을 다해 달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진상조사특위는 "언론에 밝혀진 통화 내역에 따르면, 2012년 12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 동안 차문희 국정원 2차장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서울경찰청 담당 국정원 (직원) 안 아무개 씨가 경찰 측 관계자뿐 아니라 새누리당 권영세, 서상기 전·현직 정보위원장들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국정원 지휘부와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세워 실행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진상조사특위는 특히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차문희 2차장이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수시로 통화하고 원세훈 원장에게 보고한 사실 등이 통화내역 조회에서 새로 밝혀졌다"며 "국내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대한 조직을 지휘한 차 차장이 대선 개입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갖은 이유로 국회 정보위 소집을 반대한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차 전 차장이 서로 협의한 사항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서 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진상조사특위 위원인 진선미 의원은 이에 대해 "(오피스텔에서 민주당과 대치한 국정원 직원 김하영 씨가 소속된)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이 위기 대응을 수습한 게 아니라 2차장 지휘로 국내정보 파트를 통해 개입한 것"이라며 "3차장 지휘로 (인터넷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면, 2차장 산하에서는 사전 공작을 기획해 경찰 수사 결과를 뒤집는 역할을 했다고 추측된다. 해외 파트(1차장 산하)를 제외한 국정원 전 부서가 통째로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특위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및 경찰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사건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권영세-박원동-김용판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가 핵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물"이라며 "지금 당장 권 대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그의 불법성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특위는 또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명백한 통화내역의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이 추가적 보강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과정에서 제기한 공소사실조차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외압의 실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특위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입장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의 증거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식의 책임 회피를 더 이상 국민들은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게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조직적인 불법 대선개입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검찰의 재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면서 "또한 남재준 원장은 국정원을 정치의 중심에 개입시키려는 무도한 시도를 접고, 불법 대선개입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본인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특위의 기자회견은 이날자 <한국일보>의 보도 이후 나왔다. <한국>은 이날 1, 3면 기사 3꼭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6일 동안 차 전 차장과 그 휘하 간부들이 새누리당 및 경찰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검찰은 차 전 차장, 박원동 전 국장, 서울경찰청 담당 국정원 연락관 안 아무개 씨가 역할을 분담해 이같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차 전 국장은 서상기 위원장과, 박 전 국장은 권영세 대사 및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통화를 했고, 연락관 안 씨는 서울경찰청 수사 책임자들과 주로 연락했다. 안 씨는 박 전 국장과도 통화했고 박 전 국장은 차 전 차장과도 통화했는데, 이는 안 씨가 파악한 경찰 수사 상황이 국정원 지휘 라인을 따라 보고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신문은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개입 댓글 작성 의혹이 불거진 12월 11일부터 경찰이 중간수사결과를 기습 발표한 16일까지의 민감한 시기에 이들이 수시로 연락했다는 사실은 경찰수사 축소·은폐 배후에 관한 논란을 증폭시킬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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