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아르헨티나의 정치평론가 아드리안 살부치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이 언제 시리아를 공격할 것인지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서방국 정부와 잘 길들여진 주류언론들은 이번 위기와 관련해 '키 플레이어'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이다. '아랍의 봄'도 중동 패권을 위한 미국의 음모로 보는 시각도 충격적이다. <편집자>
전쟁의 새로운 명분 프로그램 '아랍의 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가 허구로 드러난 이후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불량국가'로 낙인찍은 정권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 위한 새로운 명분을 고안해야 했다.
'아랍의 봄'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아랍의 봄'은 정권 교체 대상으로 선정된 국가 내의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반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해당 국가의 정권이 이런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권 유지에 매달리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들은 전국적인 반란을 전면적 내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이 이런 프로그램이 적용된 대상 국가들이다.
중동 전역에서 이런 전쟁을 획책하려면 필요조건들이 몇 개 있다.
(a)폭력암살자, 테러리스트, 게릴라, 용병 등 이른바 '자유 전사' 후보들을 파악한다.
(b)'자유 전사'들에게 첨단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다.
(c)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의 도시들에 '자유의 전사'들을 투입한다. 이라크에서 이렇게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나토 동맹국들의 전투기를 동원해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할리우드 스타일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유 전사'들에게 위성 통신망을 제공한다. 리비아의 카다피와 그 일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TV로 생중계한 것처럼 말이다.
▲ 시리아 정권에 당장이라도 군사공격을 할 것처럼 말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월31일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물러섰다. ⓒAP=연합 |
'자유전사'들의 정체
하지만 시리아의 사례는 다르다. 더 이상 미국이 세상의 눈을 속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점점 국제사회에서는 시리아의 '자유전사'로 알려진 자들이 암살과 강간,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무기, 훈련, 자금, 그리고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있다.
미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최근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신뢰도가 매우 낮은 주장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서방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이 정권을 탈취하려는 진짜 적을 두고, 아사드 대통령이 어린이를 포함한 자국 국민들을 살해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무장공격을 자초할 '완벽한 명분'을 적들에게 제공할 리가 있을까? 끔찍한 테러 공격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두 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봐야 한다. (1)이런 공격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가, (2) 자금이 어디서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가?
미국의 신뢰와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영국의 의회도 무력개입안을 부결시켰다. 최소한 유엔이나 믿을 만한 독립적인 국제기구가 화학무기를 동원한 학살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반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내놓아야 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전임자 토니 블레어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었던 것처럼, 오바마 뒤에서 '푸들 강아지'처럼 미국의 뜻에 따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시리아 위기를 분석할 때 빠진 3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1)이스라엘
두 차례의 걸프전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을 위해 대리 전쟁을 치러왔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이런 사실을 분명해졌다. 1996~97년 '새로운 미국의 세기 프로젝트(PNAC)'라는 싱크탱크에서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기획한 네오콘들-폴 울포위츠, 리처트 펄, 딕 체니, 콘돌리자 라이스, 더글러스 페이스, 데이비드 웜서 등-은 조지 W. 부시 정권의 최고위 관료들이 되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실행에 옮겼다. 이라크 침공의 주된 이유는 사담 후세인이 '민주적이고 우호적인 동맹국' 이스라엘에 가장 큰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네오콘 중 일부-더글러스 페이스, 데이비드 웜서, 리처드 펄 등-은 지난 96년 당시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벤야민 네타냐후에게 이라크를 주적으로 삼은 '완전한 단절 : 영토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은 이스라엘만 좋은, 미국에게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희생시킨 커다란 골칫거리일 뿐인 '대리전'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말레이시아의 마히티르 전 총리가 말했듯 "유대인이 대리인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시켜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죽게 만든다."
2)이스라엘
시오니즘이 미국의 정치, 금융, 대학, 주류언론, 할리우드, 외교정책 등에서 지나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중요한 문제가 미국 지식인 사회에서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주류언론에 의해 뭉개지고 있다.
스티븐 월트와 존 미어샤이머 두 교수가 지난 2007년에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이라는 획기적인 책을 썼다. 이 책에서 두 교수는 미국의 언론, 금융, 의회, 국무부, 국방부에 가해지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영향력의 실체를 보여줬다. '이스라엘 우선'을 위한 로비가 행해지고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건 옳건 그르건 이스라엘을 위한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도록 체계적인 로비가 이뤄진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고,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폭로한 것이다.
미국이 치르는 대가는 미국 자체의 국익에 극도로 해로운 것이었다. 미국과 그 핵심 동맹국들에 대해 경멸과 불신, 심지어 증오의 감정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3) 이스라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한 이란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선제 공격'을 할 경우 이에 따르는 부담을 잘 알고 있다. 어느 한 곳에 대해 공격을 해도 중동에서 대규모 전쟁을 촉발할 것은 틀림없다.
시리아와 이란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해가 중대하게 걸린 지역 내에 있다. 이 지역은 이미 서방국들이 상당히 잠식한 곳이다. 러시아는 "여기서 더 이상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어떤 성급한 결정을 하기 전에 두번이고 세번이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2006년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훈련을 제공받은 헤즈볼라에 의해 레바논 남부에서 밀려난 이후 이스라엘은 상처를 핥으며 때를 기다려 왔다. 시오니즘의 심장에서 어두운 분노와 복수심이 타고 있다.
2011년 네타냐후가 집권한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에 있지도 않은 핵프로그램을 구실 삼아 '선제적 전쟁' 모드로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하루가 멀다하고 군사공격으로 이란을 위협해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마지못해 이스라엘에 끌려다녔다.
이스라엘의 인내심 바닥, 오바마의 선택은?
하지만 미국 군부는 마히티르 전 총리의 말에 일말의 뼈아픈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이란을 상대로 이스라엘을 위한 전쟁을 다시 치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이란에 대해 '선제 공격'을 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노력을 해왔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선제공격을 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대규모 전쟁에 미국이 휘말려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미-영 동맹이 패배한다면 글로벌 슈퍼파워로서의 미국의 시대가 끝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러시아(그리고 중국)은 중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현행 군사전략에 따르면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면, 먼저 시리아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을 제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스라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 있는 시오니스트들은 인내심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D-데이'를 당장 잡기를 원하고 있다. 이란을 치기 위해 시리아를 먼저 거쳐야 한다면, 미국이 지금 시리아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미국은 시리아에 '아랍의 봄'을 획책해 내전 상태로 만들었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가 그를 받쳐주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방안이 될 수 없다. 영국 의회는 캐머런 총리에게 '노'를 외쳤고,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지지는 힘이 결여돼 있다. 프랑스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전쟁에서건 그 결과를 좌우할 능력을 상실한 지 수십년 됐다. 미국 의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택을 할 차례다. 이스라엘, 의회, 글로벌 금융계와 시장, 주류언론 등에 포진한 시오니스트들의 갈채를 받으며 시리아를 치거나, 물러서는 것이다.
엄포를 놓는다면, 해보라는 반응을 받을 것이다. 허풍을 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의 강력한 함대가 시리아 해안과 인접한 지중해 일대에 버티고 서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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